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하라티 Aug 23. 2023

내가 몰랐던 세상

우연의 시작들

설레게 많은 것들을 알아내는 순간들이 있다.

몰랐던 사실들을 알았을 때, 내가 바라봤던 세상이 마치 달라진 것처럼, 세상이 달라 보이는 순간도 있다. 그럴 때, 나는 다시금 느낀다. 세상을 바라보는 내가 또 그새 바뀌었구나. 

가령 기존에는 내가 참 재미있는 사람이고, 흥미로운 사람이라 생각해 왔다. 여행을 하다 보니 세상에는 흥미로운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많고, 그들을 보고 있노라니 본인만의 성공을 위한 삶이 아닌,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삶을 따라가고 있더라. 내가 알던 나의 인생과 삶은 그들에 비하면 너무 무미건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느 날, 머리를 크게 한 대 맞은 것처럼, 작지만 큰 충격적인 비밀을 깨달았다.

내가 사실 이 세상에서 별 거 아니라는 느낌? 



레인보우 게더링, 전 세계적으로 열리는 평화를 노래하는 히피 커뮤니티(공동체) 모임.


나는 운이 좋게 이를 호주에서도 몇 번 찾아갈 수 있었는데, 사실 나의 첫 번째 레인보우, 그곳에서 나와 지금의 파트너 장과의 만남도 시작되었다.


레인보우 게더링은 주로 파티나 페스티벌로 생각하는 친구들도 많이 봤고 (그도 그럴만한 것이 full moon 보름달이 뜨는 날은 노래하고 춤추는 행사가 있긴 있다.) 또는 이상한 사이비 단체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봤다.하긴 나도 처음에는 이 게더링이 뭐 하는 곳일까 궁금하면서 도저히 감이 안 잡혔다.


당시 처음 게더링을 알게 된 계기는 그 시기에 호주 타즈매니아 TASMANIA의 자연 속에서 열리는 파티를 가봤고, 이러한 파티들에서 느낀 점은 여기는 그저 술 먹고 끝이 아니라, 술을 먹지 않고도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뭔가를 배울 수 있겠다는 느낌. 내가 알고 있던 개념의 파티는 정말 다른 파티라는 것.


저녁에 시작하는 본격적인 파티에 앞서 아름다운 몇 명의 무리가 피크닉처럼 돗자리에 모여 앉아, 서로가 서로에게 페이스페인팅을 해주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름다운 햇살 아래에 내 눈에 비친 그들은 마치 숲 속 요정들 같았다.


어쩌다 그런 돌발적인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그저 그들 사이에 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서 나도 그려줄 수 있냐고 소심하게 앉아보았다. 그들은 오히려 너의 얼굴에 그려줘도 괜찮겠냐고, (나를 믿냐는 식의 물음 같았다) 조심스레 물어봤고 그들의 낯선 이에 대한 환대로부터 따스함을 느꼈다. 


그때, 주위로부터 어렴풋이 레인보우를 전해 들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너는 레인보우 갈 거냐, 이런 이야기가 오갔고, 나는 그들에게 도대체 레인보우가 뭐냐고 물어봤다. 어느 누구도 자세하게 설명은 해주지 못했던 듯하다. 그렇지만, 가면 자연 속에서 많은 사람들과 보고 배우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점, 그리고 레인보우를 갈 거라는 이 새로운 친구들 속에서 느껴지는 호기심과 기분 좋은 느낌들, 이 느낌들을 믿고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히', 나의 여행 과정에는 '우연히'가 많이 존재한다.


호바트 Hobart에 있는 호스텔에서 하루동안 알면서 친해진 친구들이 있었고, 그들 중 한 명이 로드 트립을 가겠다고 했다. 본인의 차가 있었고, 작은 차지만 경비 부담도 다 같이 하고, 혹시 같이 여행할 생각 있으면 가자는 제의를 받았다. why not을 외치며, 당시 나의 방에 있어 친해진 미국인 친구 한 명, 호스텔 앞에서 앉아 있다가 만난 일본인 친구, 나, 여행을 주도한 이스라엘 친구 이렇게 넷은 대뜸 로드트립 팀을 결성해, 한 시간 안에 급하게 짐을 싸 여행을 떠나버렸다. 

내 인생에 최단의 시간으로, 그날 처음 알게 된 사람들끼리, 만들어진 랜덤 로드트립이다.

 

이전 04화 open relationship에 대한 이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