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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주 Mar 24. 2024

낯선 곳에서 낯선 나를 발견하다

떠돌이의 길이 다시 시작되었다. 내 앞에 놓인 안정된 계획이라는 것이 없이 말이다. 약속된 직업과 집은 어디에도 없다. 어떤 길을 떠나도 상관없다. 길을 떠나야만 하는 순간이 되었다. 비자는 만료되었고, 우리는 호주를 떠났다.


누군가 물어봤다. 비자가 만료되어 같이 떠나는 나와 장의 이야기를 듣고는, 둘이 함께 호주를 온 것이냐며. 우리는 이주 남짓 간격을 두고 호주를 비슷한 시기에 왔고, 1년 간 서로 다른 여정을 한 후, 마치 예전부터 알던 사람처럼 자연스레 함께 여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호주를 함께 떠나게 되었다.


호주에서 만난 친구들 중에 마음이 맞아 오랫동안 떠돌이 여행을 함께 한 친구들이 있다. 우연히 친구가 발견한 오래전 동영상. 모두 함께 여행 다니기 1년전즘, 다른 지역에서 나와 장은 길거리 버스킹을 하는 뮤지션 앞에서 즐겁게 춤을 추는 사람들을 만났고, 함께 음악에 몸을 맡기며 기쁨을 나눈 기억이 있었고, 친구가 발견한 동영상에는 나와 장의 모습이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기억이 안나도 그 순간 기뻤던 것이 기억났다. 잠시 스쳐 지나간 인연임에도. 인생의 갈래라는 것이 수많은 시간과 공간 속에 놓여있음에도 우리는 다시 한번 만날 수 있었다.


운명이 여러 번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어도, 사실 나의 의지가 들어가지 않으면 결실로 맺어지기 힘들다. 비슷한 관심사, 비슷한 에너지와 분위기, 라이프스타일. 치앙마이에 있을 당시 마사지 스쿨에 등록하는 날, 우연히 마주친 영국 여자애가 있었다. 스타일리시하고 매력적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날 그 마사지 스쿨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절에서 그녀를 또 마주했다. 그때부터 인연이 뭔가 있는가 보다 싶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며칠 후, 치앙마이가 아닌 빠이에서 길 가다 우연히 만났다. 사실 두 번째 만났을 당시, 솔로 트립을 하고 있는 그녀를 보며 조금 더 말을 걸고 싶어 입이 약간 근질거렸다. 내 몸이 머리보다 먼저 반응하는 것을 보면, 마음과 운명이 느끼는 것일까. 분명 대화를 하면 비슷한 관심사가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냥 귀찮아서, 아니 당시 나는 장과 함께 여행을 하고 있어 외롭지가 않아서. 기회를 만들지 않았다.


이렇게 우리 수많은 인연과 우연들의 법칙을 무시하다 보면, 뭔가 내 삶이 가는 방향이 맞는지, 나의 의지와 계획대로 이어지는 시간들이 무료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우연에 대한 가능성을 최대한 접어두고 시간을 보내다 보니, 세상으로부터 단절된 기분이 들어 다시 한번 내 시간을 가져 본다.



가족과 우리, 낯선 곳에서 발견하다.


호주를 떠났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 호주를 떠나는 순간, 지금 태국에 있다. 그것도 나 혼자만이 아닌 장과 그의 부모님들과 함께하는 여행을 하는 지금, 하루하루의 계획을 잡는 나의 모습을 보며 머리가 조금 복잡했다. 외동아들이면서도, 일찍부터 부모로부터 독립을 한 장에게 여러 가지 고민이 되는 시간이다. 부모에게 가장 착하고, 좋은 아들이 되고 싶으면서도, 더 이상 보호를 받을 필요 없는 어엿한 성인이 되었음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서로가 알지 못하는 각자의 깊은 속마음과 기대가 함께 공존한다.


언젠가 어렸을 적에 엄마한테 솔직하게 물어본 질문이 기억난다. 엄마는 어느 정도 어른 나이가 지나고 나서도 끊임없이 질문을 하는지, 자아성찰을 계속하는지. 지금 시점에서 나를 보면,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당시 나에게 부모님은 나와는 거리가 먼 어른이었고, 어른이 되면 십 대 시절처럼 방황하지 않을 줄 알았다. 세상과 나를 연결 짓고 있는 이 시점에서 나와는 다른 시간을 보낸 부모님의 시간과 현재를 함께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나이가 들면서 나도 모르게 세워 올린 믿음과 자존심이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굳어진다는 것도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이제 나와 부모님을 자식과 부모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이해하는 순간이 되었음을 배워가는 것이다.


이곳 삶이 어떤지 궁금해졌다.

태국 도시의 거리들을 걸어 다니면, 인스타그램에서 보이지 않는 현실적 삶이 보인다.

더운 열기 속에서 뜨거운 꼬치구이를 만들어 팔고, 거리를 걸어 다니며 작은 물건들을 팔러 다닌다. 이와 함께 도시는 야속하게도 사람들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끊임없는 발달로 세워진 도시의 고층 건물들과 쇼핑센터의 모습들.


아름다운 이곳에서 돈으로만 자꾸 무언가를 사려하니, 소비의 행위가 가져다주는 무료함이 든다. 지금 저 거리에 있는 사람들과 다르게 제법 안정적인 가족과 나라에서 태어나 이 나라에서 돈을 쓰고 있다. 세상에 완벽한 평등함은 없다.


이곳 사람들의 미소가 보인다. 거리에서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그들의 웃음이 돌아온다. 당신도 나를 보았구나, 서로가 서로를 인지하고 있다. 언어가 달라도 통하는 기분이 이런 거다. 내 눈에는 고생하는 것 같아 보여도 그 안에 그들의 역동적 삶이 있고, 그 안의 행복한 순간이 있다.

지금은 장의 부모님께 편안한 여행, 휴양지의 시간을 보여주고 싶어, 여행객으로만 가득 찬 태국의 한 섬에 어떻게 이 분위기를 즐겨야 할지 모르는 나를 발견하고 있다.




2년 전에 엄마가 처음으로 혼자 비행기를 타고 호주를 찾아주셨다. 장과 함께 10일간 우리는 타즈매니아와 시드니를 둘러보았다. 좋은 숙소, 아름다운 자연, 맛있는 먹거리들을 접했지만 그중에서 엄마가 유난히 행복했던 순간들이 기억난다.


주말 마켓에서 우연히 우리에게 말을 걸던 호주 노부부, 옆에서 자연스레 대화를 하는 순간들. 계획에 맞추어 여기저기 옮겨 다니던 순간들도 너무 멋졌지만, 우연히 낯선 사람들과의 교류가 가져다주던 파장.. 계획하지 않던 순간, 낯선 우리는 놀라고, 성장한다.


우리의 알파라의 시간은 지났다. 다시 나는 낯선 곳으로, 두려움 없이 세상 속으로 뛰어들기로 했다. 낯선 곳에서 끊임없이, 낯선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알파라 레스토랑의 이야기를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알파라, 호주 오지의 아름다움을 담은 동영상을 만들었습니다.

함께 공유해 보아요.


https://youtu.be/h1eU6F7qLtU?si=p0Kpdy0Vm-ke3E3n

알파라 레스토랑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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