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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플랜B 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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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동호 Aug 20. 2023

꿀벌과 함께 춤을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

공간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꿀벌은 분봉分蜂을 준비한다. 생명은 에너지가 충만해지면 기운을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는데 쓰고 싶어 진다. 분봉은 꿀벌에게는 세포분열이자 자식을 낳는 것과 같다. 여왕벌은 새로운 여왕벌을 낳고, 일벌들을 데리고 벌통을 모험을 떠난다. 


물론 공간은 부족하지만 벌통이 가득 찬 것은 아니었다. 꽃도 이제 막 피기 시작했고, 어린 동생들도 이제 태어났다. 분봉을 준비하기 위한 조건이 완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빈 공간이 없으면 꿀벌들은 꿀 채집 활동을 줄인다. 채집활동을 줄이는 것을 꿀벌들의 잠재력이 정체되는 것으로 봐야 할지, 꿀벌들에게 가혹한 노동인 채집을 줄이는 것으로 봐야 할지, 지금으로서는 잘 모르겠지만. 


저장 공간 부족 상황에 대한 일벌의 고민은 잘 모르겠고, 벌통 내 최고참 큰언니 정찰벌들은 춤을 시작했다. 엉덩이를 떨며 뱅글뱅글 8자를 돌았다. 꿀로 가득한 꽃밭이 어디 있는지 알리는 춤이었다. 자매들에게 꿀 수확은 경쟁이 아니고 협동이다. 모두의 식량을 확보하기 위한 집단행동. 끝내주는 꽃밭을 발견한 정찰벌은 집에 있는 자매벌들 생각을 한다. 꽃에 자신의 냄새를 남기고 집으로 돌아와 춤을 춘다. 태양을 기준으로 벌통과 꽃의 각도에 맞춰 방향을 튼다. 엉덩이를 흔드는 만큼이 꽃밭과의 거리다. 춤을 관찰한 꿀벌들이 꽃을 향해 날아간다. 꽃에 있는 언니벌의 냄새를 맡는다. 정보가 검증되면 다른 벌도 춤에 합류한다. 꿀벌들의 춤판이 벌어졌다.


양봉 자재 용품점에서 소초광을 샀다. 


육각형 벌방이 만들어진 벌집을 소비巢脾라고 한다. 소비를 만들기 위한 기초가 있는 틀을 소초巢礎라고 한다. 보금자리 '소'와 주춧돌 '초'를 쓴다. 소초는 사각형 나무틀에 파라핀 판을 끼워놓았다. 파라핀은 육각형 벌집 모양으로 양각되어 있다. 꿀벌들이 집을 짓기 쉽게 만들기 위해서다. 갖고 있는 벌집이 없는 나는 소초광을 샀다. 소초광을 원래 있던 벌집 사이에 끼워준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아이들처럼 벌들은 요즘 같은 시기에 벌집을 쑥쑥 만든다. 육각형 가이드를 따라 밀랍을 바르기 시작했다. 연 노란색 밀랍벽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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