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소를 하자
여전히 아침이 쌀쌀하다. 봄벌을 깨운 이후는 겨울보다 보온에 힘써준다. 나른한 낮기온에 보온을 방심하기 쉽지만 아직 아침, 저녁이 춥다. 봄을 시작한 벌통은 분주하다. 벌통에선 산란이 시작되었고, 애벌레가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선 섭씨 35도가 되어야 한다. 언니 꿀벌들은 일시적으로 낮은 온도를 견딜 수 있지만 애벌레는 저항력이 없다. 꿀벌들은 벌통 내부를 일 년 열두 달 35도를 유지한다. 일벌들이 날개 근육을 떨어 온도를 높인다. 하지만 인력(?)으로 올려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덥혀야 할 공간이 넓을수록 머릿수가 적을수록 개별 일벌들이 감당할 노동이 많다. 난방 일을 줄여주기 위해 벌통 내부를 빽빽하게 유지하고 보온재를 겨울보다 더 덧대준다. 하지만 공간이 적으면 알을 낳을 공간이 없어진다. 상황을 보아가며 공간을 조금씩 늘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꿀벌이 늘어나는 것을 보며 벌집(공간)을 천천히 늘려간다. 양봉술 책에도 '벌집을 넣어주는 것은 천천히, 빼는 것은 과감하게' 하라고 쓰여있다. 어떤 기준으로 넣고 빼야 하는지는 쓰여있지는 않다. 경험과 감의 영역인가. 벌통 속에는 벌집이 여러 장 들어간다. 벌집 끝에 격리판을 두게 되어 있다. 격리판은 얇은 나무판이다. 꿀벌에게 격리판 안까지가 생활공간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격리판 바깥에 여분의 벌집(소비)을 넣어준다. 벌들이 공간이 부족하면 이곳으로 조금씩 넘어와 활동을 한다.
아까시가 필 때까지 인내가 필요하다. 마음이 가장 바쁜 것은 꿀벌들일 것이다. 곧 겨울을 지낸 겨울벌들은 모두 죽는다. 죽기 전에 벌통을 이어갈 동생 벌들이 태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일벌들은 육아도 하지만, 집안 청소도 해야 하기 때문에 집이 넓으면 병이 생기기 쉽다. 이때 급하게 벌집을 개수를 늘리면 병 발생이 쉽다. 모르고 있었는데, 잠시 시찰 나오신 벌들의 아버지가 내검을 하다 병을 발견했다. 벌방에 하얀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백묵병이라 한다. 곰팡이병으로 습한 환경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백묵병은 애벌레가 하얀 미라가 되어 죽는 병이다. 강군을 만들어주는 것이 해결법이라고 한다. 일벌들의 열에 의해 곰팡이를 제거하는 것이다. 벌집(소비) 하나를 빼서 공간을 줄여주었다. 벌통을 건조하게 만들어준다. 벌들의 아버지는 벌통을 앞쪽으로 기울여서 벌통에 습기가 고이는 것을 방지하라고 했다. 벌통을 기울이는 것은 빗물이 벌통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는데도 좋은 방법이다. 벌통을 땅에서 띄워 지면의 습기가 들어오는 것을 방지해주는 것도 좋다고 한다. 꿀벌이 야생에서 집을 선택할 때 나무 위를 선택하는 이유가 이런 이유 때문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봄벌을 깨운 이후로 벌통 속에 곰팡이가 피고 있었다. 벌집이 모여 있는 곳은 아니고 빈 공간에 하얗게 피고 있었다. 벌통을 교체하기로 했다. 꿀벌 식구들이 가장 적은 이때, 뽀송한 벌통으로 교체하는 것이 벌들에게도 좋지 않겠는가. 새로운 통은 깨끗하게 소독해 준다. 가스 토치로 벌통 내부를 가볍게 태운다. 잡균과 곰팡이 포자가 있을 수 있으니. 알코올이 있으면 좋겠지만 아쉬운 대로 개미산을 뿌린 후 햇볕에 말려주었다. 락스를 희석한 물을 뿌려 닦는다고도 하는데, 없는 관계로 락스까지 뿌리진 않았다. 벌통 안을 불로 지지기 전에 하이브 툴로 벌집에 붙어있는 밀랍 조각을 떼어준다. 밀랍조각이 불에 녹아 붙어버리면 떼어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벌통의 여분이 하나뿐이라 한통씩 돌아가며 대청소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