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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란도란프로젝트 Jun 16. 2024

"떡라면"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마흔 다섯 번째 주제


요즘 부쩍 라면을 먹고 싶은 날이 늘었다.


나는 탄산도, 라면도 그닥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그렇다고 샐러드, 건강식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요즘 부쩍 

그 매콤하고 짠 국물이 당기는 것이다.


나는 계란도 없이

오롯이 라면만 끓여먹는 게 좋은데,

계란이나 치즈는 왠지 풀어져 버려서 그렇다.


그래도 딱하나 괜찮은 게 있다면

떡라면이다.


딱히 퍼지지도 않고 쫀득하고 부들거리는 떡에

간이배는 것도 좋다.


면과 식감이 섞이는 게 싫은데도

떡을 먹는게 맛있다.


예전과 많은 것이 달라진다.

라면을 이것저것 사두기 시작했고,

살림살이들을 사기 시작했다.

유연제를 종류별로 사고,

또 청소용품을 산다.


구비함으로써 역할을 다 해낸것만 같아서 그렇다.


냉동실에 담긴 떡도,

내가 야금야금 기대하는 미래도,

언제 굳어질 지 모를 헛된 것 같다가도

또 이내 꺼내게 되는 것이다.


별 걱정없이

꼬들한 라면이 먹고 싶은 날이다.



-Ram


친구 어머니가 이번 설에 가래떡 한 박스를 해서 보내주셨다. 가족들 여기저기 나눠 줬는데도 이미 냉동실 한 칸이 가래떡으로 꽉 찼다. 가래떡을 좋아하니까 늘 가래떡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벅차지만 한편으로는 언제 다 먹을까 싶은 마음, 그리고 괜히 냉동실에 오래 뒀다가 맛이 없어질까 봐 조바심이 났다. 집에서 간식으로 찜기에 가래떡을 쪄 먹기도 하고, 캠핑 갈 때 두세 개씩 가져가서 구워먹기도 하고, 밥 대신 가래떡을 쫑쫑 썰어서 떡볶이를 해먹기도 하고, 가래떡을 조금 더 잘게 썰어서 라면에 넣어먹기도 하니 4개월 사이에 냉동실에 있는 가래떡 칸이 훅 줄었다! 특히 떡라면을 먹을 때마다 종종 마트에서 떡라면 용으로 떡국떡을 사서 집에 쟁여두는 아빠가 생각난다. 꼭 엄마가 주말에 혼자 외출하게 되면 전날이나 당일 아침 아빠를 위해 밥과 국을 해두고 가지만 꼭 냉동실에서 떡국떡을 꺼낸 후 찬물에 불리는 아빠. 꼭 외출하면 삼겹살만 찾는 아빠. 순대도 내장은 안 먹는 아빠. 과자 좋아하는 초딩입맛 아빠.



-Hee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예전엔 많이 보이던 김밥천국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김밥은 이제 한 줄에 삼천원이다.


한국인이라면 라면에 김밥 조합을 모를 수 없다.

어렸을 때 수영이 끝나면 라면과 김밥을 먹었다.

음식에는 늘 추억이 있다.


엄마가 한 번씩 끓여주던 떡라면도 맛있었지.

엄마가 해주면 아무리 단순한 음식도 한결 깊어진다.

신기하다.


분식집이나 대학교 학식에서 먹던 라면 맛이 그립다.

뭘 먹어도 맛있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젠 뭘 먹어도 그냥 그렇다. 


떡라면도 좋지만 심플하게 끓인 라면이 좋다.

점심으로 열라면에 매운 고추를 넣고 끓여 먹어야지.


라면하면 생각나는 장면이 커피프린스에서 은찬이가 한결이 집에 가서 버너와 양은냄비에 같이 라면 먹는 장면인데, 이제는 여름이 와도 커피프린스를 다시 못볼거 같아 슬프다. 


아무도 안 죽고 아무도 안 아픈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인이


2024년 6월 16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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