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여든 세 번째 주제
어떻게든 되겠지,
이 지독한 말을
난 끝없이 내뱉었다.
사실 알고있었다.
어떻게도 되지 않을 것이고
어떻게 되기까지 날 내버려둘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지긋지긋한 낙관주의로 살고싶어 발버둥친 것 뿐이다.
사실 나아지는 것은 없겠지
그럼에도 빌고 또 빈다.
어떻게든 되라고, 되리라고.
나는 지나치게 걱정했고
두려워하며 쏟아지는 미래를 받아냈다.
과거는 놓지도 못하고 버릴줄도 모르면서,
뭐든 움켜쥐고 싶었거든.
놓아야 다시 잡을 수 있는걸
그땐 두려워서.
그래도 이제 어떻게든 되어가는
나를 붙잡을 수 밖에 없다.
이 찬란한 시간들이
온통 낙관에 기대어
버려지고 있는 기분이 들어서,
내가 가여워서,
슬프지 않다 되뇌이는 내가
안타까워서 그렇다.
낙관,
좋아지고 괜찮아질거란 기대를
나는 이제 조금 버리고 가려고 한다.
난 사실 끔찍하게도
낙관을 흉내내는 비관주의 일지도
모른다는 그 현실을 깨달으면서 말이다.
사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거라는
불신을 담고서.
-Ram
1.
골치 아픈 일들이 은근히 내 머릿속에 스며드는 요즘. 다르게 생각하면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일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신경 쓰고 싶은 일들이기도 해서 스스로를 괴롭히고도 있다. 그래도 하나하나 수월하게 넘어가고 있으니까! 생각한 대로 해내면 되고, 움직이면 된다. 그리고 나중에 나는 지금처럼 웃고 있을 거니까 다 잘 될 것이라고 믿는다.
2.
근데 갑자기 든 생각인데, 만약 약간 스스로가 염세적이고 부정적이거나 비판적인 사람은 머리가 안 아플 순간이 있을까? 걱정만 해야 하고, 좋지 않은 결과들이 마구 떠오르면 그건 그거대로 스트레스일 텐데. 아예 뇌의 구조가 다른 걸까? 어떤 생각의 흐름을 가지고 있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Hee
1.
최악을 가정하는, 기대를 품지 않는, 다소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삶에 신물이 올라올 때가 있다. 필요 이상으로 나이스한 사람을 만나 바라지도 않던 호의를 입었을 때, 우울과 불안에 익숙한 삶이 나와 이어진 누군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느껴질 때, 그럼에도 그가 밝고 맑은 마음을 놓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을 보았을 때.
삶을 낙관적으로만 살아가는 그를 현실을 간과하거나 외면한 채 이상을 추구하는 철부지라고 생각했는데, 누구에게나 똑같이 차가운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굳이 희망만을 이야기하고 늘 친절하고 밝은 모습을 유지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고는 그가 얼마나 강인한 사람인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소극적이고 도망만 치는 비겁한 삶을 살아왔는지 알게 되었다.
2.
인생 첫 풀코스 마라톤을 한 주 앞두고 있다. 설레면서도 긴장된다. 욕심이 많아서 자주 몸을 혹사했고, 자주 부상을 입어 쉬었다. 러닝 시계는 내가 3시간 30분 안에 완주할 수 있다고 지나치게 낙관하는데, 스스로 세운 목표 기록은 점점 낮아지다가 지금에 와서는 그저 걷지 않고 완주만 할 수 있어도 성공이라 정했다.
겨울 동안 춥다고 조깅을 소홀히 했던 스스로를 후회하긴 하지만 괜찮다. 뜀박질을 몰랐던 때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훨씬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기록보다 뛸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실전을 훈련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쉽게 뛸 생각이다. 마라톤 한 번 완주한다고 삶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Ho
낙관은 게으름이라고 생각했다.
생각하기 싫으니까 대충 이쯤에서 타협하자는 게 낙관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가진 나이기에, 나는 최소한 플랜 C까지는 세워놔야 되는 사람이었다. 근데 점점 그런 내모습에도 진이 빠졌고, 그냥 순리대로 되겠지. 일단 할수있는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던, 절대신에게 맡기던 맡기자고 생각하니 좀 편해진 것 같다.
나의 이런 성향이 어디서 왔을까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받아왔던 교육의 영향 같기도하다.
천연자원이나 지하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실패는 곧 죽음을 뜻했음으로 "절대 실패하면 안되"하는 마음이 지배적인 것이다.
음식 하나를 시켜도 몇십개의 리뷰를 보고 검색을 한다. 언제부턴가 그게 너무 피곤해져서 그냥 메뉴이름만 보고 고르기도 한다.
반면에 우리 남편은 내가 이런 생각도 미리 해둬야지, 이런 것에 대한 계획도 미리 해둬야되지 않아?(주로 부정적인 쪽으로)하면
"나는 그런 네거티브한 생각을 미리 해서 나의 자신감을 하락시키고 싶지 않아. 그리고 나는 내가 그걸 해낼수 있다고 믿고, 내가 그걸 가질거라는 걸 믿어"라고 한다.
너무 다른 우리지만, 결국엔 남편의 성향을 따라가는 것이 맞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둥바둥, 악착같이, 독하게, 갓생 이런 키워드가 장착된 한국사람에게는 매우 어렵지만 말이다.
모르긴 몰라도, 결국엔
낙관이 비관을 이기는 건 사실이니까.
-인이
2025년 3월 9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