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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미숙 Jul 14. 2021

9편. 제 휘하 조직장과 궁합이 맞지 않아요

리더십이 어려운 당신에게






Sensation(인식)과 Perception(지각)

⁠아래 그림을 어디선가 비교해 보신 적 있으실 거예요. A 그림을 보여주면서 어떤 그림으로 보이냐 여쭈면 대체로 ‘생쥐’라고 답하시죠. 그런 뒤 B그림을 이어서 보여드리면 ‘역시 생쥐‘라고 답하세요. 당연하죠?! 그런데 C그림을 먼저 접하면서 ‘아저씨’로 인식한 분들께 B그림을 보여드리면 ‘역시 아저씨’로 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재밌죠? 무엇을 먼저 보느냐에 따라 똑같은 B그림을 ‘생쥐’로 혹은 ‘아저씨’로 해석하니까요.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세상의 많은 정보들이 우리의 감각(sensation)을 통해 들어오지만, 우린 이걸 그대로 흡수하지 않죠. 오감각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기존의 지식을 활용하여 해석하는, “지각(perception)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죠.



감각 vs 지각

⁠감각(sensation) : 환경의 물리적 에너지를 신경 부호로 부호화하는 과정

⁠지각(perception) : 이 감각정보를 해석하는 과정. 환경에서 온 정보들을 부호화하여 감각하게 되고 이를 자신에게 의미 있는 형태로 처리하는 과정을 통해 지각하게 됨  [출처 네이버 사전]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우리는 자신을 유능하게 해 주거나 효율적이게 해 준다고 믿는 필터들을 가지고 있죠. 바로 이런 필터들이 외부로부터 오는 정보들을 해석하고 분류하여 깊게 수용하기도 하고 폐기하거나 혐오하게 되기도 해요.


⁠이게 누적되면서, 의사결정, 전략, 우선순위, 그리고 호불호에 대한 필터들 (underlying perceptions)을 만들게 됩니다. 나만의 독특한 관점 (personalized view)을 갖게 되는 거죠.




이 사람도 쓸만한 사람이라구요?

⁠위 대화의 곽전무님은 본인이 했던 성향 진단을 다섯 명의 상무도 해보길 원하셨어요. 진단을 진행한 후 그 결과를 가지고 두 가지 작업을 했습니다. 우선 곽전무와의 일대일 코칭에서 진단 결과의 의미를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수십 년간 사람을 봐왔기에 곽전무께서 사람을 보는 눈썰미는 정확했습니다. 다만 큰 차이점은 그것에 어떤 의미를 두느냐는 것이었지요. 곽전무께서는 호불호가 강하셨고, 제가 풀어드리는 관점은 '모든 임원의 강점과 그 강점을 발휘할 환경을 어떻게 조성해 줄 것인가' 였어요. 앞서 말씀드린 생쥐로 보느냐 아저씨로 보느냐의 관점이 여기에 또 한 번 적용되는 거죠.


즉, 곽전무의 과감한 생각이 ‘혁신’이란 결과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철저한 백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곽전무는 ‘마음에 들지 않는 그 상무가 정리해 온 과거 데이터’를 보면서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을 얻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이 없거나 혹은 아이디어를 좀 더 쿠킹 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내가 하는 것은 귀하고 의미 있는 것인데, 상대방이 하는 것은 가치가 덜한 일이다’라는 생각이 불거져 나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분리해야 하는 거죠. 상대가 기여하는 것, 내가 기여하는 것, 그 안에서 일어나는 고통을 해결하고 원하는 방안으로 나갈 수 있는 해법을 말입니다. 그 해법이 분명 ‘내가 하는 방식으로 당신도 해줘야 해’는 아닐 겁니다. 그 세션 마무리에 전무님의 성찰은 참 의미 깊은 것이었습니다. “저처럼 조직에 25년 이상 있는 사람들은 사람의 성향을 캐치하는 비법이 있습니다. 저도 그렇구요. 다만 오늘 코칭 시간을 통해 사람에 대해 캐치는 잘 했으되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제 필요와 관점으로만 해석했었네요. 아직 그들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반드시 조직에 필요하고 제게도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코치님, 우리가 좋은 팀인가요?

⁠상무들의 진단 결과를 가지고 진행한 두 번째 활용은 팀빌딩 워크숍입니다. 변화무쌍한 사업환경에서 조직의 미션을 이루려면 내부 사람끼리 분열이 되면 안 되지요. 우리가 ‘하나의 팀’ 임을 확인하고 팀으로 세우는 과정을 팀빌딩이라고 합니다.


⁠처음 함께 모였을 때 상무님들은 “오늘 저희 모습이 다 드러나는 거 아닙니까?”하며 털털하게 웃었지만, ‘절대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나쁜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게 해 주세요’라는 강렬한 메시지로 들렸습니다. 암요… 제 목적은 팀빌딩입니다.


팀빌딩을 통해 나누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런 겁니다.

⁠① 각자의 강점이 있다, 전무님의 강점이 있는 것처럼 상무들 각자의 강점이 있다.

⁠② 이 강점들이 발휘되고 시너지를 내야 조직의 미션을 이룰 수 있다.

⁠③ 상사가 화를 내거나 몰아붙일 때는 나에 대한 불만보다는 그 상사의 일하는 방식과 패턴이 이유이기가 쉽다. 그러니 상사의 일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이에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무님은 기존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을 중요시 여긴다. 여기에 한 단계 더 나아가서 그 데이터를 고려할 때 새로운 방식을 제안해 주길 원하신다. 그러니 전무님의 일하는 방식에 대응하기 위해 팀장들의 도움도 함께 받으시라.

⁠④ 상사의 미션 중 하나는 함께 하는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 가장 몰입하고 성과를 내는지 알고 필요한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전무님께서는 상무 각각의 강점과 동기부여 요인을 아시고 지원해 주셔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고, 일하는 재미가 쏠쏠해지며, 구성원들도 덩달아 몰입하게 될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말미에 한 상무께서 질문합니다. “그러니까, 코치님! 우리가 좋은 팀인가요?”라고요. 저는 눈을 크게 뜨고 확신에 차서 말했습니다. “그럼요! 환상의 팀이죠!”


⁠다들 한쪽 눈은 저를 보고 있었지만, 다른 쪽 눈은 전무님을 보는 듯했습니다. 곽전무께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셨죠. 완벽한 진심은 아니셨지만, 그래도 수용도가 더 높아진 듯했습니다



다른 조직으로 사람을 보낸다는 것

⁠다른 조직으로 사람을 보내거나 직위 해제하는 것…. 성과를 낼 수 있는 필요한 사람을 꾸린다는 측면에서 지금 당장은 불가피하다고 생각될 수 있습니다. 리더의 신발을 신어보지 않고서는 어느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죽했으면 그랬겠습니까.


⁠다만, 다른 조직으로 사람을 보내는 것이 리더에게는 ‘부메랑’이 됩니다. 몇 해가 지나고 그 부메랑을 제거했다고 생각되는 시점에서도, 아직 끝나지 않은 부메랑을 경험하게 됩니다. 확인되지 않은 스토리를 포함해서 그 리더에 대한 평판이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대물림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게 최선이야’라고 생각될 때, ‘1미터만 더 파기’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어쩌면 목적물을 1미터 앞에 남겨두고 포기하는 상황일 수도 있으니까요. 리더십의 여정은 늘 그런 것 같습니다. ‘1미터만 더 파보자’하는 심정으로 노력을 하면, 어느샌가 더 커진 리더십의 영향력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러나 보내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습니다

⁠앞서 대화에서도 나왔지만, 그 사람에게 맞는 직무를 위해 이동을 권유할 수 있습니다. 리더십의 해악이 크다면 직위해제를 할 수도 있겠지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사람이 있더라구요. 조직원이 자신의 필터(underlying perception)로 인해, 리더의 긍정과 진심을 다 거부하는 경우…. 이런 경우는 어쩔 수 없더라구요.


⁠그렇지만 다른 조직으로 보내는 순간이 오더라도, 끝까지 존중의 태도를 보여주세요. 그리고 마치 독립하는 자녀에게 뭔가 바리바리 싸주는 부모처럼, 다음의 장소에서 잘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 사람의 강점에 맞는 직무와 연결되도록 주변을 설득해주시고, 상대가 편견을 갖지 않도록 강점에 대해 어필해 주세요. 그리고 동기부여를 위해 어떤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지도 말씀해주세요. 가능하다면 다른 조직으로 간 후, 한 두 달 뒤에 식사를 함께 하면서 토닥여 주세요. 어려움은 없는지 어떻게 성과를 내고 상사와 조율해 가야 하는지를 말이에요.


⁠이런 리더의 노력은 진정성으로 전달됩니다. 나도 저런 일을 겪지 않을까 지레 겁먹은 구성원들도 안심하게 되구요. 조직도 빠른 시간에 몰입하게 될 겁니다.



⁠당신의 멋진 리더십을 응원합니다.


                                                                                            

                                                                                                     당신의 곁에서, 현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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