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비서가 되는 법 - 작가가 경험한 로펌비서 취업의 경향
*본 기고는 작가의 경험과 주관에 근거한 것이며, 모든 로펌비서 취업의 경우에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업적 목적으로 도용하지 말아주세요. 유사 경력으로 과외, 자소서 첨삭하시는 분이 있는데 제가 아닙니다*
2019년도 어느덧 몇 개월 남지 않았다. 월급쟁이에게 해가 넘어가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한 일도 아니기에 신경도 쓰지 않지만, 사실 로펌은 새해가 유독 의미 있는 시기다. 법인 내 가장 많은 낯선 얼굴들이 출현하는 시기, 연말연시는 로펌에 있어 바로 신입비서 채용과 OJT기간이다.
1. 채용의 시기와 형태
로펌의 스텝, 그중에서도 비서직 채용은 보통 겨울에 진행된다. 대기업의 공채와 같은 규모에는 못 미치지만 연중 가장 많은 인원을 채용하는 시기는 11~12월 사이이다. 2월 초 입사하는 로스쿨 졸업생 수에 따라 발생한 필요인력을 충원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수시로 나름 빈번(?)하게 소규모 채용 또한 진행하고 있다.
채용공고는 구인구직사이트에서 볼 수 있지만, 과거엔 특정 여대의 인턴쉽도 존재했었다. 그리고 현재에도 많은 여대생들의 경우는 학내 취업센터를 통해 채용소식을 접할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접한 내용이지만 모 로펌의 경우 사설 비서교육센터의 추천전형으로 비서 채용을 진행했다고도 들었다.
채용의 절차는 보통 서류-면접(1차, 필요시 2차)-발표의 순서이지만 통용되는 내용은 아니다. 강북에 위치한 한 대형 로펌의 경우 이력서를 온라인으로 제출 후 서류 전형 통과 후에 직접 이력서 서류를 방문 제출하고 면접자가 정해진다고 하고, 또 어떤 로펌의 경우 면접에서 영어면접을 시행하는 차수와 그렇지 않은 차수가 있다고 하며, 또 실무진 면접뿐만 아니라 담당 변호사와의 최종면접까지 본다는 펌도 있다. 그리고 최근 비서 채용에 인적성 검사를 도입했다는 경쟁 펌의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내 경우도 1차 면접까지 본 후, 2차 면접일을 통보받아 참석했지만 이미 채용은 확정되었다는 설명을 들었다. 동기들과 인사팀 면담 후 인사기록카드만 작성하고 집에 돌아왔었는데 이보다 2주 앞서 채용된 선배들의 경우 2차 면접까지 모두 진행되었다고 한다. 면접은 다대다로 이루어지며, 내가 재직 중인 곳에서는 보통 부서장과 각 비서팀장 그리고 인사팀장이 면접에 들어간다고 알고 있다.
면접의 형태도 단순한 문답의 형태이며, 내 경우 타 로펌의 기획실 면접을 본 적이 있었는데 보통 로펌의 면접은 채용시 평이한 질문들이 오가는 것 같다. 하지만, 대형 펌들이 갈수록 내부 체계를 변화시켜가고 있기 때문에, 맹신은 경계 부탁드리는 바다.
수시로 변화하는 채용절차를 무사히 거쳐 합격한 비서들은 짧게는 하루, 길게는 한 달 동안 교육을 받게 된다. 보통 소송과 자문 업무의 행정처리절차에 대한 개괄, 사내 문서 취급 관련 규칙과 규정, 각종 비용 처리방법을 교육받은 후 각 부서에 배치되어 실무를 익히게 되는데, OJT를 받는 부서에서 평가가 좋으면 바로 그 팀에서 담당 전문가가 정해지고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로펌 내에는 아주 다양한 팀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업무를 보좌하는 비서들의 경우, 실제로 업무를 하며 해당 팀의 특성에 맞는 일들을 익혀나가게 된다.
2. 로펌이 원하는 비서의 자격요건
몇 년 간 이직의 활로를 찾던 작가는 아직도 취업카페에 들어가곤 하는데, 로펌 비서에 대한 문의 글에 댓글을 몇 번 남겼더니 가끔 스펙을 묻는 쪽지를 받곤 한다. 하지만 내 스펙은 너무 과거 기준이라 주변에서 주워들은 내용을 조심스럽게 답변해주곤 하는데 대부분 ‘비서가 그 정도나 되어야 하나?’라는 뉘앙스로 반응할 때가 있어 난감한 경우들이 있다.
대부분 로펌의 비서직은 전공 불문이다. 선배들과 후배들을 보면 패션, 디자인 전공도 있고 심지어 무용과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외국어 능력은 필수로 갖추고 있어야 합격을 기대할 수 있다. 약 7년 전 입사한 작가도 아슬아슬하게 겨우 토익 900점대 였지만 당시에도 동기들 중 하위원이었고, 채용공고 상 기준 점수는 800점 이상이었다. 최근에는 거의 만점이거나 아니면 회화가 네이티브 수준이라는 신입들이 있다는 소문을 듣기도 하는데 취업난 때문인지 스펙이 갈수록 상향 평준화되고 있는 것 같다.
전공은 불문, 어학성적은 필수인 것 이외에는 딱히 관련 자격증 이외에 크게 필요한 요소는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비서 자격이나, 사무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두었었고, 약간의 경력도 있었다. 하지만 관련 자격이 전혀 없는 동기도 보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흔한 스펙 이야기를 벗어나 어쩐지 스태프들은 특유의 느낌이 난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이것은 작가만의 생각이 아닌 것이 확실한데 선후배 할 것 없이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 바로 '지하철역에서 내리면서부터 뭔가 우리 회사 사람들은 구분이 된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승무원을 준비하는 분들이 흔히 하는 ‘아시아나상’, ‘대한항공상’과 같은 고양이/강아지상 혹은 세련/정석 미인 등의 외적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어쩐지 차분하고, 조용하고 또 신중한 인상을 선호하는 듯하다는 개인적인 의견이다. 그러나 역시 이것도 하나의 견해일 뿐이니 너무 믿지 않으시는 것도 방법이다. (미인도 많지만 아닌 사람도 비슷하게 많다. 이상한 말들에 현혹되어 에너지를 다른 곳에 쓰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자질에 대해 말하자면, 아직도 작가는 합격 당시 채용담당자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잊을 수가 없다.
채용 공고 상 기재된 당연한 이야기를 다시 문의하거나,
구비서류를 정돈하지 않고 발송 한 사람들은 처음부터 걸러냈습니다.
입사 후 법원에 제출될 서류를 다루는 일을 할 사람을 뽑는 것이 목적인데 입사지원서 제출하는 자세부터 자질을 평가할 수 있는 시험이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로펌 비서들은 각종 서류의 형식을 만들고, 의사결정권은 없을지 몰라도 빈번하게 의뢰인, 법원, 정부기관 대 법인의 접촉의 매개가 돼야 하는 직업이다. 때문에 채용공고에 명시된 내용 하나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헤맨다면, 실제 업무를 처리하면서도 '문제 비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입사 후 교육기간이 없이 바로 실전에 투입되는 비서들에게 센스야말로 가장 큰 자질이 아닐까 생각한다.
실제로 작가도 인사팀에서 온라인으로 제출한 서류를 다시 인쇄본으로 준비해 내라는 요청에 나름 보기 좋게 인덱스 작업을 해서 제출했던 것이 스스로의 합격 비결이었다고 생각하곤 한다. 송무를 하면서 기록을 다룰 때, 정보를 보기 좋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또 송무 하는 비서의 역할 중 하나이니 말이다.
3. 준비과정, 학원이 꼭 필요한가?
최근엔 로펌 비서 학원도 생기고 암암리에 특강을 하는 비서들이 있다고 들었다. 대외비인 입사 교육 자료까지 반출해서 직무 교육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해서 문제가 되었었다. 최근 작가가 신입시절 교육을 담당했던 후배도 입사 전 학원에 다닌 적이 있다고 했다. 그녀는 나름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온 신입들과 대화할 일이 생기면 학원 이야기가 꼭 나오는데, 다수의 신입들이 학원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작가는 학원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리저리 들리는 이야기만으로도 각 메이저 로펌들은 비서에게 기대하는 수준의 업무의 영역과 수준이 다르고 또한 현직자들조차 급변하는 프로세스 때문에 매번 주의를 놓지 못하는데 어떤 교육이 행해지는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또한 회사에서 태도나 업무능력(예를 들어 업무의 흐름을 끝내 파악하지 못한)이 문제가 되어 퇴사한 신입이 얼마 전 수업을 하고 다닌다는 소리를 들어 모두가 뜨악하기도 했는데, 선배 P는 파워블로거가 되어 수업을 하고 다닌다는 퇴사한 한 비서를 두고 "걔가 다 망쳐놓은 케이스 수습하느라 다들 얼마나 애먹었는데, 그거 캡처해서 수강생들 보여줘야 한다니까"라는 말을 했을 정도였다. 그러니 부디 수강을 할 예정인 분들은 강사의 레퍼런스 정도는 체크를 하시길 바란다. 보통 신입은 길게 1년 정도는 실수를 해도 그러려니 하는 내부의 분위기와 같이, 실무를 통해 다양한 사례들을 접해야만 비로소 제 몫을 하게 되는 로펌 비서에 대해 고작 몇 개월 하다 그만둔 사람이 수업을 하고 있다면 과연 제대로 된 정보이기는 할지가 걱정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시간과 노력을 사무능력이나 성실함을 보여 줄 수 있는 스펙 만들기에 쓰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면접 철이 되면 사무실에서는 종종 팀원들이 본인이 입사할 쩍 이야기를 풀어놓곤 한다.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 겠지만 얼떨결에 입사한 사람부터 절실한 마음에 열심히 준비했던 사람도 있다. 결국은 직업을 인생에 있어 어떤 가치로 두고 임할 것이냐의 문제이겠지만, 작가로서는 이 직업이 그렇게까지 청춘을 투자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 몇 년째 전직을 바라는 작가의 상황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직이 결코 쉽지 않은 업계의 특성, 더욱이 회사가 비서에게 거는 기대란 골키퍼의 역할과 다를 바 없다는 점, 그리고 비서는 유리천장을 넘기에 가장 열악한 위치의 직군인 것 같다는 의견과 내가 지금 취업준비생이라면 당장 나쁘지 않은 급여보다 전문성을 기를 직군을 선택할 것이라는 소회를 남기며, 취업 전쟁 속 아직도 고전 중인 로펌 비서 지원자들에게 건투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