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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녀녕 May 25. 2024

밤에 아파트 불빛을 보며 위로를 얻는다

저마다 고민을 안고 산다

[여름: 제7부]


해가 저문 저녁에 창문 밖 풍경을 멍하니 바라본 적이 있다. 아마 그때의 나는 풀리지 않는 걱정거리를 안고 있었고 평소보다 기분이 가라앉은 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다행히도 사방이 어두워져 남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온전히 나를 들어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누군가에게 굳이 거짓 표정을 지을 필요도 없을뿐더러 나의 기분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하지만 어딘가에 덩그러니 홀로 남겨진 기분을 떨쳐낼 수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창문을 열고 맞은편 아파트 창문으로부터 나오는 불빛들을 보았다.  하얀빛, 노란빛, 약간 노란빛, 어두운 검정 등 네모난 창을 통해 뿜어져 나오는 불빛들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그 불빛들의 색이 제각기 다르다는 걸 깨달았을 때 위로를 받았다.  마치 세상이 너만 특별한 경험을 하는 게 아니야 라며 빛의 밝기와 색이 다르듯이 사람들마다 다양한 사연과 고민들을 안고 산다고 말을 건네며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 불빛들을 보다 보면 내 마음도 동화되어 컴컴한 어둠 속으로 밝은 빛들이 조금씩 들어오는 것 같았다. 그 위로 덕분에 홀로 어딘가에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을 사그라뜨릴 수 있었다.


당신도 고민이 많은 밤 창문 밖 풍경을 바라보는 걸 시도해 보는 걸 권한다. 굳이 미술관을 가서 예술 작품을 보며 감탄을 하지 않고도 우리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 작품의 해석은 각 세대에 비춰진 네모난 불빛을 시각화하여 사람마다 갖고 있는 마음의 온도와 색깔이 다르다는 걸 보여줌이라고 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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