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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녀녕 May 16. 2024

친구의 손 편지

2022년 8월 9일 편지

[여름: 제6부]


친구로부터 곧 소포 하나가 너희 집으로 도착할 거야 라는 연락을 받았고 며칠 후 집 앞에 놓인 소포를 보자마자 친구가 보낸 것임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신이 난 마음에 무게감이 있는 소포를 번쩍 안고 들어와 그 자리에서 박스를 열었다. 그 안에는 과자, 견과류, 건강식품들이 있었고 제일 아래 반가운 친구의 손 편지가 있었다. (친구와 안부를 물을 때면 문자와 전화를 이용하기 때문에 손 편지는 귀하다.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 손 편지를 받기 쉽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특히나 평소에 말하지 못했던 말이나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편지에 눌러 담을 수 있기에 편지를 읽을 때면 그 묵직한 느낌이 있다.)

 

편지 봉투를 열어 보니 2개의 손 편지가 들어 있었다. 하나는 최근에 나의 생일을 축하한다 라는 내용이 적힌 편지였고 다른 하나는 1년 전 여름에 작성했으나 나에게 부치지 못했던 편지였다. 1년 전 여름에 작성한 편지의 내용을 적어 보자면 아래와 같다.

“일이 끝나고 집에 왔는데 식탁에 올려져 있는 소포를 보고 꼭 네가 온 것처럼 반가웠어. 편지는 내가 그리워하는 너를 만나는 느낌이야. 편지를 아까워서 혹시라도 한 글자라도 놓칠까 봐 천천히 조금씩 아껴가며 읽고 있어.”라고 적혀 있었다. 이 문장들을 읽으면서 친구의 문학적인 표현에 다시금 감탄했다. 그리고 그 문장들을 읽으면서 나도 느꼈던 감정이기에 그 말들이 굉장히 와닿았고 학창 시절에 친구가 자주 써주었던 손 편지에도 이렇게 시적인 표현들을 많이 써주었는데 변함이 없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다음 문장에는 “나의 학창 시절과 젊은 날에 함께 많은 추억들을 만들어줘서 고마워. 힘들고 지칠 때 꺼내 볼 수 있는 그런 기억이 있는 게 참 소중한 것 같아. 그리고 비록 우리가 멀리 떨어져 살지만 제일 친한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행운이고 말이야. 우리가 성격도 생각도 더 성숙해졌지만 철없이 놀던 16살 때처럼 서로를 대한다고 하더라고 좋다는 게 오래된 친구의 특권 같아. 예전에는 별한 게 없다 생각되었는데 사실은 특별한 거라고 무엇보다도 그리운 거였어. 우리 항상 하루하루를 특별하게 여기자. 늘 고맙고 나도 널 응원한다.”

라고 군데군데 하얀 종이에 투박하게 쓰인 친구의 애정 어린 마음이 담긴 내용이 있었다. 친구의 편지를 다 읽고 나서 다시 천천히 읽어나갔던 것 같다. 슬픈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작년 여름에 나를 그리워하고 염려했던 친구의 다정함과  지금 소포를 받아 편지를 읽는 내가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을 친구가 적어 놓은 것 같아  눈시울이 붉어졌던 것 같다. 그리고 한국에 가면 예전처럼 소소하게 같이 놀고 싶다는 너의 말에서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금 상기시킬 수 있었다.


차마 쑥스러워서 만났을 때는 장난을 치며 너스레를 치겠지만 글을 쓰는 지금 친구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담아보려고 한다.

 “친구야 나에게 있어서 너는 선물 같은 존재야. 너의 한결같은 따뜻함 덕분에 내가 좋은 사람으로 스스로 느끼며 살아갈 수 있었다고 생각해. 기쁜 일이 있으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주고 슬픈 일을 겪으면 위로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어. 차마 편지에 담기에 쑥스러워서 너에게 적지 못했던 말이지만 이렇게 글에 적어 남겨 봐.”라고 2023년의 내가 언젠가 이 글을 읽을 친구에게 남기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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