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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녀녕 Jul 18. 2024

고마운 나의 친구, 푸

무지개다리를 안전하게 건너가렴

[ 가을: 제2부 ]



초저녁에 엄마로부터 본가에 있는 고양이 한 마리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마당에서 조그마한 새끼일 때부터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던 아이였기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순하디 순한 성격을 가져서 곰돌이 푸우의 성격을 닮았다고 해서 푸라고 부르곤 했다. 이름에 걸맞게도 푸는 눈꼬리가 아래로 처져 있어서 더 의기소침해 보이는 얼굴을 가진 고양이였다. 그래서인지 소심한 탓에 고양이 무리에서도 잘 어울리지 못했다. 그런 푸가 한 두 해 전부터 원인을 알 수 없이 자꾸 야위어갔고 바깥 생활에는 버티기 어려워 보여 우리 집에 있는 두 마리의 고양이와 한 식구가 되었다.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전 계속해서 야위고 입맛을 잃어 보였던 푸의 모습을 보며 속상한 맘에 자꾸만 모른 척했던 게 괜스레 미안해졌다. 평소와 달리 내가 보았던 푸의 마지막 모습은 밥도 잘 먹고 스크래쳐를 힘 있게 긁던 모습이었다. 그래서 우리 식구 모두 점차 건강해지고 있다고 믿고 있었는데 어쩌면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너의 밝은 모습이었을지도 모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푸의 부재 소식을 듣고 괜찮은 척 덤덤하게 행동했지만 마음 한 구석이 콕콕 쑤셨다. 그리고 잠들기 전 핸드폰 사진첩에 있는 푸의 사진 몇 장을 찾아보았다. 사진으로는 남아있는데 본가에 가면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조금 서글퍼졌다.  그런 서글픈 맘이 고양이의 삶이 짧아 슬픈 것이지 인간의 삶이 길어 슬픈 것인지 알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 짧은 만남이 아쉽고 또 아쉬운 것만은 분명했다.


 푸를 보내고 나니 이제 남은 두 마리의 고양이를 보며 다가오지 않은 이별이 덜컥 겁이 났다. 간혹 사람들이 반려묘나 반려견을 보내고 나면 다시 동물을 키우기가 두렵다고 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앞으로 나이가 들어갈수록 상실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되겠지만 익숙해지고 싶지 않은 단어다.

 글을 적다 보니 두서없이 써 내려간 것 같다. 어떤 말에 의하면 먼저 간 반려묘나 반려견이 하늘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하는데 나는 그냥 푸가 기다리지 말고 자유롭게 가고 싶은 곳에서 좋은 꿈만 꾸었으면 좋겠다. 푸야 좋은 꿈 꾸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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