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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녀녕 Jul 25. 2024

입맛이 변했다

입맛도 나이 들어가나 보다

[가을 : 제3부]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 있다면 무엇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다음과 같이 음식들을 나열할 수 있었다. 콩국수, 미나리가 들어간 탕, 육회, 칼국수, 김치우동, 쌈밥, 아구찜,열무비빔밥 등이 있다. 이 나열된 음식들을 보다 보면 어르신들이 음식 앞에서 ”너도 나이 들어봐라. 이런 음식들을 찾게 된다. “라고 말하셨던 게 생각났다. 사실 그 말을 하는 어르신들은 유년 시절부터 그런 음식들을 많이 접했기 때문에 유년기의 향수처럼 자주 찾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나는 자연에 가까운 맛이 느껴지는 음식을 먹을 기회가 생기면 도대체 무슨 맛으로 먹는 걸까 라는 의문만 들었다.


나는 떡볶이, 라면과 같은 달달하고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즐겨 먹었고 여전히 좋아한다.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이나 심심한 점심을 먹은 저녁에 유난히 더 생각이 나는 것 같다. 그에 반해 나물맛이 많이 느껴지는 음식, 건강한 맛이 잘 느껴지는 음식은 선뜻 젓가락이 가지 않았다. 그 음식 본질의 맛이 잘 느껴지는 것이 자극적인 입맛에 익숙해진 나에게 어색한 음식의 맛이었다. 어색하여 찾아 먹지 않다 보니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한 두 살 먹어갈수록 쉽게 빠지던 체중이 빠지지 않고 술을 먹고 난 다음날에도 거뜬하던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지는 걸 느꼈을 때쯤 나의 입맛 또한 변해가는 걸 느꼈다.  무더워진 여름에 전혀 좋아하지 않았던 콩국수를 누군가가 먹고 있으면 괜스레 한 두 젓가락 뺐어 먹었고  미나리가 들어간 탕을 시켜 먹으며 미나리 특유의 향을 음미하며 “사장님 미나리 좀 추가해 주세요.”를 외쳤다. 특히 삶은 양배추에 따끈한 흑미밥을 올려 쌈장과 함께 싸 먹는 걸 즐기게 되었다. 그 음식 재료가 가진 특유의 자연스러운 맛이 평범한 듯 슴슴한 맛을 내기도 하지만 잊을만하면 떠오르게 된다.


나이가 들면 복잡하던 생각들이나 인간관계, 습관들도 점차 단순해지는데 입맛 또한 요란하게 향을 입힌 음식들 보단 단순한 음식들에게 점차 끌리는 것 같다. 마치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그 사람 고유의 매력이 느껴질 때 그 사람을 또 보고 싶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번외로 안 먹게 되었던 음식을 찾아 먹게 되었다는 걸 생각해 보다가 문득 어렸을 때 좋아했지만 현재 찾아 먹지 않게 된 음식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어렸을 때 다른 반찬 없이도 오징어찌개 하나만 있으면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우곤 했는데 좋아했었다는 기억조차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엄마의 손길이 담겼던 칼칼하면서도 구수한 오징어찌개 맛을 떠올려보니 입 안에 군침이 돌았다. 이번에 본가를 방문하게 된다면 점심에 뭐가 먹고 싶냐는 엄마의 물음에 “오징어 찌개”라고 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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