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가 위아래를 잃는 방식
나는 아직 물속에 머물고 있었다.
더 이상 깎이는 것도 아니었고,
더 이상 흩어지지도 않았다.
움직이지 않지만,
내 안에서는 매일 새로운 감각의 좌표가 바뀌고 있었다.
그날,
나는 문득 고개를 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위를 향해 시선을 열었다.
그곳엔
하늘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던 그 하늘은 아니었다.
그것은
물에 잠긴 하늘,
흔들리고, 왜곡되고,
뒤집힌 세계의 모사였다.
구름은 천천히 흘렀지만,
그들은 땅 아래를 떠다니는 것처럼 보였고,
햇빛은 퍼지지 않고 가라앉고 있었다.
나는 처음으로
세상이 뒤집혀 보이는 경험을 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것이 진짜인가?”
“내가 보는 세계는 실제인가, 아니면 내가 처한 위치의 결과일 뿐인가?”
나는 수천 년 동안 세상을
항상 아래에서 위로,
고정된 방향으로 바라보아 왔다.
그러나 지금,
물속에서 마주한 하늘은
내게 말하고 있었다.
“방향은 감각이지, 진실이 아니야.”
“네가 어디에 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보고 있는지가 세계를 만든단다.”
내 위에 있었던 것은
늘 하늘이었지만,
지금 그것은
나를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내 안으로 잠겨 들어오는 무엇이었다.
그 투명한 막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는 위아래의 개념을 잃었다.
나는 점점
무게 중심이 흐려졌고,
나는 자신의 아래를 위처럼 느끼기 시작했다.
그 혼란은 고통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부드럽고 느린 해방에 가까웠다.
위와 아래가 사라진 세계에선
추락도, 상승도 없었고,
그저 머무름과 침잠만이 존재했다.
나는 비로소
존재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가 아니라,
그 존재를 어떤 시선으로 받아들이는가에 달려있다는 걸 이해했다.
나는 이제
내가 물 아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나는 그저
떠 있는 존재,
혹은
잠긴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 그 자체였다.
무게는 여전히 내게 있었지만,
그 무게는 이제 방향이 아니라
깊이를 의미하게 되었다.
나는 아래로 가라앉고 있었지만,
그 아래는
어쩌면 누군가의 하늘이었다.
세상은 결코
하나의 시점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이제 안다.
나의 ‘바닥’이 누군가의 ‘지붕’일 수 있으며,
내가 ‘무너지고 있다’고 느낄 때
사실은 다른 세계로 이동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나는 물속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내가 지금껏 붙들고 있던 방향성의 언어들을
조용히 놓아주었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세상을 이해하기보다 그냥 바라보는 일에
평화를 느꼈다.
당신이 바라본 세상은 언제 가장 낯설게 느껴졌나요?
혹시 지금까지의 '방향'이 틀린 것이 아니라, '시선'이 단 하나였던 건 아니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