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아니라, 적응이라는 이름의 둥글어짐.
나는 여전히 물속에 있었다.
움직이지 않았고,
움직일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내 몸은
천천히, 꾸준히
모양을 잃어가고 있었다.
물은 조용히 나를 쓰다듬었고,
흐름은 나를 감쌌으며,
시간은 날마다 아주 얇은 층을
내 몸에서 벗겨가듯 가져갔다.
그건 통증이 아니었다.
어떤 날은 간지러웠고,
어떤 날은 아예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러나 분명히,
나는 매일 조금씩,
덜 날카로워지고 있었다.
내가 처음 그곳에 들어왔을 땐
나는 아직 '형태의 기억'을 강하게 붙잡고 있었다.
쪼개졌고, 흩어졌고,
그러나 나는 여전히 나의 가장자리를 경계처럼 여겼다.
그러나 물은 그런 경계를 알지 못했다.
그는 나의 모서리를 천천히 씻어냈고,
나는 매일같이
조금 더 둥글어졌다.
처음엔 그것이
사라지는 일처럼 느껴졌다.
잃어버리는 일.
지워지는 일.
그러나 어느 날,
나는 문득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물살이
예전보다 덜 아프게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알게 되었다.
내가 잃고 있던 건
날카로움이 아니라,
세계와의 마찰을 줄일 수 있는 거칠음이었다는 것을.
나는 깎이고 있었지만,
그 깎임은
적응의 언어로 내게 속삭이고 있었다.
‘둥글어진다’는 건
무기력하게 흐름에 져버리는 것이 아니다.
그건
나를 둘러싼 세계와의 접촉을 위한
가장 조용하고 단단한 준비였다.
모서리를 잃는다는 건
모호해진다는 뜻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게 되는 구조를 갖게 되는 일이었다.
나는 이제
물결에 흔들리지 않았다.
그들과 부딪히지 않았고,
그들과 함께 흘렀다.
나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굴복한 것도 아니었다.
나는
스스로를 바꿔가며 존재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내가 가장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던 것,
그것은 '나만의 형태'였다.
나를 나이게 만들던 모든 굴곡과 파편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내가 어떤 모양이었는지는
더 이상 나를 결정짓지 않는다.
나는 어떤 세계를 만나도
깨지지 않고,
서로를 찌르지 않는 형태가 되어가고 있다.
둥글어진다는 것은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있을 수 있게 되는 일이었다.
나는 여전히 무겁고,
여전히 단단하다.
그러나 이제 나는
어느 손 안에도 놓일 수 있고,
어느 흐름 안에도
저항 없이 녹아들 수 있다.
나는 더 이상 거칠지 않다.
나는
도달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당신이 날카로움을 잃어간 건 언제였나요?
그 깎임은 아픔이었나요, 아니면 당신을 사람 곁에 두게 만든 둥글어짐이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