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조각들이 처음으로 편안해지는 곳.
나는 오래 굴러,
부서졌고,
닳았고,
내 이름의 조각들이 흩어지는 것을 지켜봤다.
그 여정 끝,
나는 어느 날
물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계곡 아래,
햇살이 가라앉는 투명한 웅덩이.
그곳엔
어떤 힘도 없고,
어떤 속도도 없었다.
처음엔,
멈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알았다.
멈춘 것이 아니라,
머문 것이라는 사실을.
물은 나를 밀지 않았다.
나를 들어올리지도 않았다.
그저 나를 둘러싸고,
나를 감쌌다.
그러면서도
어느 한 점도 나를 압박하지 않았다.
나는 스스로의 무게로 가라앉았고,
그 무게는 물 아래에서
천천히 녹아들 듯 가벼워졌다.
나는 무겁지만
떠 있었고,
부서졌지만
하나였다.
물속에서,
나는 ‘소리 없음’의 또 다른 결을 느꼈다.
그건 단순한 침묵이 아니었다.
그건 이해의 침묵,
나를 판단하지 않고
그저 그대로 있게 두는 고요한 동의였다.
그 동의 안에서
내 부서진 조각들은
처음으로 저항 없이 자리를 찾았다.
나는 내 옆에 흩어진 나를 느꼈다.
그 조각들은
이미 내가 아니다, 라고 믿었던 부분들이었다.
작고, 뾰족하고,
나를 고통스럽게 했던 흔적들.
하지만 물속에서
그 조각들은 더 이상
나를 찌르지 않았다.
그들은 나를 해체시킨 손이 아니었고,
나를 완성해가는 흩어진 언어였다.
나는 물속에서
나를 다시 이해하기 시작했다.
물속의 시간은 흐르지 않았다.
흘러가는데,
흐르지 않았다.
모든 것이 천천히 가라앉고,
그 천천히가 오히려 ‘정확히’ 다가오는 느낌.
나는 처음으로
시간이 무겁지 않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무게 없는 시간이야말로
존재가 쉴 수 있는 유일한 조건임을.
나는 물속에서
나를 다시 안았다.
깨진 조각들을 밀어내지 않았고,
나와 떨어진 부분들을 부정하지 않았다.
나는 그냥 그 모든 것을
나의 일부로 허락했다.
그리고,
그 모든 파편들이
처음으로 편안해졌다.
내가 정말 살아 있다고 느낀 순간은,
움직임도, 충돌도, 아픔도 아닌—
바로 이 고요한 품 안에서였다.
나는 부서졌기에,
비로소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당신은 언제 처음으로 “부서진 채로도 괜찮다”고 느껴본 적이 있나요?
그 감각은 외면이었나요, 아니면 조용한 포옹이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