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휴가 마지막 날입니다.
월요일 화요일은 아내는 회사가고 혼자서 두 아이들 육아를 해서 온전한 휴가라고 말하긴 힘들어요. 작년에 6개월간 육아 휴직을 했었는데, 그 때 기억이 떠오르더라구요. 아 이래서 회사 가고 싶어했구나 하고. (핸드폰에 블루투스 키보드 활용해 글을 쓰는데 왜 이렇게 오타가 많이 날까요?) 실제로 회사 가는게 몇 달 간은 훨씬 즐거웠습니다. 저도 이 휴가 끝나면 반가운 마음을 담아 회사에 출근할 수 있을 거 같아요ㅎㅎ
오늘은 두 아이들 모두 초등학교, 어린이집을 보내서 저만의 시간을 확보 했습니다. 이 글을 쓰는 곳은 인천의 브라운핸즈라는 카페입니다. 애초에 홍천에 가서 러닝하고 목욕하고 막국수 먹고 오려고 한 일정이 있었는데, 아내가 18시까지 돌아오라고 해서 홍천은 어렵고 인천으로 방향을 선회 했습니다. 홍천은 왕복 5시간이고 인천은 왕복 3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막국수도 좋지만 인천 경인면옥 평양냉면 맛있어요! 강추강추!!
카페는 가려던 곳이 있었는데 갑자기 비가 와서 눈 앞에 있는 곳으로 뛰듯이 들어왔습니다. 5년 전엔가 왔던 곳이라 익숙한 곳이라 쉽게 선택했습니다. 브라운 핸즈 좋아요. 느낌있음. 옛날 병원건물 이랬나.
월요일엔 32개월 둘째아이 충치 치료를 했습니다. 아내는 걱정이 많았어요. 32개월 아이 충치 치료를 어떻게 하냐, 치과 진료에 트라우마 생기는 거 아니냐, 흔치 않다, 내가 바빠서 애들 양치를 소홀한 탓이다. 자책과 걱정으로 힘들어했습니다.
하지만 치료는 쉽진 않았지만 무사히 마쳤습니다. 우리는 '32개월 아이'와 같은 객관성을 빙자한 수식어를 조심해야 해요. 그 말만 어린이로 대체해도 훨씬 무게가 가벼워집니다. 32개월 어린이 충치치료 보다 어린이 충치 치료가 더 쉽게 받아드려집니다. 어린이 충치 치료는 흔하니까요.
이런 사례는 많습니다.
저도 9년간 다녔던 회사를 쫓기듯 나올 수 밖에 없었는데, 9년이나 몸바쳐 일한 회사에서 등 떠밀려 어쩔 수 없이 나왔다라는 말보다 오랜 회사 생활을 하다 어쩔 수 없이 이직을 했다라는 말이 더 객관적입니다. 객관적 수치를 들먹이면 거기에 여러 수식어를 붙이고 싶어집니다.
- 너를 30년간 어떻게 키웠는데?
- 내가 12년간 정규 교육 받으면서 얼마나 노력했는데?
- 20년간 몸바쳐 일했는데 이런 대우가 말이 됨?
숫자를 핑계로 하고 싶은 말을 부풀립니다. 이제 32개월 아이야. 그런 케이스 흔치 않아.
하지만 의사 선생님은 다 경험이 있습니다. 웃음가스 넣지 않더라도 성공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수면 치료라는 쉬운 선택지가 있는데 비교적 어려운 치료법을 택했겠죠? 저는 그 선택을 존중합니다. 부러 어려운 길을 가겠다는 거는 그만한 자신이 있다는 거고, 환자의 회복 시간을 줄이고 부작용을 줄이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셈입니다.
저는 그렇게 많은 걱정은 하지 않았어요. 아이들이 으레 하는 충치 치료일 뿐입니다. 여기에 여러 수식어들을 보태면 더 과장되어 보이고 더 힘들어 보이고 그래서 더 자책하게 됩니다.
쉬운 치료는 아니었어요. 아이가 잠든 대신에 몸이나 얼굴을 흔들지 못하게 결박을 해야 했거든요. 아이는 울다가 얼굴에 실핏줄이 터졌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안타깝고 불쌍하죠. 우리 아들. 하지만 이 기회에 치아 관리를 잘한다면 앞으로 충치가 안 생길 수 있으니, 어제 잘못한 관리에 죄책감을 갖는 것 보다 오늘, 내일 치아 관리 잘해서 다시는 치과 올 일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이 더 큰 희망의 교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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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9년이나 일한 회사에서 쫓겨나듯 이직을 해서 받은 피해에 대해 생각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떠오르는 속상한 마음들과 아쉬운 생각들을 잠재우기 보다 그런 생각들이 떠오르면 왔냐 가라 하는게 맘이 편하고 쉬운 방법이기도 합니다. 왜 그 사람들은 그렇게 행동했을까, 왜 나는 그렇게 대응해서 일을 악화시켰을까?
하지만 지난 일을 그렇게 웅켜 쥐고 계속 아파할 이유가 뭐 있나요? 다시는 그러지 말고 반면교사 삼아 앞으로 잘하면 될 꺼. 그게 답니다. 그리고 저는 제 갈 길 가면 됩니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로 머릿속이 복잡할 땐 먼저 수식어를 떼어 보세요. 담백하게 문장을 정리해 봅시다. 32개월 어리디 어린 유아 충치치료를 수면 마취도 없이 맨정신으로 어떻게 한담?보다 어린이 충치 치료를 해야 하는데 더 미룰 수 없지, 수면 치료가 더 쉽겠지만 부작용이 있다하니 무수면 치료 진행하다가 안되면 멈추자. 멈추면 되니까 일단 해보자 는 식으로 생각을 바꾸면 됩니다.
멈추면 되니까, 라는 조건만 붙어도 일을 시작하기 쉽습니다.
일단 해보고 안되면 그 때 생각합시다.
일단 해보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