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스타트업과 PMF를 찾은 스타트업의 3가지 차이점
8년 동안 2번의 폐업과 5번의 퇴사를 겪은 스토리와
실패에서 배우고 성과를 냈던 경험을 정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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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회사에 취업을 준비하던 중, 뜻밖의 PM 합류 제안을 받았다.
스페인 명문 축구팀인 Valencia CF의 서울 아카데미(이하 VCF서울)였다. 비즈니스 모델의 피봇이 필요한 상황에서 나에게 PM으로 제안을 준 것이다.
VCF서울 대표님은 대기업 > 유니콘 스타트업 > 프로 축구단을 거쳐 2020년 VCF서울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무렵 자주 연락하며 내가 가진 교육과 스포츠 산업 경험을 바탕으로 의견을 드리곤 했는데, 나에 대한 신뢰가 생겨 감사하게도 합류를 제안한 것이다.
나는 대표님께 한 가지 부탁을 드렸다.
서비스가 자리를 잡게 되면,
IT 회사 PM으로 이직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빠르게 성과를 내고 원래의 목표를 달성하는 길로 돌아가고 싶었다.
건방진 부탁이지만 대표님은 흔쾌히 들어주셨다.
합류 후의 결과부터 말하자면, 꽤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1. 리서치&인터뷰 결과, 선수반을 폐지하고 취미반 교육에 집중하기로 했다.
2. 고객 30명으로 시작했는데, 6개월 만에 360명(풀방)이 되었다.
3. NPS(Net Promoter Score, 순 추천지수)은 90점을 유지했다.
** 성과를 낸 자세한 과정이 궁금하신 분은 여기로 (링크)
우리는 PMF를 찾았다고 판단했고, 스케일업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빠른 스케일업을 위해, Hand-crafted 요소를 줄여야 했다.
우리는 압도적인 고객 경험을 위해 개인화된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과 적극 소통했다. “통학 셔틀 안심 메시지”가 대표적인데, 자녀가 학원 차량에 승차/하차했을 때, 카톡으로 부모님께 승차/하차 안내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고객이 대만족 한 이 서비스는, 차량을 운행하는 코치 중 1명이 법인 폰으로 직접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노코드(No-Code) 서비스로 자동화에 성공했다.
처음엔 노션과 스프레드시트를 사용해 고객을 관리했다. 쓰다 보니 부족한 점도 보이고 더 편하게 만들고 싶단 욕심이 생겨 Glide라는 노코드 서비스를 배워 자체 CRM 프로덕트를 만들었다.
셔틀 안심 메시지의 자동 발송을 비롯, 출석 체크, 수강료 납부, 각종 공지 메시지 등 아카데미 운영에 필요한 모든 것을 노코드로 만든 페이지에서 할 수 있게 되었다.
노코드로 서비스를 만들며 개발자와 디자이너의 일을 이전보다 잘 이해하게 되었다.
기획을 구현하기 위해 어떤 작업이 필요한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Glide를 비롯해 Webflow, Framer, Softr 등 프론트엔드를 대신하는 서비스, Make나 Zapier처럼 여러 서비스를 연동하는 API 같은 서비스, Airtable처럼 백엔드를 대신하는 서비스를 직접 배워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를 유치를 성공했다.
확장 준비도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나는 팀을 떠나게 되었다.
어느 날 대표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조금은 갑작스럽게, 대표님은 작별을 이야기했다.
이제, 작별해야 할 시기가 아닐까?
나는 조금 더 하고픈 마음이 있었지만, 그동안 서로 힘들었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이야기하면서 이쯤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좋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날짜와 조건을 정리하고, VCF서울에서 퇴사했다.
좋았던 점 : 2번 실패한 영역에서 Zero to One을 해냈다.
첫 회사인 H사와 두 번째 회사인 E사에서 교육과 스포츠의 영역을 경험했고, 처절하게 실패했다. 하지만 VCF서울에선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었는데, 이전과 달랐던 요소를 뽑아보면 다음과 같다.
1) 고객에 대한 관심 : 인터뷰, 여정지도, 설문조사 등
고객의 일상과 마음을 알기 위해 수십 명과 인터뷰하고 설문조사를 했고, 고객의 관점에서 그들의 일상을 그려나갈 수 있었다. 덕분에 고객 관점에서의 문제, 필요, 욕망을 알아낼 수 있었고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다.
** 고객 인터뷰 시 참고했던 책 : 맘 테스트
2)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마케팅 채널로 예를 들자면, VCF서울에서는 전단지, 현수막, 맘카페, 인스타, 페북, 카톡, 당근, 구글/네이버 검색 등 다양한 채널에서 광고를 집행했고, 채널 별 노출, 클릭, 구매 전환율을 섬세하게 분석했다.
작은 예산으로 테스트하고 결과가 좋지 않은 채널은 과감하게 접고 좋은 성과를 보인 채널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사용했다.
3) 빠른 논의와 실행
매일 아침 Daily Scrum으로 할 일과 이슈를 공유했고, 논의가 필요한 일은 묵혀두지 않고 빠르게 이야기하고 실행했다. 예를 들어, 채용 사이트를 통한 코치 채용이 어려워지자, 코치 양성 프로그램을 2주 만에 기획하고 시작했다.
아쉬웠던 점 : 좋은 문화와 분위기를 만드는데 실패했다.
나는 조급했다.
빠르게 서비스를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 하루라도 빨리 IT 도메인으로 도전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돌아보면 기적 같은 성과를 만들었다.
보통 새로운 축구교실이 자리 잡는데 3년 이상이 걸리지만, 우리는 6개월 만에 해냈기 때문이다. 여유 있게 우리의 작은 성공을 축하하고, 잘했던 점을 격려하며 나아갔으면 어땠을까. 작별을 이야기하며, 대표님도 이런 부분 때문에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스스로에 대해 큰 아쉬움이 남았다.
고객들도 만족하는 서비스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모두가 만끽하며 나아갔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1년은 쉬어보자
2023년 5월, VCF서울을 퇴사한 뒤 들었던 생각이다.
수천억의 기업가치, 매출, 투자를 이뤄낸 사람들 앞에서 나의 성과는 초라해 보였다. 회사는 2번이나 망했고, 전문적인 직무 경험도 부족한 것처럼 느껴졌다. 비교할 필요가 없는데, 무의식적으로 가상의 사람과 비교하고 있었다. 여유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1년 정도는 몸과 마음에 여유를 주고 싶었다. 스스로 조급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더더욱.
나를 필요로 하는 일 보다 내가 필요로 하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했다.
쉰다는 것이 아무것도 안 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취업, 창업, 휴식 등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부담 없이 시도하기로 했다. 어느 순간부터, 나 스스로가 중심이 된 결정이 아닌, 외부의 제안이 중심이 되어 시작한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덕트를
No-Code로 만들어 보자
기획, 노코드 개발, 세일즈, 오퍼레이션, 마케팅, 디자인 등 팀의 성장과 생존을 위해 배운 지식과 경험을 연결해 보니 흐릿하지만 답이 나왔다.
백엔드 & 프론트엔드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노코드 툴인 버블(Bubble)을 배워, 내가 겪은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을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
(다음 편에 계속)
[ 좌충우돌 스타트업 도전기 ]
#1 프로축구연맹(K리그) 입사를 거절하고 스타트업에 남다.
#2 최고 스펙의 인재들과 함께했지만, 회사가 망했다.
#3 물경력 제너럴리스트였지만, 성장하는 스타트업에 취업하다.
#4 좋은 문화와 분위기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하다.
#5 요식업 프렌차이즈 본사를 스타트업처럼 운영하다.
#6 이번 글
#7 업로드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