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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무직일기 01화

취업박람회는 전쟁터였다

아니면 전쟁터가 취업박람회였든가

by 우연우

어제는 취업박람회에 다녀왔습니다.

어, 거기서 좀 압도됐던 것같아요. 정말 많은 사람이 있었고, 나보다도 더 절박해보이는 사람들과 인파의 떠밀림 속에서 정신을 잃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실제로 정신을 잃지는 않았지만요.


어떤 부스는 면접을 진행했고, 또 어떤 부스는 상담만 진행했는데요.

면접을 진행하는 부스 앞에 길게 줄을 선 것을 보고 또 한번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 수많은 사람들이 몇명을 뽑는 지도 모르는 마치, 10분 데이트 같은, 조악한 부스에서 면접을 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심지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를 한 시간이 넘도록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떤 기업은 이름을 꽤 들어본 곳도 있었고, 또 어떤 기업은 난생 처음 들어보는 기업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름에 관계없이, 모든 부스가 사람이 바글거리더군요.

그래서 그냥 정처없이 한바퀴를 돌아봤던 것 같아요.


약간, 여긴 어디지?

나는 누군가?

이런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메인홀까지 다다랐습니다.


메인 홀에서는 기업에서 취업설명회를 하고 있었는데요. 꽤 자주 들어본 대기업들의 취업 설명회를 누군가 나와 강연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기업의 관계자겠지요. 그런데 놀라운 건, 빈자리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정말로요. 보통은 한 두자리씩 빈 자리가 있기도 하건만, 왜냐면 저도 좀 앉고 싶었거든요. 다리가 아파서요.

리터럴리, 빈 자리가 하나도 없더군요.

거기서도 놀랐어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저 사람의 말을 듣기 위해 앉아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약간의 공황, 놀람, 압도됨을 느끼면서 행사장 밖을 나왔는데요.

행사장 밖에는 문서 코너라고 하여, PC와 프린터가 여러대 놓여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즉석에서 이력서를 뽑아서 제출하라는 뜻인 듯했습니다. 그 곳에도 사람들이 가득했습니다.


고등학생도, 대학생도, 심지어는 노년의 어떤 분들까지 계셨습니다.

이토록 무직자가 많아도 되는 걸까요?

어떤 고등학생은 "모모에서 사람 뽑던데, 4년 이상 경력자 뽑더라.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냐?"라고 지나가며 말했습니다.

그러게요. 신입은 어디서 경험을 쌓죠?


사실 저는 청년 무직자가 어떻고, 저떻고 하는 뉴스들에 크게 공감을 못했습니다.

나도 저 통계 중 한명이겠거니, 대략 가늠하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취업박람회에 가서 경험을 해보니, 일자리를 열망eager 하는 사람들이 너무너무 많더라고요.

전 늘 1on1으로 서류 합격하셨어요, 하면 면접을 보러 다녀서 정말 이런 상황인지 몰랐습니다.


12시가 되자 모두들 우르르 밖으로 쏟아져 나오더군요. 마침 점심 시간인듯 했습니다.

저는 다음에 면접이 있었기에,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행사장에서 나온 대학생 무리와 같이 버스를 기다리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10분 정도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더 놀랐습니다.

그 학생들이 정말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자격증, 스펙들을 갖추고 있더군요.

그런데도 취업이 안 되어서 이 박람회에 참석을 했겠지요.

다들 이렇게 열심히 살아도 되는 걸까요?

근데도 그렇게 취업이 안 되어도 되는 걸까요?


정말 복잡한 심사가 드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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