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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선 Dec 10. 2020

베개가 불편해, 책상이 이상해

어느 날 후두신경통






Lights will guide you home

And ignite your bones

I will try to fix you


빛이 널 집으로 인도하고

너의 몸 곳곳을 따스하게 일으킬 거야

그렇게 널 낫게 해줄게


콜드플레이 Coldplay - Fix you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이 기네스 펠트로를 위해 만든 노래. 그녀의 아버지 유품인 건반 위에서 그는 나직하게 읊조렸다. 비록 그들의 현재는 달라졌어도, 위안과 위로는 팬들의 마음에 스며들고 있다.

딱히 지정하지 않은 음악들이, 유튜브에서 마음대로 재생이 되고 있었다. 어느 순간 Fix You라는 한 문장은 고요했던 우리집에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울컥. 나의 회복을 빌어주는 이들을 떠올렸다. 




"반응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하지만 아직 증상이 간헐적으로 나타나니 오늘도 주사치료를 받고 가죠."



주삿바늘의 위치는 지난 번과 많이 벗어나지 않은 듯했다. 인터넷 카페에서 보면 아무런 진전도 없다는 사례도 보았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여겼다. 주사를 맞은 당일은 웬만하면 샤워를 하지 않았다. 만 하루 정도 지난 후 씻는 게 좋다고 한다. 대신 집에서 온찜질은 컨디션을 보며 잊지 않고 챙겼다.



주사를 맞은 날은 웬만하면 동네 산책을 했다. 쏠쏠하게 변화하는 신도시라서 나름 재미가 있었다. 어떤 일들로 하루를 채울지 정리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오늘은 인터넷으로 저렴한 베개 하나를 사기로 했다. 이미 직접 베어보고 산 것도 있는데 막상 집에서 몇 번 경험해보니 다시 불편해지는 건 왜인지. 베개 변덕이 아주 제대로였다.



적어도 나의 경우는, 목은 받쳐주지만 질감이 폭신하지 않으면 이내 불편해진다는 점이었다. 대부분 경추베개라고 해서 나오는 것들은 촉감이 단단한 듯했다. 머리 모양을 따라 동그랗게 홈이 파져있기도 하고, 목 부분은 C커브를 위해 튀어나오고 머리 부분은 푹 들어가는 디자인도 있고. 제품은 천차만별이었다.



황당한 건 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가, 오늘 컨디션에 따라 베개 싫증이 났다. 특히 이런 느낌은 너무 짜증났다. 누웠을 때 목을 제대로 받쳐주지 않아서 불편하거나, 머리로 힘이 너무 쏠려서 정수리 부분이 눌리는 듯한 기분. 누웠다가 일어났다가 다시 누웠다가. 재차 시도해도 그 감촉이 든 이상 잠에 들기가 어려웠다.




유튜브에 보면 베개 문제가 아니라 베는 방법이 문제라는 것도 봤고, 수건을 돌돌 말아서 목을 받져주라는 것도 있었고. 집에 있는 모든 베개가 나에게 탈락되는 날은 그런 팁을 동원해 겨우 잠에 들곤 했다. 일단 그날은 부드러운 베개가 당장 있어야 했다. 아니면 반품하지 뭐.



물리치료사는 베개 지출을 많이 하지 말라고 했는데. 베개 부자가 되려고 하는지, 다람쥐처럼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 달도 안 되어서 영 아니다 싶은 베개는 중고물건 파는 어플리케이션에 내놓기도 했다. 이게 뭐 하는 짓인지. 사람마다 맞춤형으로 베개를 제작해주는 스타트업이 생기면 당장 찾아갈 텐데. 



후두신경통이 아물면 이 어리석은 지출도 멈출 수 있을까. 아프다고 인식된 순간부터 이런 건 아니겠지. 더군다나 책상도 스탠딩 작업이 가능한 높이조절형으로 바꿨다는 점이다. 인터넷 안 보고 살 수 없는 세상, 아픔이 길어지니 집안의 가구도 숙청 대상이 됐다. 그 녀석들은 무슨 죄인가.



"방어하는 거죠. 자칫 잘못해서 아픈 상황 자체를 안 만들려고 하는 것."



물리치료사는 책상을 바꾼 것에 대해 그나마 긍정적인 한 마디를 남겼다. 그래, 다시는 이런 상황을 겪지 않으려고 하는 예방책. 물론 베개 변덕은 좀 자중해야지. 신경계 통증이 주는 예민함을 잘 물리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아프다고 응성부리듯 너무 예민해지진 말자. 합리적인 선을 정하자.



다시 건강해질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병으로 망가지는 날 만나지 않도록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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