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낯선 Dec 08. 2020

가족에게 후두신경통을 말하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몸이 아프다고 마음이 약해지면 안 돼.

마음은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르니까."



그간 나의 근황을 알게 된 엄마가






증상이 나타나고 석 달이 지난 듯하다. 가족을 만나야 할 일들이 하나 둘 생겨났다. 평소 같았으면 이미 한두 번 만났을 텐데. 코로나19 바이러스 탓으로 미뤄진 시간들이었다. 머리가 찌릿거리는 증상은 예고 없이 다가오고, 나타나면 극도로 날카로운 통증이 심하기 때문에 피할 수 없었다. 가족들이 그런 나를 보고 놀라지 않을까.




증상은 진전이 없는 것 같고, 어디가서 어떤 치료를 받아야 온전히 나을지 뚜렷한 길은 없고. 뭔가 좀 괜찮아지고 있어야 걱정을 덜 하실 텐데. 후두신경통이란 단서는 겨우 알았지만 아픔은 늘어졌다. MRI도 찍었지만 정확한 원인을 어디니까 어떻게 하면 된다는 확신은 없었다. 이런 이야길 전해야 하는 마음은 무거웠다.




어느 텔레비전 방송에서 본 영상이 떠올랐다. 통증을 오진해서 엉뚱한 수술까지 했다던 어느 노인의 사례를 보며 이쪽 전문가를 잘 찾아가야 했다. 난 내가 아프게 되면 야무지게 대처하고 알아볼 것 같았다. 근데 이 병은 오랫동안 뭔가를 알아보기엔 목과 두통이 심화된다는 게 걸림돌이었다.



눈물이 흘렀다. 하루종일 천장을 바라보며 잠에 들었다 깼다를 반복했다. 긴 싸움이 될지도 모른단 생각이 스쳤다. 병만 생각하기에도 버거운데, 가족까지 얹고 싶지 않았다. 조금은 이기적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한 곳으로 정주행할 기운이 모이겠지. 




"평소 컴퓨터 보면서 자세가 많이 안 좋았다는 증거야."




엄마는 이렇게 되기까지 예상했다는 첫 마디로 시작했다. 어쩌면 머뭇거렸던 이유 중 하나는 이 단계가 듣기 거북해서였는지도 모른다. 속상함에 눈물이 흘렀다.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청소년 앞에 서서 분필을 잡았던 일을 하기 위해 책상 앞에 늘 구부리고 앉았던 날들. 여행 콘텐츠 일을 하면서 글감이 떠오를 때까지 모니터와 씨름했던 시간들. 잘 때 옆으로 엎드려서 자던 습관. 나도 모르게 몸이 망가졌을 이유는 충분히 알고 있다. 덧붙이자면 주변에서 잘 된 사람들은 훨씬 혹독한 노력을 했을 텐데도 나같은 병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도 안다.



"나 많이 아프다고."




엄마의 잔소리가 멈췄다. 엄마도 울고 있었다. 어서 빨리 다시 일어나야겠다고 다짐했다. 적어도 병세가 더 깊어지기 전에 조금이나마 부모님이 안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했다. 결혼하니 시댁도 마찬가지였다. 젊은 사람이 생소한 통증으로 오랫동안 아프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싶진 않았다. 




마음을 고쳐먹고 도수치료를 받으러 갔다. 물리치료사는 경추 부근의 근육을 풀어주고 바로잡고 있었다. 아프고 나서 유일하게 주기적으로 보는 사람이기도 하고, 그나마 인체에 관해 나보단 지식이 많은 존였다. 다양한 케이스의 환자들을 보았을 테고, 연령대를 보아서 어느 정도 가정을 꾸린 사람 같아 보였다.



"자세하게 어떤 건진 잘 모르겠지만,

6개월 정도까지 증상을 완화해 줄 수 있대요. 

요즘 찌릿거리는 통증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 같네요."



가족을 만나야 한다는 불안감과 조급함에 고주파 치료에 대한 고민을 툭 꺼내버렸다. 아무래도 시술이란 심적 부담감을 읽었는지, 받기 전에 원장 진료를 받아보는 게 어떠냐고 했다. 이것저것 뭐라도 이야기하다보면 도움이 될 테니까. 전문의의 의견은 무엇이든 약이 되리라. 큰 기대는 없었지만, 지난 초진 때 설명을 찬찬히 들었던 것 같아서 뵙기로 결정했다.







ⓒ 2020. 낯선 all rights reserved. All photos & writing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이전 03화 경추 5번 6번이 아니라 후두신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