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후두신경통
물은 한 방울 한 방울 끊임없이 떨어지면서 돌을 마모시킨다.
만일 돌 위에 그 모든 물을 한꺼번에 쏟는다면,
물은 돌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흘러내릴지도 모른다.
랍비 이스라엘 살란터(Israel Salanter, 1810-1883)의 말
나의 목에 돌 하나가 있다면, 꾸준한 물 한 방울로 마모시켜야 할까.
"아팠던 시간만큼 회복되는 것도 좀 더딜 수 있어요.
바른 자세를 가지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합니다."
물리치료사는 나의 목이 너무 많은 일을 하고있다고 말했다. 어마어마한 머리를 받치고 있는 여리여리한 목 근육이라고. 탈이 나기에 너무 당연한 이유였다. 앉을 때 배에 힘이 들어가도록 약간의 커브를 만들고, 턱은 잡아당기는 연습을 시작했다. 목의 부담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진리는 이럴 때도 통했다.
"근육이 신경을 눌러 발생하는 것 같으니까
예상되는 통증 유발점에 주사치료를 받아보는 건 어때요."
도수치료를 받던 병원의 원장은 내가 받았던 오른쪽 제비추리와 다른 지점에 주사치료를 했다. 정확하진 않지만 밴드가 붙여진 걸 보니 신경차단은 경추 윗부분의 뼈 부근인 것 같았다. 목 뒤로 총 네 곳의 포인트에 주삿바늘이 들어갔다. 두 곳은 신경차단을 위해, 나머지 두 곳은 근육을 풀어주는 치료를 진행했다.
고주파 치료는 다양하다고 했다. 어쩌면 문제를 일으키는 후두신경을 재생시켜주는 걸수도 있고, 경추 5번 6번을 향한 걸수도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주사든 고주파든 방식만 다르지, 목적은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조금 다른 부분에 치료가 들어갔으니 마음 편하게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집에 와서 온찜질을 시작했다. 면 주머니에 팥을 넣어 만든 찜질팩이 존재감을 발휘했다. 문제를 일으키는 목 윗부분과 후두의 제비추리 부근에 너무 뜨겁지 않을 정도로 20분씩 습관을 들였다. 뭔가 목이 긴장되는 기분이 든다고 생각되면 나름 편안해지면서 응급조치로 괜찮은 듯했다.
승모근도 뭉치는 느낌이 들 때 마사지건으로 짧게 풀어주기도 했다. 일전에 MBC 나혼자산다에 나온 유아인의 운동법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숨을 잘 쉬면 긴장도 풀어지고 신경계도 안정을 갖게 되지 않을까. 명상하는 시간은 복잡한 생각도 유연하게 만들었다. 힘을 빼는 걸 일상화하자.
주사치료 다음 날, 저녁쯤 됐을까. 하루를 지켜보니 아무래도 약물의 효과인지 찌릿거리는 횟수가 다소 줄어든 듯했다. 고개를 급하게 움직이거나 과도하게 숙이지만 않으면 날카롭게 찌릿거리는 신경통은 피할 수 있는 듯했다. 컴퓨터 작업도 뭔가 검색할 때가 아니면 모든 걸 중단했다. 날이 춥지 않을 땐 목 보온성을 위해 스카프를 두르고 30분 정도 산책도 잊지 않았다. 이 순간을 제대로 보내야 했다.
며칠 간 고개를 들려고 하는 통증을 일단은 잠재운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물론 일전에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기에 기대감이 높진 않았다. 나흘 정도 된 시점에 다시 진료를 받기로 했지만, 중간중간 이 분야의 전문가라고 하는 의료진을 찾아보는 건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인터넷 카페에서 보면 주사치료는 일시적이고 재발한다는 사례들을 종종 보았기에, 다음 스텝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적절한 운동을 하며 나름 몸에 충실한 일상을 보내다보니 벌써 다음 진료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