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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선 Dec 10. 2020

인생 처음, 한의원 가다

어느 날 후두신경통






"한의원도 한 번 가봐. 

혈액순환도 되고 긴장도 풀어질 거야."



침을 한 번도 맞아본 적 없는 나에게 






몰래 가봤다. 사실 대학병원에 경추 MRI를 찍을 때, 물어봤던 기억이 있다. 병행해도 괜찮겠지만, 원인이 명확히 나온 경우에는 어떤 치료를 받을지 잘 결정해야 한다고. 마음대로 치료받는 도중에 방향을 바꾸려는 건 아니었다. 인생에서 침을 한 번도 맞아본 적이 없고, 한의학에서는 후두신경통을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후두신경통으로 노하우가 있는 것 같은 글들도 많이 보였다. 어떤 기사에는 후두신경통에 대한 한의학 연구논문이 국제 학술지에 소개됐다는 내용도 있었다. 언젠가 통증이 많이 잡히고 살 만해지면 찾아가서 꾸준히 치료를 받아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아무래도 재발이 잘 일어나다보니 한의학도 괜찮은 대안이 되지 않을까. 



아무래도 목이 불편하다보니 동네 위주로 알아보았다. 한의사는 목 뒷덜미와 승모근까지 사진을 보여주며 침 치료를 하고, 부항을 뜬다고 했다. 이제껏 나이 먹으며 침 한 번도 맞아본 적 없다니. 대학병원 촌놈에 이어, 한의원 촌놈 다시 등장했다. 이번에 아프면서 처음인 일도 참 많았다.



"저 침 처음 받아요. 잘 부탁드립니다."



이게 웬 고백 아닌 고백인가. 따뜻하게 찜질을 한 후 침이 들어가려고 할 무렵. 나도 모르게 염소 목소리로 내뱉은 한 마디였다. 돌이켜보니 신경주사보단 덜 아팠다. 침이 들어갈 땐 엄살이 좀 심했던 것 같다. 앓는 소리를 마구 냈으니. 엎드려서 받다보니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지속적으로 와서 치료를 받아야 낫는다고 했다. 사실 호기심에 간 거라 제대로 된 경과를 지켜보진 못했으나, 언젠가 통증이 좀 잡히면 병행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인체의 혈을 다스리면서, 우리 몸의 근본적인 부분을 건드려줄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이래서 사람들이 한의원을 추천했구나. 




주변에 어떤 지인들은 침 치료를 참 좋아해서 자주 가는 한의원이 따로 있다고 했다. 인생에서 가까이하면 좋을 공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프기 전에 예방 차원에서 내 몸을 체크해보는 습관을 들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느꼈다. 이제보니 허당이고 허똑똑이었다. 나중에 주사치료가 끝나면 의사에게 물어봐야지.



점점 공기가 차가워지면서 혈액순환에 좋다는 생강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좀 지겨우면 결명자, 구기자 등도 함께했다. 일단 아침에 일어나서 유산균을 하나 털어넣고, 차 마시는 습관을 들였다. 좀 넉넉하게 끓여서 남편은 보온병에 담아주었다. 견과류를 챙겨먹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신경계 질환은 추운 날 면역력이 떨어지면 자칫 대상포진과 같은 병으로 옮아갈 수 있는 만큼 철저하게 먹는 것도 관리했다. 아파서 산책 외에는 운동이 어려운 만큼 많이 먹진 않았다. 단백질과 기력보충에 좋은 식사의 핵심만 놓지 않고 싶었다. 야채도 하루에 파프리카나 오이 하나 정도 챙겨 먹었다.



고개를 숙이지 못하는 일상은 요리를 좋아했던 내게 좀 가혹했다. 머리가 다시 찌릿거릴 수 있었으니까. 엄마는 예전보다 자주 찾아와 나의 집 냉장고를 채워주었다. 엄마 덕분에 남편에게 미안한 날들이 조금은 줄었다. 블로그에 요리 포스팅도 곧잘 올리고 영상도 만들었던 나인데. 제철 음식 같이 먹는 거 좋아하던 지난 날이 그리웠다.



집에서 무료함을 덜기 위해 동학개미운동도 동참했다. 아주 소액만 가지고 트레이딩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다양한 경제채널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홈쇼핑보다 훨씬 유익하고 흥미로웠다. 하루에 만 원씩 수익올릴 땐 짜릿함도 즐겼다. 집 안에서도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지금이라 정말 다행이었다.



이번 텀도 이런저런 물감들로 하루를 색칠하다보니

어느덧 다음 진료일이 성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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