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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Dec 22. 2022

인간은 타인의 영향이 절대적

Photo by Priscilla Du Preez on Unsplash


사람은 자신의 생각 이상으로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 듯하다. 나는 내 주변 사람들과 별개의 인격체이므로, 언제까지나 나만의 개성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러기 쉽지 않다. 흔히 부부는 닮는다고 하듯, 나는 나의 배우자와 정말 다르다고 믿어도, 남들이 볼 때는 두 사람이 거의 비슷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다. 내가 부정하더라도, 바깥에서 보면, 나는 이미 나의 주변과 동화되어 있어 보이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돈을 가장 중시하고, 그래서 비싼 취미생활과 명품 구매에 깊이 관심을 가지면, 나도 그 관심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다. 가만히 있어도, 골프장의 위치나 골프 연습 방법, 명품 브랜드에 대해 듣게 되고 알게 된다. 삶의 범위는 대개 자기가 알게 된 범위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나는 내 주변 사람들을 통해 알게 된 것들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단순노출효과'라고도 하는데, 자주 접하는 것을 자연스레 선호하게 되는 효과이다. 가까운 친구들이 흡연자라면, 나도 자연스레 흡연을 하게 될 수 있고, 무엇보다 쉽게 끊기 어렵다. 매일 보는 사람들이 다들 식후에 담배 한대 피우는 상황이랑, 아무도 담배를 피우지 않는 상황에서, 어느 쪽이 더 담배를 끊기 어려울지는 누구나 알 수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 보는 드라마, 입는 옷, 주말에 가는 장소 등 삶의 상당한 요소들이 내 주변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며 만들어진다. 


가령, 같은 직장에 다니는 같은 직업의 사람들은 서로가 같다기 보다는 다르다고 느낄 것이다. 서로 좋아하는 것도 조금씩 다르고, 생긴 것도 다르고, MBTI도 다르니 각자 개성적이라 믿을 것이다. 그러나 바깥에서 그들을 보면, 생각보다 비슷해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비슷한 업무 강도에 비슷한 일을 하고, 비슷한 점심을 먹고, 서로 취미나 갈 곳을 추천하다보니 경험도 조금씩 비슷해지고, 서로 자주 보다보니 소통의 방식이나 관계의 '선'이랄 것도 비슷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 또 만날 것인지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내가 영항받고 싶고, 내가 존중하거나 존경하는 가치를 가지고 있고, 내가 조금은 닮고 싶은 구석을 지니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실제로 우리는 그런 사람을 어느 정도는 닮게 된다. 반대로, 그다지 닮고 싶지도 않고 영항받고 싶지도 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계속 만나게 되면 어느 정도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에겐 마치 어느 한 쪽의 영향을 치유해줄 수 있는, 다른 한 쪽의 사람을 찾을 필요가 있다. 


나는 냉철하고 자기 중심이 있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의 영향을 철벽방어하고 나만의 기질과 개성과 가치를 지닐 수 있을 것 같지만, 더 필요한 건 그런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보다 약간의 불신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바깥'에서 영향받는 나, 필연적으로 타인으로부터 영향받는 나, 어느 정도 귀가 얇거나 팔랑귀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마치 어느 한쪽에서 받은 영향을 다른 쪽에서 해독하듯이, 우리에게는 '좋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는 듯하다. 


그런 '좋은 사람'을 찾는 여정이랄 것에는 어느 정도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내가 어떤 사람과 어떤 이야기를 하며 어떤 가치를 나눌 때, 가장 마음이 좋은지, 삶의 좋은 의욕이 생기는지, 꼭 필요한 위안을 느끼는지를 알 수 있다. 삶은 어쩌면 자신이 정말 만나고 싶은 사람을 얼마나 만나느냐에 달려 있다. 그들과 얼마나 깊이 소통하고, 그들로부터 얼마나 깊은 영향을 받는지에 달려 있다. 결국 사람이 삶이 되고, 사람이 삶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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