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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rpeBM Dec 10. 2021

인생의 목표가 그거야. 행복한 가정 꾸리는 거

03. 은행원 친구들과의 수다

이름: HJ

은행원

고3 시절 목표: 방송 pd

러시아어학 전공


이름: KT

은행원

고3 시절 목표: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경영학 전공

==============


직장생활은 할 만해?  

   

HJ

나는 솔직히 할 만해. 많이 힘들지만 어쨌든 하루는 끝났잖아. 지금 이러고 있잖아. 늦은 시간도 아닌데 지금.

(*금요일 저녁 시간에 밥 먹으며 인터뷰)     


KT

그래. 그렇게 생각하면 나도 할 만해. 왜냐하면 우리가 문과 치고 은행이라는 직종이 굉장히 괜찮아. 워라밸도 이렇게 퇴근하고 바로 올 수 있고. 야근이 많지도 않아. 다만 업무 시간, 은행 열려 있는 시간은 진짜 미친 듯이 바쁘거든. 물론 셔터 내려간 다음에도 정리하느라 진짜 정신없이 하루가 간단 말이야. 근데 다른 직장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고. 어차피 일 빡세게 할 거면 짧고 굵게 하고. 많이 받는다고 치면 괜찮은 것 같아.     


은행일 하면서 현타 느끼거나 이런 건 없어?     


KT

많지. 엄청 많아.     


예를 들면?   

  

HJ

현타... 나는 그거 있었어. 면접 준비할 때 지원 동기 물어보면, 내가 가진 전문성을 바탕으로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근데 들어와서 하는 일은 전문성도 아니야. 긍정적 영향인지 잘 모르겠어. 그럴 때마다 현타가 오는 거지. 내가 알지도 못하는 거를 약간 권유하고 있을 때도 있고.     


상품 같은 거를?     


HJ

그런 거를 어쩔 수 없이 해야 되니까... 그럴 때 좀 현타 오지.   

 

KT

나는 현타 왔던 게, 업무 처리할 때 고객이 요청하는 업무를 내가 해 주는 거지, 고객이 빈 종이를 줬는데 내가 알아서 처리하는 건 안 되잖아. 그래서 “이렇게 빈 종이로 주시면 제가 못 해 드려요” 이러니까 “다른 데서는 다 해줬는데 너는 싸가지가 없다” 이러면서 쌍욕을 때려 박는 거야. 1시간 동안 쌍욕을 듣는데 그때 ‘내가 그렇게 잘못한 건가?’ 왜냐하면 나는 그 사람이 어디 사는지도 모르고, 이름도 신분증 받아서 안다지만 그 사람 싸인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거를 직접 쓰게 했다는 게 기분이 너무 나쁘대. 한 시간 정도 쌍욕 듣다가 나중에는 참다 참다가 “뭐가 그렇게 기분이 나쁘세요?” 이러면서 내가 뭐라고 하긴 했거든. 못 참아가지고.      


그때 현타 오고. 또 다음으로 현타 왔을 때는 통장 잔액이 107원이 있으신 분인데 그 숫자가 굉장히 마음에 안 드셨나 봐. 그래서 그 단위를 0으로 떨어지게 하고 싶으셨던 것 같아. 근데 나한테 50원을 주시는 거야. 그래서 50원 그대로 입금했는데 또 쌍욕을 때려 박는 거야. 왜 숫자를 그렇게 만들었냐고. 157이라는 숫자는 너무 불길해서 안 되겠다고 정정해달라고... 그래서 쌍욕 때려 먹으면서. 아니 그런데 내가 그렇게 잘못한 건가? 50원 주길래 50원 넣어드렸는데...     


그래서 “얼마가 되길 원하시는데요?” 이러니까 자기가 원하는 특별한 숫자가 있대. 그 숫자를 맞춰 달래. 그래서 그 숫자를 맞춰줬더니 그게 아마 44 이렇게 끝나는 거였을 거야. 그러면은 7원에서 44가 됐으니까 나머지 3원을 달래. 그래서 “3원은 발행을 하지 않아서 없다” 그러니까 또 뒤집어지시는 거지. 내 돈 내놓으라고.   

  

HJ

차라리 10원을 드려야지.    

 

KT

그래서 “제가 그냥 10원 드릴 테니까 가져가시라”라고 했지. 그때 또 현타가 되게 많이 오더라고. 그 사람 때문에 잡아먹은 시간과 스트레스 생각하면...

    

HJ

너는 사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KT

맞아. 사람 스트레스.     


KT야. 넌 은행을 가겠다고 생각했던 게 언제쯤이야?

    

KT

옛날에 초등학생 때 ‘경제야 놀자’라는 mbc 프로그램이 있었어. 돈으로 펀드를 듭시다. 이러면서 무슨 상품 추천을 해줘. 그때 펀드가 뭐지라는 거에 일단 관심이 생겼고.      


그래서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 중학교 2학년 때인가. 은행 창구에 가서 펀드를 하려고 했지. 근데 그때 당시 금융위기가 아마 왔을 거야. 리먼 브라더스 사태였나. 이것 때문에 펀드 수익률이 다 마이너스 40, 60프로였거든. 그거 보고 ‘이럴 거면 내가 직접 투자를 하는 게 낫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펀드 대신 증권 계좌를 틀어달라고 했어. 그래서 그걸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주식 거래를 했고, ‘나는 금융권을 가야겠다’라는 막연한 꿈을 가졌지. 그래서 고등학생 때도 펀드를 운용하거나 애널리스트가 돼서 종목을 분석하고 리포트를 내면 멋있지 않을까 했지.     


어렸을 때부터 금융권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어. 그래서 생활기록부 이런 거 봐도 애널리스트라든지 사업가라든지 이런 게 써있고. 그 상태로 대학교 과를 정할 때도 다 경영학과로 썼거든.    

 

일부러 그거에 맞춰서.     


KT

나는 과는 포기 못한다. 나는 대학보다 과다. 모든 대학을 다 경영학과로 썼어. 금융 쪽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경영학과를 갔고. 그리고 13, 14년도에 금융 자격증도 준비해놓고. 19년 20년에 취업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을 하는 거지. 그래서 인턴을 써봤어. 채용 연계형 증권사 인턴. 그걸 4학년 1학기 때 지원을 했는데 다 떨어지더라고.


그래서 ‘내가 이걸 왜 떨어질까’를 생각하니까 일단 증권사나 운용사는 학교를 봐. 학교 컷이 있고 스펙 컷 있는데. 내가 어학 성적이 그때 토익이 만료가 됐을 거야. 그래서 영어 성적이 없는 상태였고 있는 거라고는 금융자격증인데 이거 있어도 사실 걔네들한테 큰 메리트가 없거든. 왜냐하면 학교도 좋은 애들이 넘치고 영어 성적도 좋은 애가 넘치고 그래서 4학년 1학기에 채용 연계형 인턴 쓴 거는 다 떨어졌어.  

    

증권사, 운용사 전부 다. 그래서 4학년 2학기 때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어딘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은행도 같은 금융이니까. 은행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4학년 2학기 때부터 은행을 쓰기 시작한 거지. 그래서 은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는 4학년 2학기고 내가 금융을 가야겠다는 건 중학생 때부터.     


HJ야. 그럼 너는 원래는 고등학교 때 목표가 뭐였어?     


HJ

계속 바뀌었는데 방송국 pd 하려 했다가 광고 마케팅, 이렇게 생기부에 써놨더라고. 근데 나는 솔직한 심정으로는 꿈이 없었어. 이게 취지에 맞는 답변인지 모르겠는데. 나는 그때는 진짜 아무 꿈이 없었고 흘러가듯이 살자. 대신에 잘 살자. 이런 모토였거든. 나는 KT 하고 반대였던 게 목표가 진짜 없었어.     

 

없었는데. 은행을 가겠다고 마음먹었던 거는.     


HJ

마음먹었던 것도 대학교 3학년 4학년 때. 보통 취준을 그때 시작하니까. 그때 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지. 내가 잘하는 게 뭘까. 하고 싶은 게 뭘까. 근데 하고 싶은 일은 없어. 그러면 좀 잘하는 걸 해야 해. 생각해보면 나는 어렸을 때부터 수학을 잘했고. 돈 계산하는 거 좋아했고 내가 고딩 때 우리 반 회계였고. 학생회 경제부 부장이었고.     


그런 게 자꾸 그냥 떠오르더라고. 그래서 나도 금융 쪽으로 방향을 잡았지. 원래 전공이 내가 러시아어니까 대학 갈 때는 그런 생각을 안 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게 금융이고 복수 전공을 경영으로 했으니까. 금융 쪽으로 가보자 그래서 원래는 금융 공기업을 준비를 했어. 높은 곳. 그래도 난 잘 살자 이런 게 있었으니까. 준비를 하던 와중에 은행 인턴을 붙게 됐지. 은행 인턴 하면서 약간 보이는 것들이 있더라고. 내가 여기서 보고 느낀 것들을 살려 봐도 괜찮겠다.     


어떤 특정한 어떤 일을 하고 싶다기보다는 네가 지금 잘할 수 있는 그런.   

  

HJ

그러니까 주어진 상황에서 잘할 수 있는 걸 찾는 게 내가 잘 될 수 있는 길이었던 것 같아.     


어쨌든 둘 다 과정은 다르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만족은 하고 있는 거네.     


HJ

그치. 직장에는 만족. 일은 좀 힘들지만.     

     

고등학교 졸업하고 한 거의 10년 됐잖아. 20대가 거의 다 지나갔는데 20대를 돌아봤을 때 만족스러워? 아니면 뭐 후회가 난다거나.     


HJ

아직 안 끝났으니까. 나는 만족스러워 아직 좀 남았잖아. (1년 남음)  

   

여태까지 왔던 거에 대해서는?     


HJ

지금까지는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많지. 예를 들면 신경 쓰거나 돌아보지 못했던 것들. 주변에 챙겨야 될 사람도 있고. 내 건강이나 자기 관리나 이런 거를 너무 못 하고 살았거든. 취준 하면 취준만 하고. 연애하면 연애만 하고. 뭐 하면 올인하는 스타일이라서. 그럴 때마다 배는 나오고 건강은 안 좋아지고. 이제부터라도 하려고 하지.      


KT

나는 대학교를 간 이후에 부모님한테 용돈을 잘 안 받았어. 그래서 주말에도 아르바이트만 하고 평일 남는 시간에도 학교에서 아르바이트라든지 이런 거 하면서 보냈거든. 그래서 나만의 시간을 갖지 못했던 게 아쉬운 것 같아. 물론 친구들 만나고 이런 건 많이 했는데. 보통 방학 때 해외여행이라든지 이런 거를... 유럽이라든지 이걸 한 달씩 간다거나. 아니면 미국 일주를 한다거나. 그걸 못해본 게 되게 아쉽거든.     


오히려 더 열심히 산 게 약간 아쉬운.    

  

KT

응. 뭔가 아쉬운? 대학생답게 보내지 못하는 것 같은? 다른 친구들은 휴학하고 1년 동안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라든지. 아니면 스펙 같은 것도 준비하고 어디 나가서 해외 인턴이라도 하거나 워킹홀리데이? 이런 거 하면서 시간 보냈는데. 그런 거 없이, 휴학 한 번 안 하고 그냥 쭉... 방학도 아르바이트랑 이런 거 하면서 보내고 그게 약간 살짝은 아쉽지 않나.     


그러면 지금 만약 고3, 스무 살 이때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직업적인 목표나 이런 거는 똑같을 거 같아? 지금 은행원을 하고 있지만?     


HJ

나는 재수를 했을 거야. 일단 재수했을 거야. 학교 레벨을 좀 더 높여. 진짜 주변 환경이 되게 중요한 것 같거든. 이런 말 해도 되나? 더 높은 학교를 갔으면 보이는 게 또 달랐을 것 같아. 지금도 나쁜 상황은 아니지만 돌아간다면 재수해서 더 좋은 학교를 가서 더 높은 목표를 갖겠다. 은행도 시중은행이 아니라 한국은행을 가겠다. 그랬을 것 같아.     


학교에 대한 아쉬움     


HJ

그치. 그게 좀 아쉬워     


대신에 같은 길을 갔을 것 같긴 하고?     


HJ

같은 길을 갔을 거 같아. 금융 쪽으로는 갔을 거 같아.     


KT

나는 재수를 했거든. 재수를 했는데 삼수를 하지 않았을까. 나도 학교 레벨에 대한 아쉬움이 되게 크거든. 그리고 전문직에 대한 욕심이 나는 것 같아. 학교를 만약 못 바꿨다면 전문직을 한 번 해봤을 거 같아.   

  

3학년 4학년 때 하는 게 아니라 1학년 2학년 때. 14년도. 그러니까 대학교 1학년 2학년 때 금융 자격증을 땄는데. 그것도 금융권을 가야겠다 해서 딴 거거든. 그때는 이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회사 입장에서는 안 중요했던 거지. 그래서 전문직 자격증을 차라리 그때 준비했다면 1학년 때부터 준비한 거니까. 3~4년 하는 거면 뭐라도 되지 않았을까.     


어떻게 보면 현실적인 이유에서 그렇게 하고 싶었던 거네.  

   

KT

그치. 전문직 자격증이 인생에 하한선이 생기는 것 같아. 지금 내가 다니는 이 은행 때려치면 난 뭐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알바 천국 이런 거 봤거든.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   

  

만약에 아예 금전적인 게 다 해결됐다고 했을 때 그래도 이 일을 계속했을 거 같아? 그러니까 직업적으로 다른 걸 하고 싶었던 게 있을 것 같아?     


KT

내가 만약에 돈이 여유가 있으면. 내 못 다 이룬 꿈 중 하나가, 고등학교 때 내가 잠깐 사진에 관심을 가졌었거든. 그래서 사진 공모전 이런 거에서 입상을 했었단 말이야.     


내가 만약에 언수외 중에 언어 외국어가 잘 나오면 사진과를 써보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어. 근데 언어가 망해서... 일단 재수를 하긴 했는데.     


직업적으로 내가 돈도 여유 있고 이러면 사진 찍으러 다니거나, 아니면 웨딩 촬영 같은 거 제주도 이런 데서 하면서 사람들 즐겁게 해 주고. 내가 기록한 순간이 그 사람들한테 되게 영원한 거니까 그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서.          


HJ

나는 돈 때문이 아니면 공무원을 하거나. 그게 아니라 진짜 좋아하는 거를 한다면 나는 실용음악과 가서 노래 배워가지고 버스킹 하면서 그렇게 가수 하는 거.    

 

둘 다 고등학교 때 취미로 많이 했던 거네.     


HJ

응. 맞아. 노래 배우는 거. 그렇지만 그렇게 살면 당연히 성공은 못해. 돈도 못 벌어. 하지만 돈이 뭐 금전적인 게 해결이 됐다 이러면 행복했을 것 같아.     


어떻게 보면 사진이나 노래가 이상적인 꿈이잖아. 그걸 어쨌든 못 이룬 거고. 그렇다고 해서 지금 현재 상황이 불만족스럽거나 이러진 않아? 그거를 내가 했으면 더 삶이 나았을 것 같다. 이런 게 있을까?    

 

HJ

나는 오히려 만족해. 우리 집이 부자였으면 그걸 했겠지. 근데 내가 전혀 의지할 수 없는... 집안 형편이 뭐 나쁜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니니까.     


그걸 못 이뤘다고 해서 인생이 불행해지거나 뭐.     


HJ

그건 전혀. 그냥 타협을 한 거지 나 스스로. 내가 박효신 급의 재능이 있었으면 억울하고 분해 터졌겠지. 그건 아니니까. 내가 나의 재능을 아니까 나는 만족하지.     


KT

나도 되게 만족하는 편. 왜냐하면 은행이 급여가 작지 않거든. 그래서 못다 이룬 꿈이 사진이라면. 내가 은행에 입사하고 나서 전자기기라든지 카메라 이런 거 엄청 많이 샀어. 그래서 나는 그거를 업으로 삼지는 못해도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그 자본? 자본이 생겨서 실제로 카메라 저거 기능 좋은데 하면 샀고. 지금 눈독 들이는 거는 카메라 달린 드론, 드론까지 사려하고 있거든. 그러니까 이게 해결이 되니까 나는 만족. 오히려 좋아. 취미를 내 직업 소득을 통해서 금전적으로 해결을 해버릴 수 있어서 되게 만족해.     


지금까지 지난 10년에 대해서 얘기를 했잖아. 10년 전에는 지금 이런 모습일 거라는 걸 예상을 했었어?     


HJ

10년 전에 고등학교 때 그런 걸 되게 많이 했던 것 같은데. 10년 후 내 모습은 어떨까 이런 거.

    

예상하고 비슷하게 온 것 같아? 아니면 전혀 다르게 온 것 같아?     


HJ

나는 달랐던 것 같아. 내가 광고 마케팅 아니면 pd 이런 거를 꿈꿨던 거는, 나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을 할 줄 알았어. 그런데 그거와는 정반대의, 좀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집단에서 일을 하게 될 줄은 나도 잘 몰랐던 것 같아. 옷도 정장이 아니고 프리 하게 입고, 하고 싶은 일을 편하게 할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다.      


KT

나는 10년 뒤면 내가 차라도 있고 나만의 뭔가가 있을 줄 알았어. 근데 막상 현실을 알고 나니까 내 집과 차를 갖는 게 사실 쉽지가 않더라고. 그때는 철이 없었지. 이 나이쯤 되면  bmw 같은 거 몰고, 시계도 몇 천짜리 차고 그럴 줄 알았는데...


그것도 그렇고 내가 이 직장에 다니고 있을 거라는 생각도 많이 못했어. 내가 보고 자랐던 환경은 부모님 두 분이 다 사업을 하고. 집안 전체도 다 사업을 해서 직장인인 사람이 한 명? 경찰 하시는 한 분 말고는 다 사업을 하거든. 그래서 한 1 2년 다니고 때려 치고 사업할 줄 알았는데. 사업보다는 직장이 나와 맞는구나. 직장이 소속감을 주는 안정감이 굉장히 좋구나. 그래서 10 년 전에는 이런 걸 상상도 못 했던 것 같아.     


그러면 다음 10년도 이번 예상한 대로 당연히 안 갈 거 아니야. 그래도 10년 후에 이랬으면 좋겠다 이런 게 있을까?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어떤 일을 했으면 좋겠다.     


KT

지금 생각하는 게 있어. 지금 계속 보고 있는 게 있어. 일단 은행원이면 레버리지 부채를 잘 활용해야 된다고 생각을 해. 난 그래서 지금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KT

아 진짜 이거. 이걸 모르네.     


HJ

오면서도 계속 얘기했었는데. 이거.

    

KT

은행원이면 레버리지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해. 부동산 뭐 계속 규제한다 하지만 나는 부동산 경매로 나온 물건을 사서 임대 사업을. 한두 채가 아니라 여러 채를 가지고 그러니까 큰 건물을 갖지 못하더라도 임대 사업 정도 하지 않을까. 부동산 임대업과 이제 겸업을 할 수 있거든.

      

그러니까 건물주     


KT

건물주를. 레버리지를 풀로 활용해 가지고 건물주와 은행원을 함께 하면은 좋지 않을까. 10년 뒤? 충분히 가능하다 생각을 해. 부동산 경매가 괜찮거든.    

 

HJ

KT는 야망이 있네. 돈에 대한 그게 있네. 나는 그런 건 없어. 10년 뒤에 이 직장은 계속 다니고 있을 것 같고. 일단 10년 뒤에 나는 결혼을 해 있을 거야. 결혼해서 애가 하나 아니면 둘 정도 있을 것 같아. 그리고 나와 결혼하는 여자가 제일 행복할 거야. 그런 행복한 가정의 아빠가 돼 있을 거다라는 기대가 있지.


그리고 인생의 목표, 이런 게 있을까?     


HJ

내 인생의 목표가 그거야. 행복한 가정 꾸리는 거. 그리고 그 가정을 지탱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직장.

    

너는 이제 최대한     


KT

최대한 해 가지고, 나의 인생 목표라 하면 제주도 이런 데 가서 게스트하우스 같은 걸 하면서 운영하고 수도권이나 이런 데 임대 사업하고. 임대 사업하면서 자연경관과 함께 어우러지는 삶.   

  

그럼 넘어가서 우리 세대에 대한 얘기를 좀 해보고 싶은데.     


HJ

그 세대가 어디까지야     


요즘 흔히 말하는 mz 세대     


HJ

근데 우리는 그 세대는 아니잖아.      


KT

잠깐. 너 mz 세대 모르는구나?     


HJ

96년생부터 아니야?      


KT

그건 제트 세대, m세대 mz 세대     


그러니까 그렇긴 한데. 꼭 굳이 그게 아니라도 그냥 20대 후반 이렇게 봤을 때.   

  

HJ

우리 또래들     


우리 또래들 봤을 때 어떤 것 같아. 

     

KT

일단 나는 우리 세대가 굉장히 불쌍하다고 생각을 해. 왜냐하면 베이비 붐이라고 해서 베이비 붐 세대들도 많았어. 베이비 붐 세대들이 많았는데 그때는 사실 문제가 안 돼. 왜냐면 그때 유치산업이라든지 뭐라든지 해서 경제를 키우자 이런 느낌이었고.      


이제 그분들의 자녀인 우리 세대들. 우리 세대들은 경제가 더 이상 커질 공간이 없는 거야. 커질 공간도 없고 들어갈 자리는 되게 제한적이잖아. 베이비 부머들이 이렇게 많은데, 아이들을 하나씩만 낳아도 이렇게 많잖아. 들어갈 공간이 없는... 물론 경제가 활성화돼서 어떤 편안함, 이런 건 누렸겠지만 정작 우리가 경제 활동을 하려고 보니까 할 자리가 없네. 그것 때문에 뭔가 불행한 건 거 같아.     


근데 너네는 어쨌든 힘든 취업난 속에서도 취업을 했잖아. 그러면서도 불안하거나 이런 게 있어? 현재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거나? 아니면 미래에 대해서.          


KT

불안감... 난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우리의 직업 자체가 갖는 어떤 특성이라는 게 있잖아. 옛날에는 다 창구 와서 입출금하고 이랬는데 사람들이 이제 핸드폰을 쓰고 컴퓨터를 쓰고 하다 보니까 대면 업무가 많이 줄어들었어. 그래서 영업점도 실제로 많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고 영업점의 형태도 변하고 있어. 예전에는 한 지점에서 기업금융이랑 개인금융을 같이 했다면 이제 기업 금융은 하나의 센터로 몰아놓고 그게 안 되는 업무들을 창구에서 해결하는? 그러면서도 창구에 오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게 느껴지는 거야.


나는 크게 느끼고 있거든. 그래서 한몇 년 뒤에도 은행, 뱅크는 없어지지 않겠지만. 뱅커, 은행원이라는 직업이 계속 있을 수 있을까라는... 나는 그게 가끔씩 물음표가 생겨.   

  

넌 뭐 그런 거 없어? 그러니까 직업적이 아니더라도     


HJ

나도 약간 이런 불안함은 있는데. 근데 나는 뭐 뱅커가 줄어든다고 해도 나는 안 잘린다. 이런 막연한 자신감은 있어. 솔직히 내가 잘하면 안 잘리겠다. 이런 자신감은 있고. 불안함이라고 하면은 내 인생에 대한 불안함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나 경제 전반으로 언제 솔직히 폭삭 꺼질지 모르고.   

        

지금 당장 거품이 터져도 안 이상한     


HJ

너 진짜. 거품 빠져도 몰라. 부동산 이렇게 치솟았다가 팍 빠져버릴 줄 몰라. 당장 10년? 10년 뒤에 어떻게 돼 있을지도 모르겠고. 너무 불안한 거 같아.     


지금 한국이라는 나라는 우리한테 살기 좋은 나라라고 볼 수 있을까.  

   

HJ

나는 지금은 괜찮다. 근데 사람이 사는 게 뭐 오늘내일만 사는 것도 아니고. 미래를 보면서 살아야 되는데 미래를 대비하기엔 너무 좋은 나라는 아닌 거 같아.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부자는 못 되고 집 한 채 못 사. 그게 제일 큰 것 같아. 옛날 같으면 솔직히 집이 한 3~4억 할 때는. 이거는 우리 부장님이 하신 말씀이지만 한 10년 일하면 살 수 있는 집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요즘은 10년이 뭐야. 한 40년 50년 일해도 못 사는데. 이런 생각하면... 사실 그게 제일 불안하지. 내가 살 집이 없을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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