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맞춰서 왔던 것 같아
04. 제약사 생산직 친구와의 수다
이름: YJ
제약사 생산직
고3 시절 목표: 학교 선생님
공업전문대 화학공학 전공
==============
네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정확하게 어떤 거야?
YJ
좀 쉽게 말하면 다른 제약회사처럼 약을 만드는 거지. 약 만드는 거라고만 알면 될 것 같은 느낌이야.
그러니까 쉽게 풀어 말하면 약 만드는 공장에서 일을 한다. 약간 이런 느낌.
YJ
그렇지. 바이오 의약품을 만드는 곳이야.
일을 하면서 힘든 게 있어?
YJ
힘든 거는 밤에 한 13시간씩 근무하다 보니까. 남들하고 사는 패턴이 달라서 사람들 잘 못 만나는 거. 근데 괜찮다고 느끼는 거는, 오히려 반대로 남들이 일할 때 쉬는 거. 나는 원래 시끄러운 것보다는 조용한 걸 좋아해서 쉬는 날에 어딜 가든지 조용히 놀 수 있는 거. 그래서 장단점이 다 포함되는 것 같아. 그래도 야간 일하는 게 제일 힘들긴 해.
고등학교 때는 장래 희망이 뭐였어?
YJ
고등학교 때 생기부를 보니까 장래 희망이 선생님으로 돼 있더라고. 처음에는 교대나 공주사대나 그런 쪽 써서 들어가 봐야겠다 했는데. 방황의 시간이 있었단 말이야. 그러다 보니까 성적이 잘 안 나온 적도 있었고. 그래서 그 꿈은 조금 어려워졌던 것 같아.
아무래도 선생님이란 직업을 가지려면 어느 정도 성적이 나와야 했었는데 내 성적이 거기에 미치지 못했으니까. 그래서 고민을 했는데. 어차피 일을 하는 이유가 내가 살려고 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차라리 그냥 취업 잘되는 데로 가자. 그래서 공전을 갔었던 거였고 운이 좋게 회사에 붙어서 지금까지 다니고 있는 거지.
그런데 고등학교 때 문과였는데 대학교를 자연계로 간 거잖아. 그러다 보니까 대학교에서 공통 수학 과목이나 과학 같은 걸 하는데, 다른 애들은 다 알고 있는 내용이고 난 그걸 처음부터 공부했어야 되니까. 그런 어려움은 살짝 있었던 것 같아.
그럼 대학교 진학 후엔, 지금 이 일을 하고 있을 거라고 예상했었어?
YJ
사실 우리 과가 화공과여서 지원 가능한 곳이 제약회사 쪽이나 정유회사를 갈 수가 있어. 그런데 정유 쪽은 사실 학점이 되게 좋아야 해. 그런데 나는 처음부터 공부를 다시 해야 되니까... 남들보다 많이 한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점수가 크게 나오지 않더라고. 원래 처음 입학할 때는 정유 쪽을 생각했었지.
돌이켜보면 ‘딱. 내가 여기 가야겠다’하고 온 거라기보다는 상황에 맞춰서, 현실에 맞춰서 왔던 것 같아. 사실 살짝 운이 좋았지.
그럼 지금 상황에 대해선 만족을 하는 편이야?
YJ
지금은 되게 만족하면서 살고 있어. 고등학교, 대학교 때는 경제적 이유 때문에 내가 못하고 살았던 게 많잖아. 그게 해결이 된 게 좋은 것 같아.
일 자체는 좋아서 선택한 일은 아니지만
YJ
하지만 어차피 살려고 하는 거니까. 결국 취업을 이제 좋은데 하려는 것도 돈을 더 벌려는 건데. 이 정도면 나쁘지 않게 버는 것 같기도 하고 해서. 불만족스러운 거는 크게 못 느끼는 것 같아.
그러면 만약에. 고등학교 시절로 되돌아갔어. 기회가 한 번 더 주어지는 건데. 그때로 되돌아가면 다시 선생님을 준비하기 위해서 다시 도전할 것 같아?
YJ
그거는 참 어려운 질문인데. 내 진짜 솔직한 대답은 안 돌아가고 싶다. 안 돌아가고 싶은 이유는 내가 공부를 안 좋아하는 걸 알기 때문에.
아마 똑같이 안 하지 않았을까. 그러다 보면 또 결국에 성적이 안 나오게 될 수도 있는 거고. 내가 진짜 열심히 한다는 보장이 있으면 돌아가겠는데 안 할 거 같거든.
나는 공부를, 확실하게 ‘내가 이걸 꼭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없으면 잘 안 해서.
짤막한 예를 들면. 고등학교 때 내가 근현대사 점수가 처음에 상당히 안 좋았어. 그러다 보니까. 맨날 선생님이 놀리고. 사실 그 놀림받는 게 별로였어. 조금 스트레스받아서 그거 때문에 공부를 했었던 거지.
내가 다니는 회사도 들리는 얘기는 학점을 3.5 정도는 받아야 서류를 통과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었어. 우리는 2학년이 끝이니까, 2학년 때 모든 시험을 다 4.0 이상을 받았어야 됐었어. 그래서 그것도 해야 되는 거니까. 취업을 위해서 공부를 했었던 거고. 그렇게 진짜 발등에 불 떨어져서 ‘안 하면 죽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쯤부터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 나는. 안 돌아갈 것 같아.
그러면 어쨌든 지난 10년 동안 잘 살아왔는데. 되돌아봤을 때 아쉬움이 있어?
YJ
지금까지 생각해보면 그거는 딱 하나밖에 없어. 내가 만약 고등학교 2학년 때 그 아이들과 pc방을 처음 시작하지 않았었더라면. 그전까지는 피시방 안 다녔거든. 그러다가 한번 가보자. 재밌다고 해서 가봤지. 이제 룸메이트였던 애들하고 같이 다니기 시작했는데 게임이 재밌더라고. 그 전에는 게임 별로 안 했었는데, 도둑질을 늦게 배워서 더 열심히 했다는 느낌이랄까. 차라리 그냥 의자에 앉아서 책 한 글자라도 더 보는 게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 거지.
예상한 대로 당연히 안 되겠지만. 10년 후 모습에 대한 목표가 있어?
YJ
그 부분은 맨날 고민하던 건데. 내가 가끔 엉뚱한 생각을 많이 한단 말이야. 근데 이제 사람들한테 말해서 “이거 어때요?” 물어보면. 사람들이 “그거를 왜 굳이 그렇게 해?”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 사실 고등학교 때부터 쭉 생각했던 게. 내가 몸에 땀이 많이 나서, ‘만약에 몸에, 옷에다 에어컨 기능 같은 걸 달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가지면서 사람들한테 말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냐고 사람들이 말해서...
그랬다가 이제 마스크 쓰는 시기가 됐어. 근데 사실 머릿속에 생각을 했었거든. 마스크 써서 너무 더운데, 마스크를 시원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가끔 냉동실에다 넣어놓고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보니까. 몇 달 전쯤인가. 그런 특허가 나왔더라고. 그래서 생각해보면 다 비슷비슷한 내용들이었는데. 여기서 약간 생각만 살짝 달리하면 어느 정도 아이템 같은 걸 개발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쪽으로 한번 가보고 싶은 거네. 아이템 특허를 낸다거나. 너만의 사업 아이템을 하고 싶은 거네.
YJ
이제 아이템을 생각해야 하는데. 만약에 옛날처럼 갑자기 번뜩이는 게 있다면, 한 번 남들 시선 같은 건 신경 안 쓰고 도전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그런 걸 기회가 되면 하고 싶은 거고 그전까지는 계속 이 회사를 다니고 있을 거야?
YJ
이 회사는 계속 다니고 있을 것 같아. 아마 그전까지는.
항상 남들이 '이거 해라'라는 식으로 산 적이 많으니까. 한 번쯤은 진짜 내 생각대로 한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나는 할 것 같아. 해서 대박 나면 좋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