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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rpeBM Dec 18. 2021

내가 원했던 거를 그려가는 방향으로 되지 않을까

06. 스타트업 PM 친구와의 수다

이름: WM

스타트업 PM (프로덕트 매니저)

고3 시절 목표: 사실상 없음

기술경영학과 졸업

==============


지금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고 있잖아. 직무는 어떤 일을 하고 있어?     


WM

직무는 프로덕트 매니저라는 일을 하고 있어. 흔히 PM이라고 부르는 일. 주로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를 중점으로 기획하고. 어떻게 홍보할까 고민하고. 이걸 소프트웨어 팀과 어떻게 만들까 협업을 하고. 개발 완료한 게 세상에 나가도 되는가. 최종 판단하는 일을 하고 있어.     


일은 만족스러워?     


WM 

일은 전반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워. 내가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진 뒤부터 하고 싶던 일이고. ‘나라면 잘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직무 중에 하나였어.     


이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어?     


WM 

계기는 따로 없었던 것 같아. PM 일을 하게 된 것도 우연한 계기로 하게 된 거고. 지금 있는 회사 들어오고 나서 정해졌지. PM 직무로 들어온 게 아니었어.    

  

원래 운영 관리 쪽 일을 하다가, 프로덕트 오너를 맡고 계신 분이 갑작스럽게 퇴사를 하게 돼서 나에게 오퍼가 왔고.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고 PM을 하게 됐지.     

 

내가 너한테 고등학교 때 뭐 하고 싶었냐고 물어봤었는데. 너도 기억을 못 했잖아. 

    

WM 

진짜 기억이 안 나.     


사실상 고3 때 목표가 없었다고 봐도 무관한 거네.   

  

WM 

완전 맞는 말인 것 같아. 그때는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유일한 목표였던 것 같아.   

  

고등학교 때는 아무래도 그렇지. 그러면 지금은 20대 후반이잖아? 그동안에도 계속 목표가 없었어? 아니면 그래도 순간순간에 뭐라도 있었어?     


WM 

나는 모르겠어. 판단하기 그렇지만, 내 또래들에 비해 조금 빠른 시기에 뭔가를 하고 싶다는 건 있었어. 배경을 설명하자면 내가 재학 중인 과가 기술경영학과라는 곳인데. 거기서는 주로 새로 상용화되는 it 기술들을 어떻게 비즈니스로 활용할 것인가. 이런 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학과였어. 그런 거를 배웠고 또 스타트업들이 그런 새로운 기술들을 수용하고 적용하고 세상에 내놓는데 보다 적극적이잖아.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스타트업 영역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보다 보니 너무 멋있어 보이는 거야.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혁신’ 이런 거를 하는 것 같으니까. 그래서 막연한 스타트업이라는 개념에 매료가 된 것 같아.    

 

그런 개념이 매료됐는데. 너 같은 경우는 되게 일찍 들어갔잖아.  

   

WM

내가 전역을 2019년 3월 29일에 했거든. 그리고 2019년 4월에 스타트업에 바로 들어갔어. 

머리도 아직 짧은데.     


아직 대학 졸업을 하지도 않은 상태였고.     


WM

3학년이었지.     


그렇게 빨리 들어갔던 이유가 있어? 

    

WM 

항상 막연하게 ‘거기 가면 일이 신나고 즐거울 것 같다’. ‘새로운 거를 만들 것 같다’ 하는 기대를 가지고 빨리 해보고 싶었어. 어차피 스타트업, 속된 말로 하면 ‘들어가기도 쉬운데 지금 해봐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바로 한 것 같아. 되게 허무하게도 내가 처음 한번 지원서 넣어본 스타트업에서 “다음 주부터 출근하세요.” 해서 출근했어. 어이가 없었지. 부모님도 어이없어했어.     

 

갑자기 제대하자마자 그냥 들어간다고 하니까. 그러고서 얼마나 일했지?     


WM

19년 4월부터 20년 8월까지. 1년 5개월.     

 

네가 그렸던 스타트업에 대한 이미지가 있을 거 아니야. 이상향이라든지. 일 다니면서 그런 거하고 맞았던 것 같아?      


WM

완전히 달랐지. 내가 생각했던 거와 어떤 점에서 달랐냐 하면. 느낀 대로 얘기할게. 그냥 돈이 없는 회사를 스타트업이라고 부르는구나. 그렇게 느꼈어. 그 회사는 정말 돈이 없었고, 자기 자본이 없기 때문에 타인 자본을 얻기 위해서 노력하는 시간들이었어.     


투자를 받기 위해 존속하는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생각했던 거는 새로운 걸 만들어서 세상에 출시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그런 것들을 꿈꿨는데. 실상은 고객들보다는 투자사에 포커스를 두는 것 같다. 이게 여러 현타 포인트 중에 하나였지.     

 

그 괴리감이 좀 크게 느껴졌었어?     


WM 

아 현실은 이렇구나. 약간 이런 느낌? 괴리감이라 해서 ‘이거 내가 생각했던 게 아닌데 이 길이 맞나’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고. 실상은 그렇구나. 저기 이름 모르는 회사들도 다 이러고 있겠구나 라는 걸 느꼈지.    

  

그 실상을 알고 나면 동기 부여가 흔들릴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계속 스타트업 업계에 있는 이유가 있어?   

  

WM 

실제로 흔들리기도 했었어. 내 임금 얼마 안 되는데. 진짜 얼마 안 되는 임금 가지고 말싸움하고 노동청까지 가서 실랑이하고 이럴 때는 다시는 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했어. 다시는 스타트업에 발을 들이지 않겠다, 이런 생각도 했어. 근데 결국 다시 돌아왔지.     


왜 돌아왔는지 생각해 보면. 스타트업에서만 느낄 수 있던 성취감이 있었어. 내가 일 처리를 하고 계획을 하고 그런 것들을. 나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그 제품을 사용하는 걸 보고 성취감? 좀 오바하면 감동 이런 거를 느꼈었어. 그래서 그거를 다시 느끼고 싶어서 다시 도전한 것 같아.   

  

20대가 아직 좀 남았지만. 20대를 돌아봤을 때 스스로 만족스러운 것 같아?     


WM 

너무 어려운데. 만족하냐 안 하냐를 물어본다면 난 되게 만족하고 있어. 대기업. 흔히 나보다 더 좋다는 직장에 다니는 친구를 봐도 현타가 오는 편이 아니고. 내가 하는 일이 일단 재밌으니까 만족하면서 살고 있어. 

    

남들처럼 대기업 같은 곳은 아예 준비를 안 했었던 거야?     


WM 

고려 사항이 없었던 건 아니야. 삼성 보내준다면 당연히 가지. 지금 하던 일 때려치우고 가지. 그런데 이거는 나의 전략적 선택이었어. 나는 남들에 비해 말주변이 좋거나 뇌지컬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야. 내가 저 똑똑한 사람들과 다대 1의 경쟁을 할 자신이 없었어.      


그래서 취준을 1년 혹은 그보다 길게 시간을 투자할 바에 실무 경험을 하겠다. 그리고 마침 또 내가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으니, 그나마 진입 장벽이 좀 낮다는 스타트업에서 먼저 일을 해보자 이런 생각이 있었어. 공채가 무서워서 회피한 것도 없진 않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     


대신에 목표로 한 데는 한 번에 붙었지. 군대에 갔다 와서 한 곳 찔러봤는데 그때 어설프게 됐지만 두 번째. 그 회사를 나오고 나서 잠깐 남은 학기 채우고 다시 재취업을 한 거였어.     


두 번째 도전 때는 내가 가고 싶은 회사를 꼼꼼히 살펴봤고.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산업인가. 내가 그나마 관심이 있는 직무인가. 팀 문화가 괜찮은가. 이런 거를 살펴봐서 가고 싶은 곳 한 군데를 정했고. 이제 거기를 들어갔지.     

 

20대를 되돌아봤을 때 가장 힘들었던 건 뭐였던 거 같아.     

 

WM 

가장 힘들었던 때는 여기 입사하기 직전. 흔히 말하는 취업 준비생 시절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 힘든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진짜 불확실성.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니까.     


WM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런 점이 가장 무서웠고 진짜 공포스러웠던 것 같아.     

  

되고 나면 별거 아닌 것 같은데. 되기 전까지는 어떻게 될지 진짜 모르니까. 

     

WM 

나는 영영 이렇게 취업을 못하고 영원히 도태되는 건가. 이런 공포감이 그때는 나를 지배했었어. 그래서 지금 생각해보면 의미 없는 자격증, 의미 없는 공부 이런 거에 매진해서 파고들었고. 뭐라도 해야 된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건 그렇게 많지 않았지.     


뭐라도 해야 심적인 안정이 그래도 좀 되는 것 같은 느낌이니까.      

그러면 만약에 스무 살로 다시 돌아간다면 지금의 너와 비슷한 선택을 해올 것 같아?     


WM 

말했다시피 나는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또 나는 리스크를 싫어하는 사람이야. 기약 없는 취준 싸움을 몇 년이나 할까. 이런 리스크들을 되게 싫어해. 그래서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  금의 지식을 가지고 돌아간다면 더 똑똑한 스타트업 맨이 돼 있을 것 같아. 지금은 약간 모자란 스타트업 맨인데. 더 똑똑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드네.      


사람들이 ‘네가 좋아하는 일 해라’, ‘하고 싶은 일 해라’ 그러잖아. 그런 말들을 생각했을 때,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일이 너와 얼마나 일치하는 것 같아.     


WM 

많이 일치하지. 일례로 우리 부모님께 감사한 게, 흔히 말하는 좋은 직장을 가지 않고 스타트업 가겠다 이렇게 얘기했을 때 그거에 대한 불만 내지. “그래도 첫 직장은...” 이런 얘기를 나한테 하지 않았어. 진짜 감사하게도.     


네가 원하고 재미있는 일을 해라. 평생 그거 하고 살아야 되는데 관심에도 없는 일 하면 얼마나 괴롭겠냐. 이런 얘기를 했었고. 이런 느낌으로 그냥 나 하고 싶은 거, 내가 선택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난 살고 있어. 앞으로 어떤 선택의 순간이 오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선택할 것 같아.     


그럼 지금까지 네가 해왔던 선택들의 기준점은 네가 하고 싶었던 것들이야?    

 

WM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 내가 처한 상황, 내가 가진 자산 이런 것들을 고려해서 판단을 한 거지. 이렇게 얘기하지만 그렇게 이성적으로 생각하진 않아. 그런 것들을 그때그때 생각해서 그때그때 정하지.   

  

그러면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들었던 적은 없어? 내가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 건가.    

 

WM

아까 제일 힘들다고 했던 그때. 그런 의심은 당연히 들었지. 사실 이것도 안 되는 사람 아닐까.     


작은 목표를 세웠는데도 불구하고 이것마저 안 되면.     


WM

내가 생각하기에 내가 대단한 전문직이 되겠다는 것도 아니고 대기업에 가겠다는 것도 아닌데. 난 사실 이것도 못하는 사람 아닐까. 그런 생각을 잠깐 했던 적이 있어. 그게 제일 무서웠기도 하고.    

  

10년 전에 너는 지금의 네가 이렇게 될 거라고 당연히 예상 못했잖아.   

  

WM 

전혀. 예상 못했지.     


물론 십 년 후도 당연히 예상이 안 되겠지만.   

  

WM 

이루고 싶은 건 있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지.      


그럼 그게 뭐야. 이루고 싶은 거.  

   

WM 

이루고 싶은 거. 나는 궁극적으로 스타트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벤처 캐피털이나 엑셀러레이터 같은 회사에서 전문가로서 일하고 싶어. 그래서 내가 40대 초, 40대 중반까지 완전 커리어 하이를 찍고 은퇴를 해서 노후를 돈 걱정하지 않고 여행이나 많이 다니면서 지내고 싶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     

 

파이어족?     


WM

40대 중반이 파이어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재산 걱정 없고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이 정도의 목표는 있어.     

 

그게 앞으로 일종의 지향점이 돼 주겠네.

     

WM

맞아. 나는 그거를 계속 염두를 해.      

 

그럼 지금 너의 생활을 봤을 때 불안감을 느끼거나 그러진 않아?  

  

WM 

지금 나의 생활?     

 

미래에 대해서 불안을 느낀다거나   

  

WM 

당연히 불확실성이 있고. 불안한 건 있지. 근데 지금 이대로 하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원했던 거를 그려가는 방향으로 되지 않을까. 이런 막연한 생각은 있어.   

  

지금은 작은 회사의 PM따리를 하고 있지만 내가 더 나아가서 더 유명하고 더 대중들이 아는 스타트업의 PM이 되고 싶고 PM을 넘어서 완전히 총괄하는 프로덕트 오너라는 게 되고 싶고. 거기서 모든 스타트업에 대한 이해,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투자사에 들어가고. 그것이 사모펀드든 벤처캐피털이든 어떤 투자사에 들어가고 싶고. 이게 그냥 내가 상상하는 모습이야.     

 

곧 있음 서른이잖아. 기대가 되는 편이야?     


WM 

서른 살이 개인적으로는 기대가 되는 편이야. 왜냐하면 가장 연봉이 급격하게 오르는 시기이기도 하고. 가장 빠르게 전문성을 쌓아가는 시기기도 하고. 사회 초년생의 역할이라든가 그런 것에서 벗어나서 진짜 뭔가를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위치에 도달하는 게 보통은 30대이기 때문에. 나의 30대는 어떨까. 조금 기대되는 측면도 있지. 당연히 불안하기도 하지만 기대가 조금 더 크다.   

   

살면서 학창 시절 다 포함해서 이런 커리어적인 것도 그렇고. 막 진짜 내가 이거에 미쳐서 해봤다, 열정을 불태워봤다 이런 게 있어?     


WM 

여행에 진심이었던 것 같아. 해외여행. 정말 낯선 것들에 대해 좀 집착이 있었던 것 같아. 그래서 한때 그런 것들을 고집했었어. 해외여행을 진짜 가고 싶고 한국인들은 아무도 모르는 어떤 곳에 가서 지내고 싶다 이런 거에 좀 집착한 적이 있었어.     


그리고 다른 얘기일 수도 있지만 지금 여자 친구가 6년째 연애 중인데 그런 게 잘 맞아서 지금 여자 친구를 만나고 있어. 서로 낯선 곳에 대한 동경, 해외여행을 다니고 여기저기 쏘다니고 이런 것들이 잘 맞아서 같이 지내고 있어.     

 

그럼 만약에 커리어 잘 쌓아가고 있는데 너한테 여행 관련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들어왔어. 여행을 다니고 이럴 수 있는 일이야. 일적으로 할 수 있는 거야. 그럼 어떤 선택을 할 것 같아? 커리어 이미 잘 나가고 있는데 그걸 포기하고 갈 것 같아?      


WM 

이거 진짜 가장 어려운 질문인 것 같아. 물론 그때 상황과 가지고 있는 것들을 비교해봐야 알겠지만 지금 내 생각으로는 내려놓고 떠날 수도 있을 것 같아. 흔히 말하는 덕업 일치를 할 수 있는 기회잖아. 그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안 올 수도 있잖아. 그런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알겠어. 그러면 똑같은 질문을 또 할게. 과거로 돌아갔어. 다시 스무 살이야. 그래도 지금 하고 비슷한 길을 걸었을 것 같아? 아니면 여행 관련 일로 커리어를 시작할 거 같아? 

    

WM

근데 이거는 좀 달라. 뭔가 여행은 취미로 다닐 때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일과 비즈니스에 엮이지 않고, 내가 돈을 벌러 가는 게 아니라 돈을 쓰러 갔을 때 가장 재밌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거든. 그래서 커리어를 여행 쪽으로 할 것이냐는 별개의 문제인 거 같아. 물론 PM을 여행업계에서 할 수 있다 하면 당연히 더 좋지.      

 

굳이 여행을 위한, 그것만의 커리어를 쌓고 싶지 않다? 

    

WM 

맞아. 여행은 취미다. 생각 없이 즐기고 싶다 이런 생각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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