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로스쿨 준비생 친구와의 수다
이름: JD
로스쿨 준비생
고3 시절 목표: 법조인
법학과 졸업
==============
시험이 7월이었으면 지금도 공부를 계속하고 있는 거야?
*법학적성시험은 1년 중 7월 하루 치러진다.
*인터뷰 시점: 10월 중순
JD
일단 10월까지. 10월 초에 원서 지원했고. 그전까지는 영어 성적을 올리려고 영어 공부를 했었지.
지금 입시철인 거네. 이제는 조금 여유 있어진 거네.
JD
여유 있지만 마음이 더 고된
그게 있지. 떨리지 이게.
JD
공부를 그렇게 덜하지도 않아. 계속 알아보고 뭐라도 해야 되니까. 그래도 단순히 공부할 때보다는 몸은 여유 있는데, 마음이 조금 더 고되지.
로스쿨이라는 목표는 어렸을 때부터 쭉 생각을 해왔던 거야? 어쨌든 과도 법학과를 나왔으니까.
JD
정말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어. 검사 변호사를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고 공부를 해왔는데 이런 얘기해도 되나. 고등학교 때 노느라고. 참 열심히 놀아서 성적이 안 나와서 높은 수준의 대학은 가지 못했지. 그래도 성적에 맞는 괜찮은 법학과가 있어서 그곳에 진학을 했어. 그리고 로스쿨 제도가 있으니 한 번 도전해보자. 하는 거를 군대에서 생각을 굳혔지.
전역하고 대학을 다니면서 조금씩 공부하고
휴학하고 공부하고
졸업하고 공부하고
그리고 조교도 작년에 1년 했어.
학교 조교 하면서 공부도 하고
그리고 일 끝나고 공부하고
계속 무한 공부네.
JD
아무튼 그래서 너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면 어렸을 때부터 법조인의 꿈을 가지고 지금 여기까지 왔지.
혹시 왜 법조인이 되고 싶었는지에 대해서는 기억나?
JD
뭐 돈을 벌고 싶다거나 권력욕이 있다거나 이런 것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어려운 사람들을 좀 도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 그런 일 중에서 괜찮은 직업을 생각한 게 변호사였고 그 생각을 가지고 간 거지.
그리고 우리 어렸을 때 그런 드라마 많았잖아. 검사 변호사, 특히 검사 나오는 드라마가 엄청 많았잖아. 보면서 되게 멋있다는 생각을 했었지.
어쨌든 크게는 진로를 안 바꾸고 지금까지 쭉 달려온 거잖아. 그거에 대해서 다른 길을 가봤을 걸 같은. 스스로에 대해 의심이 든 적은 없어?
JD
너무 많지.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막연하게 공부를 하면서 누구나 그럴 것 같아 누구나. 괜히 했나. 아니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르겠고. 리트가 공부 량으로 승부를 할 수 있는 시험이 아니니까 오히려 더 그런 것 같아.
예를 들면, 예전에 사법고시처럼 뭐 법 과목이 있고 공부해야 할 과목이 있어서 그 과목을 내가 공부를 덜 해서, 못 해서, 그래서 안 된 거면 ‘내가 더 하면 되지’ 이렇게 확신을 가질 수 있는데. 그 확신이 안 드는 게 너무 막연하다 보니까. 내 언어 추리 논증 능력을 시험을 본다는데 너무 막연하잖아.
게다가 나보다 공부를 안 해도 나보다 월등한 친구들이 많이 있고. 물론 나도 공부를 하면서 계속 조금씩 성장을 하지만. 그게 속도가 더디다 보니까 더 막연하지.
특히 지금 이제 나이가 이렇게 스물여덟까지 되다 보니까. 내가 여전히 그 길을 갈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일도 해보면서 좇아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다른 일을 조금 해봐야 되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그러면 만약에 다시 고3이나 스무 살 초반 이때로 되돌아간다면. 그래도 똑같이 지금처럼 법조인의 길을 준비할 거야?
JD
도전을 할 것 같아. 계속할 것 같고 대신 지금 이 마음을 가지고 가면 다른 도전을 많이 해볼 거 같긴 해. 사실 장래 희망, 꿈이라는 게 내가 그냥 정해서 하는 거잖아. 내 마음속에 ‘이거다’ 하고 정하는 건데. 그 마음이 지금 흔들리니까. 굳이 이렇게 한 길만 꼭 갔어야 되나. 이런 생각이 있지. 그러니까 스무 살, 스물한 살 때는 조금 더 많은 걸 해봐도 됐지 않나.
그걸 하면서 내 꿈이 더 확실해질 수도 있는 거고. 그걸 통해서 또 배우는 게 분명히 있을 테니까. 내가 앞으로 갈 법조인의 길에서도 도움이 될 거 아니야. 어떤 일을 하든, 그게 완전 별개의 일이라도 분명히 도움이 될 거니까 뭔가 많은, 다른 도전을 해보지 않을까.
그런 게 지금은 아쉬움으로 남는 느낌이야?
JD
아쉽지. 항상 아쉽지. 2년 전, 3년 전이 아쉽고. 또 그때 생각하면 2, 3년 전이 아쉽고. 매번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 그래서 그냥 후회 없이 계속해보자. 그러면 나중에 30대가 넘어서. 40대, 50대도 넘어서 보면 지금 힘들어하는 것도 별거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당연히 하고 싶은 거. 내 마음이 가는 쪽으로 해봐야 되지 않는 게 아닐까 해서 지금 계속하고 있는 거지.
네가 지금은 목표에 대해 뭔가 흔들리고 있다고 이렇게 얘기를 했잖아. 그러면 그 원인이 ‘이게 될지 안 될지 모른다’는 불안정성 때문이야?
JD
그런 것도 있고. 플러스 예전에 왜 다른 거를 안 해봤을까. 다른 걸 해봤으면,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오히려 지금 꿈이 더 확실했을 텐데. 그게 아쉬운 거지. 마음속에 더 깊은 확신이 있으려면 내가 다른 걸 해보고. 그게 아니라는 걸 알고. 그리고 이걸 했으면 훨씬 더 굳건하게 할 수 있었을 거 같은데. 조금 이렇게 흔들리는 게 다른 걸 안 해봐서 그런 것 같아.
그런 의심이 있는 거네. 내가 예전부터 꿈꿔왔던 거긴 하지만 이게 정말 내가 좋아하는 건가.
JD
맞아. 정확해. 딱 그거 같아. 이게 내가 꿈꿔온 게 아니라 어떤 직업 중에 선택하는 것 정도. 그리고 그 선택에 도전을 하고 있는데 쉽지 않으니까. 마음이 더 흔들리는 거지.
그러면 혹여나 로스쿨이 되면 물론 좋지만 안 될 수도 있잖아. 로스쿨이라는 게 워낙 어렵기도 하니까. 그렇다면 만약 안 돼서 진로를 바꾼다고 했을 때. 여전히 미련이 남을 것 같아?
JD
생각을 좀 해봐야겠네...
미련은 없을 것 같아. 왜냐하면 미련을 가질 이유가 없는 게 다른 길을 선택을 하는 게 아까도 얘기했듯이. 계속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이 꿈을 가져갈 수 없으니까. 일단 다른 일을 시작해볼까 하는 거고. 다른 일을 하면서도 계속 도전을 할 거니까. 미련을 가질 이유가 없지 않을까.
언제든지 다시 할 수 있는 거니까.
JD
맞아. 그리고 로스쿨을 들어가는 게 좀 나이가 드신 분들도 많이 가니까. 다른 일을 하시다가 40대, 50대에도 많이 가니까. 나도 언제든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래서 다른 일을 하면서도 계속 공부를 꾸준히 해나가면 어쨌든 내 능력을 올리는 거니까. 그게 몇 년이 걸리든 꾸준히 공부를 계속하면 언젠간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안 되더라도. 합격을 못하더라도 후회는 없을 것 같아.
만약에 어떤 다른 일을 했을 때. 그 일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제 자리가 잡힐 때. 로스쿨을 완전히 포기할 때가 있을 수도 있잖아. 그때쯤 되면 후회 없을 것 같아. 만약에 포기를 한다면 그때는 진짜 해볼 만큼 해봤다 하고 포기를 할 테니까. 그러면 후회가 없지 않을까.
지금 수험 생활이 길어지고 있잖아. 하루하루를 봤을 때 그래도 뭔가 발전해 나가고 있는 느낌이 들어 아니면 하루하루 뭔가 버티면서 산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 하루하루가 어떤 느낌이야? 내일이 기대가 되는지 아니면
JD
전혀
버티는 듯한
JD
그게 맞는 것 같아. 어떤 표현을 해야 될지 몰랐었는데. 네가 얘기하자마자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아. 버티기에 급급한 것 같아. 하루하루 매일. 요즘 특히 더 그러는 게. 매일매일 무너지는 느낌. 문득문득 계속 그런 마음이 들어.
쉽지가 않아 이게 진짜. 공부를 열심히 계속하고 있고. 그런데도 불확실하니까 그런 것 같아. 쉽지 않아.
JD
근데 참 죄송스러운 말이지만 매일 같이 있는 사람은 그렇게 위로가 안 되더라고.
가족들이 해주는 말들?
JD
엄마하고 둘이 요즘 자주 있는데. 엄마가 엄청 신경을 많이 써주시지. 나도 최대한 도와드리려고 하지만, 최대한 손 안 대게끔 하고. 공부만 할 수 있게끔 지원을 해주시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서로 틱틱거리고 이렇게 되는 것 같아. 내가 군대에 다녀오면서부터 안 그랬거든. 근데 요즘에 오히려 더 그러는 것 같고. 어머니와 있는 게 그렇게 막 위로가 되지 않는데. 왜 가끔씩 이렇게 너나 친구들 만나서 이렇게 속마음을 얘기하면 그게 위로가 되더라고.
딱 풀리잖아. 부모님한테 솔직히 이런 얘기를 어떻게 해.
JD
맞아. 부모님한테 못 하니까. 그러니까 어머니께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으면 어머니도 위로가 되겠지만 어머니 앞에서 이런 얘기도 못하고 그냥 혼자 계속 있다가 뭔가 마음이 언짢을 때. 이렇게 틱틱거리게 되고. 그럼 죄송스러운 거지. 근데 어쨌든 이렇게 다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들 만났을 때 좀 위로가 되더라고.
수험생활하다 보면 멘탈 리프레시가 굉장히 중요하잖아. 그럴 때마다 하는 게 있어?
JD
나는 운동을 해. 몸을 움직이면 좀 힘이 나고 그러면 공부하기가 낫더라고. 그리고 운동을 꼭 해야겠다고 생각한 게. 공부하다 보면 허리나 손목이 안 좋아지잖아. 하루에 꼭 1시간 이상은 운동을 하는 게 그런 부분에서도 훨씬 낫지 않을까 했지. 그래서 그런가. 공부를 계속해오면서도 어디 아픈 데 하나 없었거든.
계속 앉아만 있으면 또 그러니까.
JD
그거 이상으로 좋은 게. 정신적으로. 몸이 건강하니까 마음도 훨씬 나아. 그리고 운동을 할 때 다른 생각을 안 하고. 운동을 마치면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니까. 계속 지치다가 오히려 운동을 하면 더 오히려 힘이 나더라고.
지금까지 지난 10년 얘기만 했잖아. 지난 10년 동안 법조인이라는 목표를 향해서 왔는데. 10년 후에 갖고 싶은 목표가 있다든지 아니면 이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목표가 있어?
JD
지금 생각하는 마음 잊지 않고 계속하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봤었어. 그러니까 나중에 내가 법조인 일을 하다 보면. 내 가치관과 다른 일을 해야 될 순간이 분명히 많이 생길 거 아니야. 그때. 어렸을 때 내가 왜 이걸 하려고 했는지,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 그 마음 하나 그때까지 가지고 있으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을 해.
그리고 꼭 얘기하고 싶은 게. 너한테도 얘기하고 싶은 거고 누구한테나 얘기해주고 싶은 게 있는데 혼자 여행해봤으면 좋겠어.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혼자 여행하던 거였더라고.
내가 진짜 좋아하는 사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추억을 공유하는 것도 엄청 큰 행복이고 엄청 좋아. 내가 혼자 여행을 가면 별로 재미없어. 그리고 약간 외로워. 근데 나를 더 많이 보살펴줄 수 있고 나를 더 많이 돌아볼 수 있고 이런 면에서 진짜 내가 28년 동안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이제 작년에 혼자서 거제도 여행 갔던 거더라고.
진짜 좋았어. 그냥 거기서 다니면서 내가 가고 싶은 데 가고. 일정도 안정해놓고 가고 싶은 데 가고. 또 일정을 정했더라도 다른 데가 좋아 보이네 하면 그쪽으로 갈 수도 있고. 거기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이런 게 진짜 재밌더라고. 그때가 진짜 되게 행복한 기억이었는데 해봤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