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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an 12. 2016

#98 : Crazy Ken Band

요코야마 켄(横山剣, 보컬), 히로이스 케이치(廣石恵一, 드럼/퍼커션), 오노세 마사오(小野瀬雅, 기타/키보드/코러스), 그리고 호라구치 신야(洞口信也, 베이스)를 중심으로 15인조 보컬 연주 그룹 CK'S를 결성한 것이 1991년. 요코하마 혼모쿠(本牧)에 있는 시니세(老舗, 조상 대대로 이어져 번창한 가게) '이탈리안 가든(イタリアンガーデン)'을 거점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이 크레이지 켄 밴드(이하 'CKB')의 시작이었다. 


95년. 자신의 레이블 더블 조이 레코드(Double Joy Records)를 통해 솔로 앨범 [크레이지 켄의 세계( クレイジーケンの世界)]를 발매한 요코야마 켄은 디제이 타카미야 에이테츠(高宮永徹)가 리믹스를 거든 [Groove Trax]를 내리 내놓으며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펼쳐나간다. 

97년. CK'S 활동을 끝내고 앞서 언급한 핵심 멤버 네 명에 색소폰/플룻 연주자 나카니시 케이치(中西圭一)를 영입, 지금의 크레이지 켄 밴드를 결성하였다. 그 사이 이탈리안 가든이 문을 닫자 밴드는 요코하마 장자마을(長者町)에 있는 명소 '프라이데이(Friday)'를 새로운 활동 공간으로 삼는다.

1년 뒤 크레이지 켄 밴드의 데뷔작 [Punch! Punch! Punch!]가 더블 조이 레코드에서 발매된다. 동시에 95년작 [크레이지 켄의 세계]를 리마스터링한 [광검적 세계(狂剣的世界, Crazy Ken's World)]도 발표, 밴드는 시작부터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나간다. 

가을에는 카나가와현 하코네 아시노유(芦ノ湯)에서 온천 연회 라이브 <하코네 요코와케 핸섬 월(箱根ヨコワケ・ハンサム・ワール)>을 기획, 대성공을 거둔다. 이후 이 행사는 매년 2회(봄과 가을) 여는 정기 '행사'가 된다. 

크레이지 켄 밴드는 2000년 들어서도 스튜디오와 스타디움을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협업(콜라보)에선 피치카토 파이브 출신 노미야 마키(野宮真貴)의 솔로 곡 '지구를 일곱 바퀴 반 돌아라(地球を七回半まわれ)'에 프로듀서/편곡/연주로 참여한 것과  코니시 야스하루(小西康陽), 코모에스타 야에가시(コモエスタ八重樫), 스나가타츠오(須永辰緒), 타지마타카오(タジマタカオ) 같은 리믹서/프로듀서들과 함께 [플레이보이들의 매뉴얼(ザ・プレイボーイズ・マニュアル)]를 발표한 것일 게다. 이 앨범이 나오고 한 주 뒤 CKB는 자신들의 세 번째 앨범 [충격요법(ショック療法)]을 발매하였다. 

1971년 TV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만화가 몽키 펀치(モンキー・パンチ, 본명 카토 카즈히코(加藤一彦))의 <루팡 3세(ルパン三世)> 트리뷰트 앨범 [Punch the Monkey 3]에 참여한 CKB는 이어 아오야마의 유명 레스토랑 '케이(Cay)'에서 <아오야마 246 심야족의 밤(青山246深夜族の夜)>을 '올나이트'로 개최, 큰 호응을 얻었다. 소설가 겸 가수 노사카 아키유키(野坂昭如)와 1982년부터 만화가 네모토 타카시(根本敬)를 중심으로 '절판 음반 복각' 운동을 전개한 유닛 '환상의 명반 해방 운동(幻の名盤解放同盟)' 등이 게스트로 참여한 이 행사에서 밴드는 기타와 키보드 연주로 자신들을 도와준 신구 토라지(新宮虎児)까지 영입하며 '일석이조'를 맛보았다. 한편, 이날의 분위기는 그해 12월10일 발매된 라이브 앨범 [아오야마 246 심야족의 밤]에 고스란히 담겼다.

대략 눈치 챘겠지만 정규작 [777]에서 신중현의 '미인'을 커버하기도 한 CKB는 '성인(또는 중년)밴드'이다. 하지만 허구한 날 '여자'와 '미니스커트'를 외친다고 해서 이들을 '저질'로 보는 건 부당하다. 그들은 여자와 돈도 좋지만 힘든 회사원들의 마음('셉템버(せぷてんばぁ)')과 허탈한 아버지들의 마음('존경해요! 아버지(Respect! Otosan)')도 더불어 챙기는, 인간미 넘치는 팀으로 기억되어야 맞다. 

사디스틱 미카 밴드(サディスティック・ミカ・バンド)와 제이 가일스 밴드(The J. Geils Band)처럼 되고 싶었던 이들은 음악성과 연주력도 탁월해 로큰롤과 소울, 재즈, 훵크, 로커빌리, 시부야케이, AOR, 힙합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밴드이다. 가령 대표곡 '호랑이와 용(タイガー&ドラゴン)'을 와다 아키코(和田アキ子), 카이 요시히로(甲斐よしひろ), 오오니시 유카리와 신세계(大西ユカリと新世界), 그리고 알아이케이아이 리키(RIKI)가 앞다투어 커버한 것은 그들(의 실력)에 대한 존경과 애정의 표현이라 할 수 있겠다. 

CKB는 2016년 요코야마 켄 데뷔 35주년 기념반이자 밴드의 17번째 앨범 [홍콩택시(香港的士 -Hong Kong Taxi-)]를 내놓고 활동을 쉴 생각이 없다는 걸 분명히 했다. 훵키 재즈 그루브와 처연한 엔카 멜로디를 함께 맛보고 싶다면 사실 이만한 밴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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