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가리는 동네에서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지만 다른 덩굴식물들(특히 콩과식물)과도 잎이 비슷하게 생겨서 꽃이 피기 전에는 알아보기 쉽지 않다. 그렇지만 여름의 끝자락 즈음에서 손톱만 한 작고 예쁜 꽃들이 뭉쳐서 피어나기 시작하면 은은한 향기도 나고 자꾸 바라보고 싶을 정도로 눈이 간다. 박주가리 꽃은 털이 많아서 비맞은 모습은 조금 덜 예쁘다.
박주가리. 2018.8.25. 살던 동네에서 촬영
'박주가리'라는 이름은 박 모양을 한 열매가 다 익어 갈라지는 모습, '박 쪼가리'에서 비롯된 것 같다는 설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박처럼 생긴 열매가 달린 박주가리. 2021.8.27. 동네에서 촬영
박주가리는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한 식물로, 여린 잎은 나물로 먹고 줄기와 씨앗 모두 약으로 써왔다고 하며, 특히 겨울이 되면 박 모양의 열매가 갈색으로 익어 반으로 쪼개지면서 깃털과 같은 털을 달고 있는 씨앗이 나오는데 이는 면사를 닮아서 선조들이 겨울의 추위를 이겨내는 데에 역할을 했다고 한다.
씨앗 사진은 직접 찍은 사진이 없어서 인터넷에서 가져왔다. 올해 겨울에는 박주가리 꽃이 피었던 곳에 찾아가서 깃털 달린 씨앗을 찾아봐야겠다.
깃털 같은 털이 달린 박주가리 씨앗의 모습 (출처 : 네이버 두산백과 / 이기명 )
'동네 꽃' 글을 쓰면서 식물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이런 식물들의 유용함과 우리 생활과의 밀접한 연관성을 생각하면 참 고맙고, 소중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5년 전에 박주가리 꽃을 처음 만난 후 작고 예쁜 꽃에 반해 이맘때쯤 되면 항상 사진을 찍으며 언젠가는 그림으로 그려야지 했었다. 그리고 이번에 그림을 그리며 박주가리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니 앞으로 길가에서 만나면 더 반가울 것 같다.
작고 예쁜 박주가리 꽃을 그리고 있는 모습. 2022.8.25
식물 그림에서 그물맥 잎은 항상 어려운 과제 중 하나인데, 이번 작업에서도 역시 진땀을 빼게 했다.
그물맥 잎을 힘들게 한땀한땀 채우고 있는 모습. 2022.8.26
가장 큰 잎을 그리면서 너무너무 그물맥 그리기가 싫어지는 바람에 세밀함을 포기해 버렸다. 가끔 이런 매너리즘에 빠질 때가 있지 않나 변명을 해본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