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왜 정보쌤이 됐어요?

저도 정보쌤이 될래요!

by Briony

지금 근무하는 학교에 나와 같이 들어왔던 1학년들이 어느새 3학년이 되었고 졸업반이 되었다. 졸업식까지 이제 3일 남았다.


그 당시 우리 반도 참 험난한 아이들이 많았다.

오늘 보건실에 갔는데 뒷모습만 봐도 우리 반이었던 학생이 아파서 골골거리고 있었다.


그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덩치는 이미 어른인 이 학생이 내게 아주 놀라운 질문을 했다.

"선생님은 왜 정보쌤이 되셨나요?"

"나는 그나마 컴퓨터가 재밌었어."


오늘 학생과 나눈 대화 중에 가장 미래지향적이고 심오한 대화였다.

평상시에 내가 아이들과 하는 대화는 주로 이렇다.


하지 마라. 다친다. 걱정된다. 그만해라. 등등

중1인지, 초1인지, 유치원 생인지 알 수가 없는 이 대화의 수준.

대화를 더 이어 나갈 수도 없다. 대화는 겨우 3초의 지속성도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이 아이가 내게 던진 질문은, 본인도 이제 진로를 고민할 시기라는 것이겠지?



같은 반이었던 반장 학생은 얼마 전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선생님, 정보샘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3년 동안 지긋지긋한 이 힘든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이 두 가지 질문은 그래도 내가 했던 최선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


스스로도 소망 없고, 실제로도 희망이 없는 나의 삶의 자리.

하나님을 매일 붙잡고, 큐티로 내가 할 잔소리를 준비해 간다. 그래도 사탄은 공격한다.


학부모의 집요한 민원으로, 마음이 아픈 아이들의 잦은 지각과 조퇴로...

내가 있는 이 삶의 자리는 여러 사람들의 인생이 집약되고 응축되고 짬뽕된 공간이라 매일매일이 전쟁터 같다.


단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고, 내일도 아이들이 싸우지 않기를 바라고 기도하며 퇴근한다.


내일은 12/31일, 2025년의 마지막날이다.

아직도 학기가 끝나지 않았고, 업무가 끝나지 않았고, 방학을 하지 않아서 송구영신을 즐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나님,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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