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 부모의 마음이구나

추수감사주일을 맞아 나도 감사로 선물을 전하자!

by Briony

빼빼로 데이를 지나 어느덧 공기가 제법 차가워지다 못해 얼얼한 겨울이 다가왔다.

이 겨울이 지나면 또 한 해가 가고, 한 살을 더 먹고, 그리고 이 아이들과 헤어진다는 뜻이겠지.

내게 담임교사의 직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매일매일 부모의 마음을 훈련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31명의 담임교사, 35명... 매년 숫자가 다양해지는 만큼 아이들의 성격, 모양, 특성도 정말 다양하다.

그들의 사정을 듣고 있노라면 세상은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옹기종기, 오밀조밀 모여 사는 곳이구나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아이들에게 받은 선물은 함부로 버릴 수가 없다.

그들의 절절한 사연이 담겨있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삐뚤삐뚤 흐트러진 글씨로 한 땀 한 땀 꾹꾹 눌러 담은 그 마음들. 그 편지와 손수 만든 초콜릿과자를 나는 아무 음식처럼 한 입 베어 먹을 수가 없다.

어쩌면 썩어버려서 음식으로 가치를 못할 때까지 보고 또 보고 싶은 마음이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그런 것일까?

아이를 잉태하고 이 세상에 출산하는 동시에 우리에겐 엄청난 책임감이 부여된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그 아이가 자라면 자라날수록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갓난아기일 땐 할 수 있는 게 웃는 것과 우는 것 밖에 없다 보니 아플 때도 울고, 배가 고플 때도 울고, 기저귀를 갈아줄 타이밍에도 우는 것이다.

아이가 울면 주변 사람들이 상당히 피곤해지는 것은 지나가다가 많이 경험해 본 바, 부모들은 얼마나 더 괴로울까? 심지어 통잠을 자지 못하고 한 시간에 한 번씩 깨는 아이가 있다면 그 부모의 삶의 질은 급격히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들에게 기쁨이 되는 것은 아이의 한번뿐인 웃음. 그 순수하고 귀엽고,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단어를 활용해서라도 표현하고 싶은 그 웃음이 있기에 부모들은 버티는 것이다.


교사도 마찬가지이다.

어제도 교육계의 현장체험학습에 관한 판결이 나왔고, 내년부터 체험학습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참 고민이 들고 혼란이 드는 기사였다.

과연 이 아이들에게 교실 속에서 마주할 수 없었던 행복마저 빼앗아야 하는지, 여전히 소외된 아이들이 많이 있는데. 거주지 동네 외에는 별로 가본 적도 없고, 가볼 수도 없는 아이들이 아직 많은데. 그 아이들의 웃음마저 어른들이 빼앗아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나도 그런 어른이, 흔히 말하는 꼰대가 되어가는 것이다.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아이들은 안중에도 없는 그런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마지막 창의적 체험활동 동아리 시간이었다.

사실 이 시간은 567교시 연강이라 아이들도, 나도 조금은 쉬어가는 코너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각반에 흩어져 있던 아이들이 코딩이라는 이름을 보고 수강신청을 해서 나의 또 다른 반에 편성이 되었다.

이 아이들에게 마지막 과제로 '메리크리스마스 과제'를 주었다.

아이들이 고등생쯤 되었다면 무슨 이상한 과제 이름이냐, 선생님 너무 하신다..라고 볼멘소리를 내놓았겠지만 아직 중학교 1학년이라서 과제 수행보다 과제를 끝내고 맛보는 간식이라던지, 자유시간에 더 즐거워한다.


빨리 끝내고 간식을 받고 싶어 하는 아이들, 자유시간에 하는 게임을 더 좋아하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기에 나는 이들에게 사랑의 잔소리를 멈출 수가 없다.

생활지도 및 상담이라는 교육학 과목이 있는데, 적어도 교사인 이상 하루에 한 번 이상 잔소리를 안 하면 몸이 근질근질한 것은 부르심 받은 자리가 이 자리이기에 오늘도 감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감 주사를 맞아서 내 몸에서는 어제, 오늘 바이러스와 열정적인 투혼을 하고 있다.

매일매일 바이러스로 가득 찬 교실, 학교라는 공간에서 나는 전신갑주를 입고 나아간다.

그리고 그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매일매일 큐티와 말씀으로 무장해야 한다.


들판에도 이제 추수를 마치고 한해의 수확을 마무리하는 것처럼 나도 우리 아이들과의 추억을 이제 마무리하는 준비를 한다.

Thanks Giving.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께서 친필로 써주신 말씀을 오늘도 잊지 않고 실천해 나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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