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주사를 맞으러 가는 길도 행복해

by Briony

길고 길었던 추석 연휴가 마치 가을 방학처럼 느껴지던 2025년, 평상시에 내가 만났던 고난은 이 축에도 끼지 못했던 날들이다.


연휴가 끝나고 돌아온 그 주는 7교시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등학교 선생님에게는 7교시가 너무나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중학교에서 7교시는 하루 종일 영혼을 갈아서 부대끼는 6시간이라 여기서 1시간이 추가되는 일은 꽤나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학급자치라는 이름으로 한 달에 한번 학급회의가 7교시에 추가되고 있다.

어떤 관리자나 부장님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으려나.

'아니 1시간 늘어난 게 뭐가 힘들어요?'


고작 1시간이 늘어나는 것인데, 교사와 (아마도) 학생들이 느끼는 스트레스는 고작 1시간은 아니다.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그 1시간이 너무나 괴로울 것이다.

아직도 수업시간에 춤을 추는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춤을 추는 아이에게 사랑의 잔소리를 해야 하는 교사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올 한 해는 담임교사를 안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여러 번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5년 차 교사가 담임업무에서 빠질 수 있을까?

다행히도 우리 학교는 교원이 많은 편이라, 부장님이 되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학년부장, 그리고 각 부서부장님...


그러기에 내 경력은 너무나 작고 부족하다.

내가 업무 분장의 부장님이 되면 우리 부서가 참 잘도 굴러가겠다. 새파랗게 어린것이 오히려 계원에게 업무를 나눠서 분배할 수 있을까?




학교라는 공간은 여러 세대가 다 같이 머무는 특별한 공간이다.

학생들은 10대요, 교사는 20~60대까지, 학부모의 나이도 꽤나 다양해진 요즘.

이 다양하고 특별한 공간에는 참 많은 사연이 있다.

그리고 이 중에서 내가 가장 관심이 가는 구성원은 단연 교사이다.


내가 교사니까!


오늘은 교육청에서 지원해 주는 독감예방주사를 맞는 날이다.

교육청 지정이다 보니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병원까지 가야 한다. 그리고 병원진료의 마감시간은 5시다.

이번 주는 유일하게 오늘만 시간이 된다. 그리고 예방접종 종료일은 내일까지다.


수업을 마치고, 심지어 오늘은 다른 학교 출장이 있어서 그 출장 일정과 예방접종 가려고 했던 시기가 딱 겹치는 날이 왔다.

그냥 다 필요 없고 집 앞에서 내 돈 내고 맞을까?

이런 고민도 해보았다.

출장 일정이 예상보다 빨리 끝났고, 나는 택시를 타고 지정병원으로 독감주사를 맞으러 갔다.


밖에서 보기에는 독감주사 그냥 아무 데서나 맞으면 되지? 별일 아닐 수도 있겠다.

학교에서 시간이 1분 1초 단위로 움직이는 선생님들은 이 주사를 맞으러 가는 것도 꽤나 귀찮은 일이다.

하지만 출장 일정이 끝나자마자 나는 내 옆자리 음악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지금 독감주사 맞으러 가려고 하는데 혹시 도착하셨어요?"

"병원 건물 몇 층으로 가야 하는지 여쭤보려고 전화했어요."


이렇게라도 밖에서 우리 학년 교무실 선생님을 만나고 싶은 내 마음이다.

내가 이 학교를 떠날 수 없는 이유가 아직 단 한 가지 남았다면, 그건 내 옆자리 내가 너무나 존경하고 좋아하는 멘토 선생님과 편안한 선생님들있기 때문이다.


독감주사는 사실 아무 데서나 맞아도 된다. 교육청 지원을 받아서 '무료'로 맞아도 좋고, 그냥 우리 동네 의원에서 맞아도 상관은 없다.

그런데 내 옆자리 멘토샘과 우리 학년실 샘들, 그들과 이야기 한번 더 하려고 나는 주사를 맞으러 갔다.



학교에서 독감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모두 독감 조심하세요!


keyword
이전 23화스스로에게 답을 찾지 말고 주께 답을 찾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