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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생 Apr 03. 2024

부족해서 배우는 중입니다만

‘마시다’의 어간 ‘마시-’에 ‘-세요’를 붙여 ‘마시세요’처럼 쓰는 것은 문법적으로 가능한 표현입니다. 다만, ‘마시세요’ 보다는 ‘먹다’의 높임말인 ‘들다’를 써서 ‘드세요’처럼 쓰는 것이 바람직하겠습니다. http://t.co/MghhM7HI 국립국어원 X 2012.05.10.


한국어에서 "마시세요"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2012년 5월 10일 X(옛 트위터)에는 '마시세요' '문법적으로 가능한 표현'이라고 했다. 그러나 '드세요'라고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매우 많은 마시세요를 목격할 수 있다. 앞에서 말한 선생과 국립국어원의 설명에 따르면,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때, '마시세요'는 '가능한 표현'이지만, '드세요'가 '바람직'하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다.

가능한 표현과 바람직한 표현. 이 둘 사이에서 상당한 고민이 생긴다.

구글에서 '마시세요'를 검색하면, 이렇게 많이 사용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세종말뭉치에서도 마시세요라는 표현이 들어간 문장 용례가 2건 발견된다. 

한 문장은 TV 광고의 내용을 인용하는 문장이고, 다른 하나는 랍스터를 먹는 시간이라는 소설에 나오는 대사이다. 

확실한 것은 이러한 문법 사용이 '가능하지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고, 바람직하지 않다면 가능하지도 않아야 할 텐데, 왜 가능한가라고 제 삼으면 끝도 없는 논쟁이 벌어질 듯하다.


한 가지 더.

"먹을 수 있다"라 표현은 능력을 표현하는 것인가, 가능성을 표현하는 것인가.

어느 선생은 행동은 학습으로 이루어지는 행동이 아니고 본능적인 것이기에 '능력'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질문에 '능력'이라고 외친 내가 민망해졌다.

매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능력인가, 가능성인가가 예시로 나왔다. 매운 음식을 먹을 시간(기회)이 느냐 느냐 '가능성'으로 보이고, 그 매운 음식을 씹어 삼킬 수 있냐는 '능력'으로 보인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고 그것을 즐겨 먹는 사람에게는 매운 음식을 먹는 것이 능력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매운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사람이 용기를 내어 먹는 것은 능력을 발휘하는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물론, 매운 음식을 못 먹는 사람은 능력이 없어서라기보다, 본능적으로 매운맛이라는 통증(통각)을 피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매운맛'이라는 통각(통증)을 피하는 것이 본능이라면, 그것을 억누르고 매운맛(통증)을 즐기는 사람은 본능을 거스르는 '능력'을 가진 것이 아닐까?

'능력''가능성'.

'가능성'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 찾아오는 '시간(기회)'에 해당한다면, '능력'은 가능성이 주어졌을 때 완수할 수 있는 ''이 아닌가.

먹는 일이 가능성의 영역이라면, 먹는 일이 본능적인 것이라면, 오히려 그러한 설명 때문에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은 본능에 지배당하는 사람처럼 폄하될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은 아닌가.


나는 배가 고프지만 먹지 않을 수 있다는 각오가 능력자임을 증명하듯이,

나는 배가 부르지만/그 음식을 싫어하지만 먹을 수 있다는 표현도 능력의 표현이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그는 피드백을 할 때, 음식을 접할 기회가 있는가를 묻는 "먹을 수 있어?"와 상대방의 기호에 맞지 않는 음식을 두고 묻는 "먹을 수 있어?"를 구분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가르쳐 주는 사람이기에 경청하면서도, 문득문득 의아해지는 건, 역시 내가 삐딱하기 때문인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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