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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훈식 교수 Dec 17. 2021

메타버스에서 사는 세상이 열리다.

우리의 모든 생활 공간이 메타버스로 이전하고 있다.

사람들의 활동과 경제가 메타버스로 이동하는 것은 무엇보다 인간의 터전이 되는 공간들이 메타버스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과거 웹페이지와 동영상 콘텐츠와 같이 2차원화의 평면화된 정보 세상에서 이제 사람들은 3차원 공간을 가진 메타버스 세상에서 살게 되었다.


메타버스 한강공원에서 먹는 라면은 무슨 맛일까? 

대표적인 편의점 브랜드 중 하나인 CU를 운영하고 있는 BGF리테일은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ZEPETO)에서 가상현실 편의점을 오픈했다. 제페토의 공식맵이 여러 개 있는데 이 중 가장 인기있는 장소 중 하나가 한강공원이다. CU는 이 한강공원에 편의점을 오픈한 것이다. ‘CU 제페토한강공원점’을 방문하면 파라솔과 테이블을 이용할 수 있고,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루프탑 테라스에 앉아서 겟(GET) 커피, 델라페와 같은 CU의 차별화 상품을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아바타로 편의점에 방문해서 즉석원두 커피 기기에서 커피를 내리거나 한강공원 편의점 인기메뉴인 즉석조리 라면도 먹을 수도 있다. 


제페토 한강공원에서 라면을 먹는 모습

이 편의점 설치 후 한강공원 월드 맵의 방문자 수가 이전보다 2배 이상 증가하고, 인증샷 수도 8배 급증했다. 그리고 제페토 플랫폼 상에서 개인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피드’의 CU 관련 게시물은 2,900여 개, 조회 수는 270만 건을 넘었다. 제페토 내에서 아바타 아이템을 판매하는 CU 패션 아이템도 22만여 개가 판매됐다. 이 같은 인기에 CU는 제페토 2호점인 ‘CU제페토교실매점’과 3호점인 ‘CU 제페토 지하철역점'을 오픈했다. MZ세대는 자신들에게 친숙한 편의점이라는 공간이 메타버스에서 등장하고, 편의점에서 소비하던 활동을 메타버스에서 구현된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재미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메타버스 운동장에서 과잠바를 입고 입학식을 치룬 신입생들

코로나19로 대면 행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순천향대학교는 SK텔레콤과 협력하여 2021년 순천향대 신입생 입학식을 ‘점프VR'이라는 SK텔레콤에서 개발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진행하였다. 신입생들은 메타버스에서 구현된 운동장에 모였다. 학생들은 3차원 가상 세계에서 총장님의 인사 말씀을 듣고, 신입생 대표의 입학 선서를 지켜 보았다. 그리고 각자 아바타를 활용해 관련된 교수·동기·선배와 상견례를 나누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어떤 학생이 제안했는지는 모르지만 누군가 갑자기 교수님과 함께 운동장을 달리고 싶다고 하여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함께 운동장을 뛰는 이벤트도 하게 되었다. 코로나19로 모일 수 없게 된 상황에서 가상공간에서의 입학식이라는 특별한 경험이 새롭게 주어지게 된 것이다. 


순천향 대학교의 메타버스 입학식 장면

이렇게 물리적인 공간이 있다는 것은 평면화된 2차원의 소통과는 또 다른 경험을 전달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많은 기업과 학교들이 Zoom을 통한 온라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교육활동이 교사나 교수의 일방적인 정보 전달과 학생들의 발표와 토론에서 끝나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실제 우리가 학교생활을 할 때처럼 동기간에 길을 가다가 대화를 나누거나 따로 소그룹을 즉석에서 형성해서 소통하는 식의 다양한 소통과 관계에는 한계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 공간에서 일어나는 교육과 행사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실제 세상에서 이루어졌던 것과 같은 다양한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강점을 경험시켜 줄 수 있다.



메타버스 제주도에 가서 돌담 길을 걸어보다

국내 대표적인 관광지로 뽑히는 제주도는 제페토에 '헬로 제주'맵을 만들고, 제주해녀학교와 불턱(불 피우는 곳)을 세우고 해녀사진을 전시해 전 세계 소비자들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제주해녀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헬로 제주 맵에 가면 돌담으로 둘러싸인 제주 귤밭을 둘러보고 다양한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빨간 모자를 쓴 크리스마스 돌하르방과 함께 사진을 찍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제주도의 주요 관광명소를 배경으로 한 4개의 맵을 구축해 제페토에서 사용자들이 제주도 주요 관광 지역들을 가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제페토에 구현된 '헬로 제주' 맵 중 일부

제주도 외에 지금 각 지역 지자체들은 유명 관광지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관광산업을 구축하고 있다. 전남 영양군은 가상 마을인 ‘기가마을’을 메타버스 플랫폼에 만들어 ‘청년 6주 살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청년들이 귀촌 체험을 영양에 직접 방문하지 않으면서도 농사를 짓어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논산시는 ‘제페토’에 논산시 탑정호 출렁다리와 수변생태공원 같은 지역 명소들을 가상 공간으로 만들었다.  가상공간을 찾은 이용자들이 가상세계의 라이프스타일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MZ세대들의 취향을 반영한 미니게임, 소셜 네트워크 기능들을 구축했다. 메타버스에 구축된 관광지들은 이제 전 세계 사람들인 언제 어디서든 접속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 공간에 방문한 사람들은 가상으로 해당 공간을 체험하고, 해당 지역에 대한 이해와 경험, 추억을 미리 만들 수 있다. 이 가상 공간을 방문한 이들은 언젠가 실제 이 관광지를 또 가보게 될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공간, 업무와 행사가 진행되는 공간, 휴식을 취하는 관광지와 같은 모든 공간들이 실제 세계에서 메타버스로 이동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 이러한 방식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공간들은 메타버스 상에서 구축될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새로운 소통과 삶의 방식을 만들어내며 우리가 사는 또 하나의 공간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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