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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훈식 교수 Sep 01. 2022

메타버스에서 아바타로 사는 시대가 열리다.

메타버스 시대에 아바타로 살아가기

ㅇ 아바타로 살아가는 웹3.0시대 

메타버스란 용어는 작가 Neal Stephenson이 집필한 사이버 펑크 소설인 Snow Crash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 책의 주인공인 히로(Hiro)는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가상 세계 안에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쇼핑을 하며 또 하나의 삶을 산다. 과거 메타버스는 게이머들을 위한 VR 공간으로 쓰이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으나, 이제 웹3.0시대를 맞이하면서 메타버스는 일상의 삶 자체가 스며든 또 하나의 생활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소셜 플랫폼 기업인 페이스북(Facebook)의 사명이 메타(Meta)로 변경된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페이스북은 온라인에서의 사회적 활동들을 3D 및 실제 물리 세계에 결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사용자들로 하여금 아바타를 통해 현실 세계에서 함께 할 수 없는 사람들과 몰입 경험(immersive experiences)을 공유하거나 실제 물리적 세계에서 경험할 수 없는 활동들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 조금씩 공개하고 있다.      



ㅇ 다이렉트투아바타(Direct to Avatar, D2A)의 시대가 왔다.

다이렉트투컨슈머(Direct to consumer)란 기업들이 도매 및 소매 업체들과 같은 중간 업체들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를 진행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최근 들어 인터넷이나 SNS 등의 온라인 플랫폼이 발전하면서 디렉트투컨슈머 서비스가 여러 기업들에 의해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하는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다이렉트투컨슈머 마케팅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사용자들의 페르소나를 담은 아바타를 대상으로 한 판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다이렉트투아바타(Direct to Avatar, D2A)라는 경제 용어는 다이렉트투컨슈머에서 판매 대상이 소비자에서 아바타로 바뀐 방식을 의미한다. D2A 시장의 규모가 점차적으로 확대되면서 루이비통, 구찌, 나이키와 같은 유명 브랜드들은 게임 아바타들이 착용할 수 있는 의한 의상 등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 예로 루이비통은 게임 리그오브레전트(LOL)에서 아바타의 의상과 트로피를 판매함으로써, 게이머들이 버버리의 의류를 착장한 캐릭터들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했다. 다음으로 구찌의 경우에도 모바일 게임 회사인 와일드라이프의 테니스 게임인 테니스크래쉬의 선수 캐릭터들이 입을 수 있는 의상들을 판매했다. 이밖에 명품 브랜드인 버버리는 윈드서핑 레이싱 게임인 비서프(B-Surf)를 만들어 게임에 등장하는 서퍼들의 의상과 보드에 자사 로고를 새겨 판매를 진행했다. 사용자들에게 있어서 D2A는 실제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가에 판매되는 명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해 자신의 페르소나를 담은 아바타를 꾸미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구매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가상 세계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은 NFT 기술에 의해 보안성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들로부터 앞으로도 많은 지지와 인기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ㅇ Z세대, 아바타의 외모로 새로운 자아의 표출하다. 

메타버스 사용자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Z세대는 로블록스, 포트나이트, 마인크라프트, 제페토 등의 게이밍 플랫폼을 경험하며 오랜 시간 동안 온라인 세계를 경험해왔다. 그렇기에 Z세대들은 어떤 세대보다 가상 플랫폼에서 쉽게 익숙함을 느끼며, 아바타를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페르소나)을 표현하고 가상의 친구를 사귀는 활동이 또 하나의 일상생활로 자연스럽게 영위하고 있다. 


특히 메타버스에서 아바타의 외모는 사용자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Z세대들은 가상 플랫폼에서 자신들이 선망하는 유명인들의 아이템들을 착용하기도 하고, 자신의 아바타의 성별, 나이, 피부색 등을 실제 사용자의 외모와는 전혀 다르게 꾸며서 생활하기도 한다. 이런 이용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들은 아바타의 외모를 최대한 개인인 원하는 모습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기능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페이스북은 애플리케이션의 프로필로 사용될 수 있는 아바타의 외모를 2D에서 3D로 전환하며 현실성 있는 아바타 외모를 설계하려는 시도를 했다. 이 3D 아바타는 페이스북이 가진 다양한 플랫폼에서 유연하게 활용되는 것이 가능하며 향후 페이스북이 완전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전환되었을 때 더 폭넓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페이스북 이외에도 인스타그램의 스토리와 DM에도 3D 아바타 서비스가 제공되는 등 점차적으로 인간의 외모를 닮은 아바타의 도입이 이루어지고 있는 추세다. 


이렇듯 가상세계에서 아바타가 사용자들의 페르소나를 나타냄과 동시에 이들의 신분을 증명하는 도구인 만큼, 아바타의 외모를 꾸며주거나 전체적인 패션 스타일을 코디해주는 직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제페토에는 아바타의 얼굴, 머리 모양, 눈꼬리 위치 등을 꾸며주거나 아바타의 의상이나 액세서리 등의 아이템을 만들어 판매하는 아바타 성형의사 및 코디네이터와 같은 직업들이 탄생했다. 실제로 많은 Z세대들이 이런 아바타 성형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아바타가 또 다른 자아로 마음에 인식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ㅇ ‘나의 소셜 AI’로 메타버스 부캐 만들기

부캐란 본래 게임에서 통용되던 용어로 사용자가 주로 사용하던 캐릭터 이외에 보조적으로 만든 캐릭터를 의미한다. 그러나, 유튜버 등 온라인 인플루언서들을 중심으로 부캐를 ‘평소의 내가 아닌 새로운 모습의 나’를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하는 등 그 쓰임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2019년 설립된 인공지능 기업 마인드로직은 사용자의 언어 습관이나 지적 수준을 그대로 학습한 일명 ‘AI 부캐’라고 불리는 ‘나의 소셜 AI’를 개발했다. 자신들이 독자적으로 보유한 자연어처리(NLP), 이미지합성(Vision), 음성합성(TTS) 기술들을 활용해 사용자의 페르소나를 그대로 담은 아바타를 만든 것이다. 


마인드로직은 단순히 사용자를 닮은 아바타를 만든 것을 넘어서서 사용자들이 자신들의 AI 부캐를 이용해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오픈타운이라는 가상 공간을 만들었다. AI 부캐는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학습량이 많이질수록 사용자를 점점 더 닭아가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온라인 상에서 활동하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지식이나 재능을 AI 부캐에 그대로 투영시키고 자신들을 대신해 방송 등의 활동을 하게 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사용자가 원하는 모습으로 커스터마이즈된 3D 아바타를 통해 드라마, 영화, 음악 등의 콘텐츠를 창작하거나 사용자의 AI 부캐의 전체 또는 일부를 NFT 형태로 판매하게 하는 등의 수익 모델도 선보여질 것으로 기대된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나를 닮은 자아를 만들어서 활동할 수 있는 것이다.



ㅇ 아바타는 귀엽거나 완전 인간과 똑같으면 좋다.

1970년 일본의 로봇 공학자인 모리마사히로가 만든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 이론이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아바타나 로봇이 사람과 닮을수록 호감을 느끼지만 애매한 구간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상을 가진다고 연구가 되었다. 결국 아바타는 추상화된 귀여운 이미지이거나, 아주 인간과 흡사한 형태를 가질 때 사람들이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론에 근거한 것인지는 검증되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사용화된 메타버스 플랫폼들은 3D 엔진에 과부하를 주지 않으면서 귀여운 느낌을 줄 수 있는 아바타들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 가상 인플루언서를 통해서 모델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가상 여성인 릴 미켈라(Lilmiquela), 이마(Imma), 한국의 가상 인물인 로지 등은 거의 일반 사람과 구분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구현이 된 것을 볼 수 있다. 아마 대중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의 구현 기술이 보다 높아지면 메타버스 공간에서도 완전 인간과 흡사한 형태로 살아가게 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보인다.    



ㅇ 아바타로부터 파생되는 범죄 및 윤리 문제

점점 더 많은 사용자들이 가상세계 플랫폼을 이용하고 이 안에서 수많은 상호작용이 이루어질 뿐 아니라, 가상 세계 플랫폼 안으로 천문학적인 자금이 유입되면서 이와 관련된 많은 종류의 윤리 및 범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성범죄다. 실제로 페이스북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호라이즌 월드’에서 남성 아바타가 여성 아바타를 성추행을 했거나 좀비 게임인 퀴브르에서 여성 게이머가 남성 게이머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등 가상 세계 안에서 성폭행(sexual assault)이나 성희롱(sexual harassment)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아바타에는 사용자의 페르소나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는 자신의 아바타가 성범죄를 당할 때, 마치 현실에서 고통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메타버스 기업들은 성범죄를 막기 위한 다양한 해결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호라이즌 월드는 아바타가 성범죄 위협에 처하면 ‘보호막(protective bubble)’에 들어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으며, 제페토는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언어나 욕설을 걸러낼 수 있는 AI 기능을 도입했다. 


성범죄 이외에도 가상 세계에서는 범죄자가 아바타 뒤에 숨어 다른 사용자의 정보를 스토킹 하거나 상대방에게 금전적인 손실을 가하는 범죄도 발생할 수 있다. 가령, 범죄자가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다른 사용자들에게 접근한 후, 이들의 정보를 추적하고 대화를 도청하는 등의 범죄를 저지를 수 있으며, 피싱, 랜섬웨어와 같은 금융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있다. 


이뿐 아니라, 현재의 온라인 소셜 플랫폼 가운데 수많은 혐오, 가짜 뉴스, 극단주의, 인종 차별주의와 같은 사회 문제가 존재하듯이, 아바타로서 살아가는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괴롭힘이나 따돌림과 같은 사회적 의사소통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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