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들이 너무 많다.
꽤 오래전 방영된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그램의 한 에피소드 이야기다.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60대 인상 좋아 보이는 남자다.
남자는 수십 년 전부터 석기시대 유물을 모은다.
전국을 다니며 석기시대 인류가 만든 돌도끼나 외날찍개, 긁개, 밀개 따위를 수집한다.
그는 비슷하게 생긴 돌들 중에서도, 진짜 유물들을 자신 있게 골라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집안에는 그동안 모아 놓은 유물들로 가득 차 있다.
식구들은 그만 좀 모으라고 사정을 하지만, 남자는 시간만 나면 돌들을 집안에 모아들인다.
잠잘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할 만큼, 집안에는 이 귀한 석기 유물들로 가득하다.
방송국에서는 진짜 전문가를 초빙하여 남자가 모아놓은 석기 유물들의 감정을 부탁하였다.
결과는 참담하다.
그 많은 것들 중 진짜 석기시대 유물은 한 점도 나오지 않았다.
수십 년간 애를 쓰고 모은 유물들이 다 가짜였다. 그냥 말 그대로 쓸모없는 돌덩어리였다.
허탈해하는 남자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 프로그램을 보고 갑자기 든 생각이 있다.
내가 모은 것들도 혹시 다 가짜가 아닐까?
내가 모은 지식들, 내가 모은 신념들, 내가 내린 판단들, 내가 느낀 감정들 등등
모두 쓸모없는 돌덩이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후로 나는 조금 더 겸손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