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우미견양(見牛未見羊)

치매 노모를 돌보는 완전하지 않은 방법

by 유무하

치매 노모를 돌보는 일은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혼자 사시던 노모가 어느 날 갑자기 같은 말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 너 밥 먹었니? 밥 차려 줄까?"

" 너 밥 먹었니? 밥 차려 줄까? 근데 반찬이 없다."

" 너 밥 먹었니? 밥 차려 줄까?"

" 너 점심 먹었니? "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끝없이 반복된다.

이야기가 끝나지 않으면, 나는 슬쩍 다른 방으로 몸을 옮겼다.


결국 병원에서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았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야 했고, 동생과 교대로 노모를 돌보며 지내고 있다.


노모의 유일한 기쁨은 큰아들인 나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 일이고, 내가 그것을 먹는 것을 보는 일이다.

어머니 드시라고 사다 놓은 '뉴케어(환자용 음료)'를 하루에 50개 정도 내게 먹으라고 들고 오신다.

금방 먹었다고 하고 사양하지만

빨대까지 꽂아서 가져오면 안 먹을 수 없다.


하루에 몇 개씩 환자용 음료를 먹으면서 가슴은 또 미어진다.


동생과 교대하기 전 하루, 어머니 혼자 주무셔야 하는 날이 있다.

그날은 CCTV를 통해 어머니의 모습을 관찰해야 한다.


넋 나간 사람처럼 혼자 앉아 있는 노모의 모습을 CCTV로 보면, 직접 볼 때 보다 10배는 더 측은하다.

CCTV 5분 보면 한 시간 동안 우울하다.


나 자신도 점점 무기력해져 버렸다.


지금은 '맹자'가 알려준 방법으로 천천히 회복 중이다.


見牛未見羊


제나라 선왕이 눈물을 흘리며 끌려오는 소를 보고, 소는 불쌍하니까, 내 눈에 안 보이는 양을 제물로 바치라고 했단다.

내 눈에 안 보이면 덜 불쌍하고, 내 눈에 안 보이면 덜 속상하다.


인간의 속성을 정확하게 표현한 기막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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