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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쌤 Feb 22. 2024

영어는 어려워

나 때는 말이야, 너희들 나이였을 때 인도에서 살았어

전 이야기에 언급했듯이 나와 Balamurgan은 과외시간에 기초 영어 수업을 함께 듣는다.

우리의 과외 선생님은 대학생이었는데, 나에게는 한 없이 친절했으나 이상하게도 Balamurgan에게는 엄격했다. 아니 엄격한 것을 넘어섰다. 학생을 차별하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으니


예를 들어서 하루는 학교 수업 내용을 함께 복습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선생님이 Balamurgan의 뺨을 치며 Tamil 어로 화를 내고 있었다.


인도는 지역마다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데 그중 하나가 Tamil 어 이다.

이는 드라비다어족에 속하는 언어이며 인도에서 공식적으로 지정한 언어 중 하나이다.

Coonoor는 Tamil Nadu 주에 속해 있기 때문에 여기 사람들은 주로 영어와 Tamil 어를 사용한다.


이 언어의 신기한 점은 한국어와 비슷한 단어들이 꽤 있다는 점이다. 엄마를 암마, 아빠를 아빠라고 부르길래 타밀어가 살짝 반갑게 들리기도 했다.


선생님께 수차례 뺨을 맞는 Balamurgan을 보니 이게 지금 21세기에 가능한 일인가? 하며 내 눈을 의심했다. 나중에 맞은 이유를 알아보니, Balamurgan이 영어 문장을 외우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려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영어를 모르니 당연 그럴 수밖에 없는 그 친구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모습을 보며 나는 그에게 측은지심을 느꼈다. 정말 다행히도 그 선생님은 유독 나에게 잘해주셨고, 차근차근 내 속도에 맞춰 주셨다. 내가 현지인이 아닌 외국인이어서 배려를 해주신 것 같았다.


같은 민족을 더 감싸주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그 선생님을 보면서 여러 착잡한 생각이 들었다.


하루는 Pema와 기숙사 밖에서 학교 건물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화장실을 가고 싶었던 나는 Pema에게 바디 랭귀지를 하기 시작했다. 

"where... where... 어... 끄으으응!!" 하며 똥을 싸는 시늉을 했다.


그녀가 나에게 "Oh! do you wanna use the toilet?"이라고 물었다. 나는 그런 단어를 생전 처음 들어봤기에 toilet이 뭐냐고 물어봤고, Pema는 충격받은 표정을 지으며 나를 어디론가 데리고 가더니 화장실 변기를 가리키며 "This is called Toilet"이라고 말해주었다.


한국에서는 화장실을 'bathroom'이라고 배웠는데, 왜 bathroom이라고 하지 않지?

알고 보니 국가마다, 장소마다 단어가 다 다르게 사용된다는 것이다.


bath room은 미국, 캐나다에서 쓰이고

toilet은 영국

rest room은 공중화장실 또는 건물 화장실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wash room이라고 한다.


한때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는 그의 영향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영국 영어를 구사한다.

Junior 기숙사 화장실

한국에서는 하나의 단어로 많은 것을 통용시킬 수 있었는데,  

같은 영어권이라 할지라도 쓰이는 단어가 이리도 다르다니

영어는 정말 복잡한 것 같았다. 


그래도 이제는 화장실이라는 단어를 확실히 익혔다. 화장실을 가고 싶을 때마다 'toilet please'라는 문장이라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단어를 배우고 익혀가며 나는 내 의사표현을 위해 말이 안 되더라도 배운 단어들을 무작정 문장으로 연결시키곤 했다.


일주일째 과외 선생님이 오지 않았다. 사감 선생님도 나에게 별 이야기를 해주지 않자

기숙사를 총책임지는 Sebastian이라는 남자 사감에게 찾아가 어쭙잖은 영어 실력으로 말했다,

"me! my! teacher seven time? time! not coming!"


내가 말하면서도 뭐라고 하는지 몰랐지만 그는 내 말을 알아들은 듯 "Let me check, you don't worry"

대충 내가 확인해 볼게 라는 말로 알아들었는데 확실히 한국어를 계속 안 쓰고 영어만 며칠 내내 듣다 보니 귀는 트인 거 같았다.


이제는 대충이라도 영어를 알아듣는 나를 보니 신기하기도 하면서 영어를 빨리 터득해야만 내가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니 스스로가 측은하기도 했다.


'나는 언제쯤 이곳에 적응을 하고, 외로운 마음이 사라지고, 영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을까

영어를 빨리 익히면 억울한 상황도, 오해도 생기지 않을 텐데, 하루하루가 너무 길고 힘들다'


다른 건 다 참을 수 있어도, 이 언어의 장벽을 넘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머릿속엔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자신감 없는 문장만 가득한 채 그렇게 또 하루가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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