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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쌤 Apr 03. 2024

동지가 생겼다.

나 때는 말이야, 너희들 나이였을 때 인도에서 살았어

인도에서 지낸 지 벌써 한 달이 되는 날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보이는 얼굴은 당연히 인도 친구들이다.


'아... 한국인 여자애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이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해 하루를 마무리한다.


어느 오후 여느때와 같이 샤워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친구들이 새로운 한국인이 왔다고 어서 가보라고 재촉했다.

나는 너무 반가운 마음에 샤워 용품을 부랴부랴 바켓에 넣고, 젖은 머리 휘날리며 기숙사로 달려갔다.


한국인처럼 보이는 소녀와 그녀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남성이 기숙사 건물 앞에 서 있었다.


서로가 한국인임을 알아보고 반가운 마음에 크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제 딸이 이 학교에 입학해요. 잘 부탁해요."

소녀의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그녀의 이름은 수지, 뽀글 머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나를 보며 활짝 웃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샤워를 마치고 헐레벌떡 뛰어 온 내 모습이 내심 웃겼을 것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저녁이 되고 나서 나와 다른 형들에게 딸을 잘 부탁한다고 하며 학교를 떠나셨다.


기숙사에서 그녀의 짐 정리를 도와주고 있던 나는 한껏 들떠 있었다.

내가 그녀보다 이 학교에 한 달 일찍 들어왔단 사실에 괜히 선배 노릇을 하고 싶기도 하고 여러모로 아는 척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녀는 낯을 꽤 가렸고 나는 그런 그녀의 옆에서 쉴 새 없이 떠들어 댔다.


그런 시끄러운 나에게 그녀는 말없이 한국 청포도 사탕을 건네주었다.

(먹고 조용히 하라는 건가)


짐 정리 후 잠깐 쉬는 시간에 티베트 친구 Lhadon에게 그녀를 소개해주었다. 

새로운 한국 소녀가 궁금해서 Senior 기숙사에 있는 선배들이 그녀의 얼굴을 보고 가기도 했다.


수지에게 이곳 생활에 대해서 할 말이 참 많았지만 내일을 위해서 말을 아끼기로 했다.

앞으로 그녀와 함께 학교 생활을 해야 한다니! 


달이 느리게 졌으면 하는 평소 밤과 달리

빨리 내일의 해가 궁금해지던 밤이었다.

10학년 farewell party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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