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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io Jun 15. 2023

마지막 유치가 빠졌다.

불안 아줌마의 불안증 투병기 19

첫 돌 무렵 아이의 이는 위아래 두 개씩 네 개가 났다. 그리고 간지러워하면서 유치가 자라더니, 언제부턴가 유치가 난 순서대로 빠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초등학교 시절 여러 개가 연달아 빠지기도 하고, 이가 빠지지는 않고 충치가 생겨 치료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아이는 키도 마음도 커갔다.


작은 이가 빠질 때마다, 아이는 소원을 빌고 베개 밑에 이를 넣어두었다. 한국식으로 지붕에 던질 수는 없으니 서양식으로 '이빨 요정'이 돈을 주고 간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완전 서양식은 아닌 것이, 우리 집에 오는 이빨 요정은 동전 한 닢이 아닌 천 원 한 장을 놓고 갔다.


그렇게 산타에 대한 믿음을 지켜주듯, 이빨요정에 대한 아이의 믿음도 지켜주고자 무던히 노력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5학년 즈음인가, 아이가 치과를 다녀오는 길에 말했다. 

"엄마, 엄아가 이빨요정인 거 다 알아."

나는 화들짝 놀라며, 언제 들킨 건가 생각해 보았다. 그리곤 이렇게 응수했다.

"에고! 들켰네! 그럼 이제 이빨 요정 없다!"

그러니 아이가 웃으며, "아니야 나 이빨 요정 믿어, 천 원 받을 거야!"라고 애교를 부렸다.

귀여운 아이의 응석에 그날 새벽에도 베개맡에 천 원을 놓아주었다.


그렇게 하나당 천 원씩 맞바꾼 귀여운 유치들을 작은 나무 함에 담았다. 그리곤 마지막 두 자리를 남겨두고 아이는 중학생이 되었다. 


첫 해 여름인 며칠 전, 아이는 학교에서 이가 빠졌다며 웃으며 가지고 왔다. 이제 이가 빠져도 놀라지 않고 그저 웃긴 일화처럼 이야기를 했다. 빠진 이가 깨졌던 거라 혹 남은 조각이 있을 수도 있어서 하굣길에 치과에 데리고 갔다. 다행히 문제가 될 조각은 없었지만, 의사 선생님께서 마지막 이도 흔들리니 뽑자고 하셨다.

처음 이가 빠질 때부터 다녔던 치과라 의사 선생님은 친절히 '마지막' 유치라고 알려주시기도 했다. 

그렇게 아이는 마지막 두 개의 유치를 빼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빨 요정에게 천 원 두 장을 받았다. 이제 유치를 담았던 상자는 꽉 찼다. 이렇게 아이는 또 한 번 자랐다.


불안한 엄마 밑에서 너무나 잘 자란 우리 아이를 보면서, 만족과 행복을 느낀다. 그리고 너무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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