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포 Jan 31. 2021

'마지막 4중주', 문제는 제2바이올리니스트야!

영화 '마지막 4중주'를 통해서 본 리더십과 팔로워십

'마지막 4중주' 포스터

마지막 4중주(A Late Quartet, 2012)

감독 : 야론 질버먼, 출연 :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크리스토퍼 월켄

한국에는 2013년 개봉됐다.


음악을 소재로 한 인생 영화이다. 더불어 리더십에 관한 훌륭한 사례를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한다. 결성 25년째인 현악  4중주단, 겉으로 보기엔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것 같아도 네 사람 간에는 반복과 갈등,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협력이 있다.


영화를 보고 느낀 포인트 세 가지는 이렇다.


첫째, 제2 바이올리니스트가 문제야!

제2바이올리니스트는 뽀대 나는 자리가 아니다.  영화에서 제2바이올리니스트인 로버트는 그 역할에 대해서 이렇게 답변한다.  "제1바이올린과 첼로, 비올라를 연결하는 일, 그들을 하나로 모으는 일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게 말하지만 속으로는  '제1바이올린을 받쳐주는 역할'에 대해 열등감을 갖고 있다. 리더인 피터가 건강상의 이유로 새로운 첼리스트를 영입하려고 하자 제1바이올리니스트가 될 기회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번갈아 제1바이올리니스트 역할을 맡자고 요구한다. 갈등의 시작이다.


'마지막 4중주' 장면 캡처


뉴욕 필하모닉의 상임 지휘자였던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은 "가장 다루기 어려운 연주자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제1 바이올린 같은 열정으로 제2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연주자이다. 제1 바이올린  연주자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으나 1 연주자를  주는 역할에 만족할 줄 아는 탁월한 2 연주자는 구하기가 어렵다.” 고 했다. 모두 제1연주자만 하려고 하니까 좋은 제2연주자를 찾기 어렵다는 말이다. 모두 주연을 하려고 하지 조연은 마다한다. 이 영화에서도 이런 이유 때문에 갈등한다.


<자료 : https://izquotes.com>


둘째, 리더의 중요성이다.

리더이자 첼리스트인 피터는 나머지 3 사람의 스승이다. 나이 차이도 많이 난다. 피터가 파킨슨병으로 그만둘 수밖에 없다고 하자 이때부터 잠재된 갈등이 표면화된다. 리더의 역할은 팀원의 관계를 잘 조절하고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피터는 바람직한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 피터는 이들의 갈등을 잘 어루만지며 자신을 대신할 첼리스트를 찾아서 4중주단이 계속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셋째, 러브라인에 관한 단상.

제1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은 완벽주의자이다. 그런 그가 제자인 알렉산드리아와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동료 연주자인 로버트와 캐서린의 딸인데도 말이다. 완벽주의자도 매력 있는 여성의 도전에는 쉽게 무너지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라고 할까.


피터는 이를 오랜만에 찾아온 사랑으로 생각하고 지켜내려고 한다. 이 사건으로 4중주단 네 사람은 봉합이 불가능 해질 정도로  복잡해진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두 사람의 애정 사건은 오래가지 못한다. 알렉산드리아가 빨리 정신 차렸기 때문이다. 다니엘은 상처를 받았지만...



'마지막 4중주' 장면 캡처

One More Thing. 이 영화를 보고 떠오른 고등학교 때의  "바이올린 두 개" 사건.


고등학교 시절 라디오 방송 장학퀴즈가 다니던 학교에서 열린 적이 있다. 모든 학생이 강당에 모였고 나는 퀴즈 출전자가 아닌 청중의 한 사람으로 관전 중이었다.  도중에 문학 문제가 나왔는데 그것은 영화 '젊은이의 양지'의 원작을 묻는 것이었다. 출연자 두 명이 문제를 못 맞혀서 관중에게 기회가 왔다. 소심한 나는 나갈까 말까 망설였는데 학생들 중에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용기를 내서 나갔다. '아메리카의 비극'  정답!!! 박수!!!


이렇게 1승을 하고 두 번째 문제가 음악 문제였다.  음악을 들려주고 악기를 알아맞히는 문제였는데 그게 현악 4중주였다. 그런데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이란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고민하다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바이올린 두 개!"


 그 순간, 강당은 "와...." 하는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이어서 "첫째 바이올린, 둘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로 말하려고 했는데 "와~" 하는 소리에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결과는 탈락. 이때부터 한동안 나의 별명은 "바이올린 두 개"였다. 현악 4중주를 들을 때 가끔 생각나는 추억거리다.






이전 09화 영화 '사이드웨이'와 '사이드웨이 이펙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