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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포 Jan 16. 2021

영화 '사이드웨이'와 '사이드웨이 이펙트'

와인과 인생 이야기, 그리고 영화의 영향력

사이드웨이(Sideways, 2004), 와인을 소재한 영화 중 최고라고 생각한다. “와인 한 병에는 세상의 어떤 책 보다 더 많은 철학이 있다.” 루이 파스퇴르의 말이다. 영화를 보면 이 말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와인을 인생에 비유해서, 와인 포도를 사람의 캐릭터에 비유해서 풀어가는 스토리에  빠져들게 만든다.


사이드웨이는 ‘곁길’이란 뜻이다. 인생도 가끔 정해진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갈 수 있다. 그 길에는 뜻밖의 만남이 있다. 우리나라엔 2005년에 개봉됐다.


영화의 스토리보다는 4명의 주요 인물과 메타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들의 캐릭터는 포도의 품종으로 비유된다. 포도마다 독특한 특징이 있어서 사람의 기질과 절묘하게 연결된다.


첫 번째 인물은 마일즈다. 학교 교사이자 작가 지망생이다. 그렇지만 원고는 번번이 퇴짜 맞고 아내로부터 이혼당하고 심한 우울감에 빠져있다. 오직 와인을 맛볼 때만 활기차다.

마일즈는 피노누아로  만든 와인을 좋아한다. 왜냐? “피노는 재배하기에 까다롭지만 관심과 이해를 가지고 보살펴주면 마침내 최고의 맛과 향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바로 자기 자신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피노누아는 프랑스 부르고뉴 주요 품종이다. 까다로운 품종이지만 잘 보살펴서 기르면 명품 와인을 선물한다.


두 번째 인물은 마일즈의 친구 잭이다. 매우 현실적이고 단순하다. 결혼을 며칠 앞두고 마일즈와 총각 여행을 떠난다. 와인의 미세한 특징엔 별 관심이 없다. 마시면 되는 거지. 여자도 가리지 않고 작업을 건다.

잭은 카베르넷 쇼비농이다. 양조용 포 중에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이다. 잘 자라고 잘 어울린다. 시중에서 가장 많이 발견할 수 있는 와인이 카베르넷 쇼비뇽과 멜롯을 블랜딩한 것이다.


세 번째 인물은 마야이다. 그녀는 와인 바에서 일한다. 아주 드물고 특별하며 성숙한 여인이다.

마야는 61년산 세발 블랑이다. 발 블랑은 카베르넷 프랑과 멜롯을 블랜딩 해서 만드는데 그중에서 61년 빈티지가 명품이다. 61년산 세발 블랑은 주인공 마일즈가 특별한 날 마시려고 소장 중인 와인이기도 하다.


네 번째 인물은 스테파니로 마야의 친구이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금사빠이다. 잭과 만나 금방 친해지고 잭의 배신에 코뼈를 뿌려 뜨린다.

파니는 카베르넷 프랑이다. 카베르넷 쇼비뇽보다 색깔이 옅고 탄닌 성분이 적다. 다른 품종의 와인과 잘 블랜딩 된다.


등장인물 캐릭터와 메타포를 관련 자료를 참조하여 다음과 같이 한 장의 슬라이드로 정리했다.


이 네 사람이 산타바바라 와인 농장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중 기억나는 장면은 마일즈와 마야의 대화 장면이다.


마일즈 : 왜 와인을 좋아하죠?
마야 : 와인은 변화무쌍하죠. 따는 시기에 따라 맛이 제 각각이잖아요.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하죠.  제 삶을 한껏 뽐내곤 생을 마감하죠.


인생을 와인에 빗대어 이야기하는 데 그 안에는 마야가 마일즈에게 뭔가 메시지를 주는 듯하다.


이 영화는 등장인물의 성격을 포도 품종에 비유하고 와인을 인생에 비유한 명품 영화라고 생각한다. “스트레스받은 포도가 명품 와인이 된다(Stressed Vines, Better Wines)”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나 와인이나 역경을 이겨내야 명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이드웨이 이펙트(Sideways Effect)

사이드웨이 영화가 와인 산업에 미친 영향을 '사이드웨이 이펙트'라고 한다. 이 영화가 상영된 이후 피노누아 와인의 판매량이 대폭 신장됐다.  동기간에 다른 품종의 와인은 7~8% 신장한데 비해 피노는 170% 증가했다. 반면에 멜롯 와인은 피해를 봤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피노누아는 16% 성장했는데 멜롯은 2% 감소했다. 2009년 소노마 주립대학의 쿠엘라 교수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사이드웨이 이펙트’라고 발표했다.  


극 중에서 주인공인 마일즈는 피노누아를 예찬하지만 멜롯 와인을 거부한다. 멜롯 와인에겐 재앙과 같은 한마디를 한다.


“나는 어떤 (퍼킹)  멜롯도 마시지 않을 거야! (I am NOT drinking any f****** merlot!)"




사이드웨이 이펙트는 와인 마케팅에도 영향을 줬다. 전통적인 방법은 품질을 강조하는 내용을 잡지나 책, 온라인 리뷰와 같은 활동 위주였다.  이 영화가 개봉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관련된 행사는 여전히 활발하다. 2019년에는 영화 개봉 15주년을 기념하여 산타바바라 와인 밸리에는 Sideways Fest가, 작년엔 브로드웨이에서 Sideways the Experience가 열렸다.  



<참고자료>

https://www.npr.org/

https://winesvinesanalytics.com

http://purdrivel.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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