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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포 Feb 05. 2021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현자의 돌'이란 무엇일까?

현자의 돌과 연금술, 그리고 알코올

  




해리포터와 현자의 돌

해리포터 시리즈의 첫 번째 소설이 ‘해리포터와 현자의 돌(Harry Potter and the Philosopher's Stone)’이다. 미국에서는  ‘현자의 돌’ 이 어렵다고 해서 ‘마법사의 돌(Sorcerer's Stone)’로 바꿔서 출판됐다. 우리나라에서 한글 제목은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로, 영문 제목은 원제 그대로 사용했다.


해리포터 시리즈 첫 번째 소설인 만큼 이때 등장하는 것들이 작품 전체에 중요한 작용을 한다. 그럼 ‘현자의 돌(Philosopher's Stone)이란 무엇일까? 현자의 돌은 연금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마법사 이야기를 하는 데 있어서 이보다 더 좋은 소재는 없다고 생각한다. 유럽은 천년 이상을 연금술에 빠져있었다.


연금술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납을 금으로 만들 수 있다’는 비법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자의 돌'은 그 연금술의 최고 단계이다. 그것은 어떤 금속도 금으로 바꿀 수 있고 마그눔 오푸스(Magnum Opus)와 엘릭사(Elixir)도 만들 수 있는 돌이다. 마그눔 오프스는 위대한 일(Great Work)을 뜻하며 어떤 일도 할 수 있는 것을 말하며, 엘릭사는  생명의 묘약, 불로장생의 약이다.


해리포터에서 ‘현자의 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 장면이 나온다.


"'현자의 돌'은 어떤 금속이라도 순금으로 바꿀 수 있다. 그리고 마시는 사람이 영원히 죽지 않는 불로장수약을 만들어 낸다.’ 


'현자의 돌'에 대한 정확한 정의이다.  마법 판타지 소설인 해리포터 시리즈의 첫 번째 책에 등장시키는 것은  절묘한 조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에서 해리포터와 그의 친구들은 '현자의 돌'이 나쁜 마법사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지키는 임무를 부여받고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 전개된다.


"해리포터와 현자의 돌' 캡처


연금술과 현자의 돌

연금술사들은 납이나 구리같은 금속을 금으로 바꾸려는 그 노력을 7세기에 시작해 17세기까지 무려 1000년이상을 계속했다. 아이작 뉴튼(1642 ~1727)같은 위대한 과학자도 이 연금술에 심취해서 ‘현자의 돌’을 만들려고 했다니 연금술이 얼마나 유행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2016년 뉴튼의 연구 노트에서 ‘현자의 돌’ 레시피가 발견됐는데 이 레시피대로 만들어진 ‘현자의 돌’이 판매되기도 했다. 1개에  $199.23.         


<뉴튼의 '현자의 돌' 레시피 발견 뉴스(sputnicnes.com 2016.03) /뉴튼의 레시피로 만든 '현자의 돌'  판매 가격 $199.23>

보통 사람을 위대한 사람으로 만드는, 또 다른 연금술

'납을 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연금술을 사람에게 대입하면 어떻게 될까? 납과 같은 보통 사람을 위대한 사람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으로 저술된 책이 파올로 코엘료의 ‘연금술사(The Alchemist)'이다. 내용은 양치기 청년이 '자아의 신화'를 이루기 위한 여정을 그린 작품으로  주인공이 꿈의 계시를 따라 '자신의 보물'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에서도 ’ 현자의 돌‘이 등장한다.


"진정한 연금술사들을 나는 알고 있네. 그들은 실험실에 틀어박힌 채 자신들도 마치 금처럼 진화하고자 노력했지. 그래서 발견해 낸 게 '철학자의 돌'이야. 어떤 한 가지 사물이 진화할 때 그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도 더불어 진화한다는 걸 그들은 알고 있었던 것일세."


"사람이 어느 한 가지 일을 소망할 때, 천지간의 모든 것들은 우리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뜻을 모은다네."


<파올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이 책은 1993년 '꿈을 찾아 떠나는 양치기 소년'이라는 제호로 출판됐으 빛을 못보다 2001년 '연금술사'로 재출판되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역시 제목이 중요하다. 2004년엔 베스트셀러 1위.  연금술사는 긍정심리학과 더불어 자기 계발 도서로  판매되고 있는 스테디셀러이다. 2021년 코로나 정국에서 다시 베스트셀러로 진입했다.


연금술과  알코올

연금술은 이슬람 세계에서 체계화되어 중세 유럽에 전파되는 과정을 거쳤다. 이슬람 과학자 중에서 자비르 이븐 하이얀(Jabir ibn Hayyan 721 ~ 815)이 유명하다. 그는 연금술사, 수학자, 과학자, 철학자로 독자적인 연금술을 창안했다. 유황과 수은을 남성과 여성의 원리로, 물질의 전환을 통해서 보통 물질을 귀금속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화를 가져오는 물질을 알 이크셔(al-iksir)라고 명명했는데 이것이 유럽에 전해져 엘릭사(elixir)가 되었다.


그는 고체를 액체와 기체로 변하게 하는 증류야 말로 귀금속 생성의 열쇠로 보고 증류기를 발명했고 그 증류물질을 알 쿠훌(al kulhul)로 명명했다. 500년 뒤 이 증류법이 유럽으로 흘러가서 증류주가 탄생하게 되고 알코올(alcohol)이란 말이 생겨났다.     


<자비르 이븐 하이얀의 증류기(8 세기) / 자료 위키피디아>


생명의 물, 아쿠아비태

아라곤 출신의 연금술사이자 의학자, 프랑스 몽펠리에 교수인 아날드 빌라노바 (Arnaldo de Villanueva, 1240–1311)는 아랍의 의약 서적을 많이 번역했다. 그는 자비르의 증류 방법을 사용하여 와인을 증류한 술, 브랜디를 개발했다. 그리고 증류된 와인을 새로운 약, 아쿠아비태(aquavitae 생명수)로 주장했다. 와인은 쉽게 변질되지만 증류된 술, 브랜디는 알코올 도수가 높기 때문에 변질되지 않았다. 그는 브랜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실로 불후 불변이기 때문에 '아쿠아비태(aquavitae)'라는 이름이 아주 적절하다. 이 술은 생명을 연장시켜주고 나쁜 체액을 제거할 뿐 아니라  마음에 활력을 불어놓으며, 젊음을 지켜준다."


술의 혁명을 이룩한 증류 기술

이후 증류 기술의 적용으로 술의 혁명이 이뤄진다. 브랜디, 위스키, 보드카, 럼 등의 증류주가 등장했다. 중국과 우리나라에는 몽고제국의 영향으로 증류주가 도입됐다. 우리나라 소주도 몽고에 의해서 고려말에 도입됐다.  몽고군이 주둔했던 지역에 소주가 발달했는데 안동소주가 대표적이다.  


이야기의 결론은 ‘현자의 돌’은 연금술에서 구하고자 하는 최종 물질이고 이러한 연금술의 결과 출현한 것이 증류기이다.  이 증류기로 만든 술이 알코올, 즉 브랜디와 위스키 등의  증류주이다.

한편, 파올로 코엘료의 책 <연금술사>는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우리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라고 말한다.  연금술은 납을 금으로 바꿀 수는 없어도 납과 같은 보통 사람을 위대한 사람으로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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