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아재는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아재(我材), 나라는 재목이다. 둘째는 아재(我在), '나 있음(I am)'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해 개그를 좋아하는 '아재'이다. 아재에 관한 세 가지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1. 천생아재(天生我材), 하늘이 '나라는 재목'을 낳았으니
'천생아재필유용' /이백의 시 '장진주'의 구절 /동산 박성완 서
天生我材必有用(천생아재필유용)
하늘이 나라는 재목을 낳았으니 반드시 쓰임이 있을 것이다.
당나라 시인 이백의 시, 장진주(將進酒)에 나오는 구절이다. 장진주는 술을 권한다는 뜻으로 술 사랑과 호방함이 잘 담겨있는 시다. 이 중에 '천생아재필유용'은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위안을 줘왔다. 이 구절에 '아재(我材)', 즉, 나라는 재목(材木)이 등장한다. 하늘이 나라는 재목, 나의 재주를 만들었으니 어찌 쓸 데가 없겠는가?
이백 자신도 일생을 떠돌아다니면서 고초를 많이 겪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개로 세상과 마주하며 호방하게 살았고 시를 통해서 그 뜻을 펼쳤다. 그의 아재(我材)는 시작(詩作)이었다. 수백 년이 지난 현재까지 시선(詩仙)으로 추앙받으며 수많은 시인 묵객이 그를 칭송하고 있다. 장진주의 이 구절은 이백 시집의 대표 문구로 소개되고 자기 계발 분야에서 많이 인용되고 있다.
<이백 시전 / taobao.com>
우리 속담에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라는 말이 있다. 누구나 남보다 잘할 수 있는 재주 한 가지 정도는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 재주가 때를 만나 크게 쓰이냐 작게 쓰이냐, 다를 뿐이다. 때론 자신의 재주를 하찮게 여기고 남의 재주만 쳐다보다 실력 발휘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꿈의 직업을 찾기에 실패한 것은 직업에 대한 정보 부족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정보 부족 때문이다." <당신의 파라슈트는 어떤 색깔입니까, 딕 블레스 저> 에서 나오는 말이다. 95%의 사람들이 자신이 자기 인식(Self-awareness)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12~15%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은 자신의 재주가 무엇이고 어디에 적합한지를 잘 알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 거울은 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배나 동료, 그리고 강연회, 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 아재(我在), '나 있다(I am)'
<자료 : EBS 인문학 특강>
니체가 말하는 3단계 삶, 본래 나 자신이 되는 세 가지 변신 단계는 다음과 같다.
You should - I will - I am
첫 번째는 You should. '너는 해야 한다'의 단계로 낙타의 삶이다. 무거운 짐을 지고 날라야 한다. 부림을 당하는 단계다.
두 번째는 I will. '나는 하겠다 '의 단계로 사자의 삶이다. 권력을 부리는 단계이다.
세 번째는 I am, '나 있다'의 단계로 어린아이와 같은 단계이다.
I am은 어린아이의 경지이고 망각의 힘, 새로운 시작, 놀이, 신성한 긍정이다. 어떻게 사람은 본래의 자신이 되는가? 최고의 예술 작품은 나의 삶이다. 창조의 놀이를 하기 위해서는 신성한 긍정이 필요하다. 힘이 축적된 자의 이상은 어린아이 놀이터이다.
EBS 인문학 특강 '니체의 사상'에서 자료를 발췌했다. 나의 삶은 지금 어느 단계일까? 평생 낙타의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을까? 이제 어린아이의 삶을 살 좋은 기회이긴 하다. 어느 정도 짐을 벗어버리고 누구를 지배하지도 않으니까 'I am'의 삶을 살기에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 어떻게 'I am'의 삶을 살 수 있을까? 우선 고립된 생활을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아이들을 봐라. 혼자 있을 수 있는가? 놀 수 있는 상대가 필요하다. 어린아이처럼 잘 어울릴 줄도 알아야 한다. 다음은 <철학이 필요한 순간(스펜 브링크만 저)>에 담긴 말이다.
"자아는 우리 내면으로부터 실현되는 게 아니라 자기 바깥에 있는 다른 존재와의 관계를 통해서 형성된다.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채 자기 성찰만 해서는 결코 자기 자신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
외부와의 관계를 맺는 일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글쓰기와 강연, 멘토링 활동이다.
3. 아재 개그를 좋아하는 '아재'
<출처 : 월간 ANDA /2017.01>
어렸을 때, 삼촌이나 아저씨를 '아재'라고 불렀다. 조금은 촌스러운 이름, 아재가 이제 어엿한 현상으로 대접받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에서 선정한 '2016년 10대 트렌드' 중의 하나가 '아재'였다. 당시 한 조사 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아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로 '촌스럽다'(35.5%)와 '다정하다'(27.2%)가 상위권으로 꼽혔다. 아재의 반대말은 '개저씨' 나 '꼰대'로 권위주의적이고 고지식한 이미지를 포함한다.
권위를 내려놓고 소통하는 친구 같은 아재가 사회적 호감을 받은 것이다. 아재 파탈이란 말도 등장했다.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아재라는 뜻이다. 아재 문화가 인기를 얻으면서 조진웅, 마동석, 곽도원 같은 배우들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촌스러움'이 레트로 트렌드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촌스럽다는 것은 꾸미지 않는 것, 날 것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어색한 꾸밈보다는 날 것이 훨씬 신선하다. 여기다 다정함까지 갖추고 있으니 어찌 좋아하지 않겠는가? 최근의 할매니얼 현상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할머니 맥주집에 손님이 모여드는 현상은 무엇을 말하는가? 그러니 즐거운 마음으로 아재가 되자!
소설 <돈키호테 2권>에서 돈키호테가 섬의 총독으로 떠나는 산초 판사에게 통치자로서 갖추어야 할 충고 하면서 이런 말을 한다. <돈키호테>엔 인생의 지혜가 담긴 말이 많이 담겨있다.
“너의 비천한 혈통을 자랑하거라, 그리고 네가 농부 출신이라고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거라. 네 스스로가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아무도 네게 수치를 주지 않을 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