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나는 작년에 이루지 못한 버킷리스트를 다시 이어 적었다. 다이어리에 첫 페이지에는 올해의 버킷리스트가 나열돼있었다. 아- 참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마음먹고 이것저것 마구 적었더니 나는 생각보다 하고 싶은 일들 많았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라니 하나 가지고는 안되지. 하며 버킷리스트를 채워 넣었다.
확실히 마음의 장벽을 낮추고 내가 당장 이룰 순 없더라도 죽기 전까지 하고 싶은 일들을 적는 것이라 생각하니 나에게 시간이 꽤나 남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마음속 몰래 숨겨두었던 꿈까지 모두 적었다. 이 많은 버킷리스트 중에서 반이라도 나는 올해 꼭 해보려고 한다. 그중 하나는 이미 시작했는데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나는 아기자기한 액세서리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적은 금액이지만 나름의 수익을 올렸다. 열심히 하면 온라인 판매도 큰 수익을 낼 것 같았는데 그건 내 욕심이었다. 많은 정성과 시간을 들여 홍보하고 나를 알리는 작업이 필요한 일이었다. 지금도 핸드메이드 온라인 마켓에서 내 액세서리들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수익적으로 따지자면 정말 지워져도 되는 버킷리스트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했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두었다. 아싸. 하나 했고. 속마음으로 외치며 체크리스트에 빨간 줄을 그었다. 많다고 생각한 버킷리스트였는데 그래도 실행에 옮겼다는 점에서 뿌듯함도 있었고 다른 일을 도전할 자신감도 붙었다.
빨간 줄 아래 적힌 글들을 쭉 훑으며 그럼 또 이번엔 뭘 뭐하지? 하며 본 리스트에는 책 출판해보기가 있었다. 요즘 1인 출판사로 혼자서 출판하시는 작가분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나도 한번 해봐? 하는 생각으로 정말 깊이 고민하지 않고 쓴 문장에 나는 나의 필력에 다시금 한계를 깨닫고는 공부를 먼저 시작해야겠다는 판단을 했다. 내가 우선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책을 읽자. 하며 무작정 도서관에 가서 끌리는 제목의 책들을 빌렸다. 아- 그렇다. 나는 한 달에 한 권도 제대로 못 읽는 책 대출권 자다. 그래서 욕심을 덜어 내어 한 달에 책 한 권은 꼭 읽기로 마음먹고 열심히 책을 읽고 있다. 그다음은 직접 써보기. 하며 호기롭게 타자를 치던 손가락은 타자기 위를 타닥타닥 움직이다 멈추었다. 역시 글 쓰는 것은 재미로만 할 수 없는 일을 새삼 느꼈다. 모든 작가분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생각이 길게 뻗치지 못한 글을 쓰며 나름의 반성을 했다. 무엇이든 쉬운 일은 없고 많은 시간이 쌓여야 하겠구나. 또 한 번 배운다. 장편 소설 작가분들은 어떻게 글을 쓰실까 생각하며 무엇이든 직접 경험해보아야 얼마나 소중하고 대단한 것인지를 절실히 아는 것 같다. 무슨 책이든 한 문장 한 문장 아껴 읽어야지. 하며 글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컴퓨터를 껐다.
나에게 큰 산 같은 책 출판을 잠시 한편에 접어 두고 내가 평소 많은 시간과 고민을 담은 꿈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하다 버킷리스트의 제일 첫 번째로 적힌 그것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건 바로 그림 그리는 사람 되기. 여러 시간과 경험이 쌓인 만큼 힘든 기억이 많아 다시 도전하기엔 글을 쓰는 것보다 나름의 큰 용기가 필요했다. 뭘 모르고 시작했던 글쓰기는 겁도 없이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그림을 그리는 일은 얼마큼 힘들고 그만큼 이루기 어렵다는 걸 절실히 경험해 보았기에 두려웠다. 정말 되고 싶었던 꿈이었기에 실패와 좌절에 대한 상처가 큰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좋은 경험은 그 선택이 두렵지 않지만 나에겐 힘든 기억과 상처였던 그 꿈은 나를 작게 만들었다. 다시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 주변에서 뭐라고 할까? 아마 이해하지 못하겠지? 나는 사람들의 의구심에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당당히 대답할 수 있을까? 하며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다시 도전하며 살기로 한 나 자신을 믿어 볼 수밖에 없다며 우선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사람이 칼을 들었으면 무라도 썰자. 아니 뭐라도 썰어보자.
일단 마주 하다 보면 무어라도 되어 있겠지. 그 과정에 아파하지 말자.
내 실력이 너무도 비루하지만 그래도 나는 올해의 버킷리스트 속 이루고픈 것들에 마주 보려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버킷리스트가 내 삶이 되어 있겠지. 그리고 뭐든 되어 있겠지. 분명 나쁜 쪽은 아닐 것이다. 나는 올해 나를 진심으로 마주하기로 했다.
아직은 부족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