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누구에게나 매정히 공평하다. 외부적인 모든 것들은 어떤 이에 따라 다르고 어떤 상황에 따라 공평하지 못하지만 시간은 누구에게나 정확하다. 그래서 난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 무섭다. 시간이 흐르는 것은 그 누구도 멈출 수 없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루는 빠르게 흘러간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 일수록 중요하다는 걸 우린 직접 체감해야지만 통감한다. 나는 그 익숙하게 주어진 오늘이라는 시간이 의미 없이 지나가는 것이 두렵다. 그래서
나는 내 자신에게 자주 검열을 하도록 주시한다. 그렇다고 내가 하루를 쪼개어 열심히 살지도 않는다. 그렇게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을 할 뿐이었다. 시간도 내게 매정하고 나도 내게 매정하다. 일기장인지 반성문인지 모를 글들을 보며 이렇게 살지 말자고 다짐하며 반성했다.
어른이 되고 싶다며 꿈꾸던 내가 벌써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몇 해가 지났는지 모른다. 취업난을 겪으며 나이라는 숫자가 내 자신을 움츠려 들게 한 적이 있었다. "벌써 20대 중반인데 그동안 뭐 했어요? 몇 년 일하면 결혼할 나이도 될 텐데 우리 회사 오래 다닐 수 있겠어요?" 그놈의 나이. 그냥 시간이 어느덧 지나 나이를 먹었을 뿐인데 그 시간에 맞는 내가 돼있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나름의 방식으로 열심히 살려고 발버둥 쳤다. 그 집착들이 쌓여 나를 조금씩 갈아먹었고 결국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병들어 있었다.
이 생각들로 뒤엉켜 산다면 더 이상 시간도 내게 공평한 것이 될 수 없겠다는 생각에 많은 자기 개발서와 심리학 책들을 살고자 읽게 되었다. 그 안의 많은 문장은 위로가 되었고 나 자신을 내려놓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곧 지나간 하루가 되고 매일의 내일이 온다. 우리는 그 내일을 언제까지 맞이 할진 모르지만 곧 다가올 내일을 어제로 남기며 살아간다. 수많은 어제의 기억에 더 이상 자책을 담아두지 않으려 한다.
한 번에 무언가를 얻으려 하지 않고 단 시간에 무언갈 해내려 하지 않으며 그냥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하나하나 차근차근 올바른 시간을 쌓으려 한다. 오늘 하루를 건강히 마주했다는 것 자체로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돼야지 하며 하루를 마친다.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 두려운 그런 마음으로 오늘을 흘려 보내는 것보단 지금을 즐기며 사는 유연한 어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