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그림을 그렇던 탓인지 선생님은 문득 내 그림을 보고 칭찬을 해주셨다.조용한 학생이었던 내게 그 한마디는 장차 미래의 결정을 하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했다.부모님의 그늘 아래에서 벗어나 내 꿈을 되찾겠다며 자그마한 마음속 독립운동을외쳤고, 반대하는 부모님과 수없이 다투었다.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채 부모님의 뜻대로 열심히 공부했던 아이가 갑자기 디자인과를 가겠다며 선포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선포에 부모님은 내게 실망하신 듯했다. 하지만 어차피 좋은 대학에 가기 어려웠고 또 취업이 잘 되는과를 대충 골라 가기도 싫었다. 너무 늦게 내버린 내 용기는 고3 수시 원서 접수 날이 다가와서야 아차 싶은 마음에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겠다며 디자인학과에 지원 해버린 것이다.
결국 나는 원하는 학과를 가게 되었고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에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공부가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니. 밤샘 작업을 해도 참 즐거웠었다. 열심히 공부해 시간이 흘러 졸업하게되자 큰 현실에 맞닥뜨렸다. 취업이라는 큰 관문은 나를 너무 지치게 했고 나를 쓸모없는 사람으로 느끼게 했다. 시간이 흐르자 나는 알게 모르게 마음에 조급함이 쌓였고 그 조급함은 내가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게 했다.
이제는 내가 정말 이 길을 내가 원해서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꿈을 이루고 싶다는미련인지알 길이 없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마냥 기쁘지 않은 것은 현실에 지쳐버린 아니 이젠 지쳐야 하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꿈과 미련 그 사이. 그 사이에 있는 나는 이걸 꿈을 향해 가고 있다고 해야할지꿈에 대한 미련으로 가고 있다고 해야 할지 점점 모르겠는 하루들이 쌓이자 내가 이젠 뭘 좋아하고 잘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오늘은 내 꿈에 조금 지친 하루다.
나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길은 참 지치고 외롭기도 하다. 끝없는 질문을 내 자신에게 하며 내 자신을 의심하고 있는 나를 더 외롭게 만든다. 어느 밤은 그래 어디까지 고민하는지 보자며 날을 잡았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해서 질문이 떠올랐다. 어느틈엔가는 내 스스로도 지쳤는지 더는 생각도 하고 싶지도 않고 머리만 쥐 날 듯이 아팠다.
' 어차피 답도 안 나오는 거 고민은 뭐하러 하나.'라는 생각에 다다랐다. '그래. 그냥 미련이든 꿈이든 그 사이든나는 그냥 계속가보자. 꽉 움켜쥐며 욕심내지 말고 하루를살아내보자' 하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어차피 지금 살고 있는 이 방향을 바꾸어 살 마음도 없으면서 왜 내 스스로를 의심하며갈아먹고 있을까. 내 스스로가 미련하다고 생각했다. 안그래도 상처받는 어른이다.
그래. 나 스스로라도 나를 괴롭히지 말자. 그냥 누구의 말따라 오늘 하루를 그냥 열심히 살자.대신 후회 없게. 그렇게 살자 하고 결론이 나니 머릿속이 정리되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