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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스히 Apr 10. 2021

가족의 소중함을 멀리서 찾다니


나와 11살이나 차이 나는 자식 같던 내 막내 동생은 군대에 갔다. 늦둥이 막내로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던 녀석의 빈자리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컸다.


군대를 가며 평소 흘리지도 않던 눈물을 흘리는 그 아이를 보며 마음이 쓰리듯 아팠다. 마음을 굳건히 먹으라며 애써 나오려는 눈물을 미간의 주름으로 꽉 잠가 둔 채 덤덤히

군대보냈다. 돌아오는 길에 참았던 눈물이 주체 흘렀다. 참으로 미안했다.


이상하게도 잘해 주지 못했던 일들만 떠오르며 군대에서 고생할 녀석의 모습이 떠오르자 다시 마음이 쓰렸다. 아 참 그 말을 해줄걸 이 말은 꼭 했어야 했는데.


뒤늦게 떠오르는 문장들은 나를 참으로 무겁게 했다. 단축 번호 누르고 몇 초면 녀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전화 오기를 기다리며 하고 싶은 말들을 추리고 추려 이야기해야 한다.


가족의 소중함을 모르지 않지만 멀리 두고 와서야 더 절실히 느껴지는 건 내가 평소 그 녀석에게 잘해 주지 못한 탓 같아 마음이 아팠다. 오늘도 동생에게 생각 나는 이야기를 인터넷 편지에 써 붙인다.


가족의 소중함을 멀리서 찾다니. 참 어리석다.


괜스레 쑥스러운 마음에 보고 싶다. 사랑한다. 하는 말들을 건강해라 잘 지내라.라는 무덤덤한 문장으로 덮어 두고 가장 적당한 응원을 한다. 표현에 서툰 내가 조금은 미련스럽기도 하지만 수료식이 온다면 막내를 꼭 안아줄 것이다. 수고했다고 어깨 토닥이는 것이 누나와 남동생의 표현의 최대치이지만 그때는 소식이 궁금했다고 하고 싶었던 말이 참 많았다며 이야기해 줄 것이다.


오늘도 하고 싶은 말을 순서대로 적어두며 동생의 전화를 기다린다. 몸 건강히 돌아와 좋은 경험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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