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새로운 봄이 왔다. 봄이 되자 옷차림은 얇아지고 꽃처럼 형형색색 많은 색들이 길거리에도 모두에게도 피어있다. 봄은 바람 햇살 따스한 온도 꽃을 다정히 깨어나게 하고 사람들의 마음에도 봄이 트게 한다. 그런 봄이 난 마냥 좋았다. 한아름 핀 예쁜 벚꽃나무가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를 살게 해주고 밝은 햇살은 내 머리 가득 내려와 기분이 좋게 만들었다. 그런데 많은 봄을 맞이하며 조금은 씁쓸함이 남기기도 하는 계절이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꽃들이 예뻐지고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한다고 하더니 난 꽃만 보면 사진을 찍는다.
엄마의 카톡 프로필 사진을 보며 무슨 매일 꽃만 올리냐며 타박하곤 했는데 지금은 내가 만나는 꽃마다 사진으로 남기고 있다. 아직까지 프로필 사진으로 둘 정도는 아니지만 아무튼 나는 자연이 좋아졌다. 때가 되면 자연히 피어나는 생명체들이 참 신기했다. 어떻게 피고 지는 때를 알 수 있다는 말인가. 한 해 동안 자신의 소명을 다하고 져가는 꽃들을 보면 마음이 먹먹 해졌다. 나는 이 봄을 몇 번 더 볼 수 있을까? 문득 그런 물음이 들자 빠르게 지는 꽃들을 더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고 그 아쉬움이 씁쓸함으로 남게 했다.
우리도 자연의 일부로 언젠간 피고 진다. 우리가 피고 지는 때를 꽃처럼 알 수 없지만 우리는 한 번의 피고 짐을 경험한다. 꽃이 져가는 때를 알 때 그때의 마음은 어떠할까? 우울할까? 덤덤할까? 아니면 슬프려나? 떨어지는 꽃잎을 보며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내 생각이지만 꽃은 그냥 자연의 흐름에 따라 덤덤히 피고 지는 듯 보였다. 나는 몇 번의 계절을 더 겪으며 살진 모르겠지만 이 모든 계절을 깊이 누리며 살아보려고 한다.
무더운 여름이 되면 시원해진 강물을 따라 여행을 하고 가을이 되면 노랗게 피어난 은행나무를 보러 갈 것이며 겨울이 되면 넓은 들판에 하얗고 소복이 쌓인 눈사람을 만들러 떠날 것이다. 그 계절에 맞추어 보여주는 얼굴들을 난 매 해 그렇게 즐기려 한다. 자연이 그렇게 흘러가듯 나도 그 자연의 일부로 살다 자연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 삶이 꽃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긴 인생의 계절에서 열심히 피고 지며 담대히 그렇게 살아가겠다고 꽃을 보며 생각했다. 내년의 벚꽃 나무와 만나기 위해 오늘을 또 열심히 살아내야지. 한 편의 씁쓸한 마음을 잠시 내려두고 그렇게 살자. 나는 지는 때를 모르니까. 오늘 하루 열심히 피어 있자. 그렇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