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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스히 Apr 10. 2021

힘내라는 말


우린 살아가다 보면 여러 감정에 뒤엉키며 산다. 한 없이 즐거운 날이 계속되었으면 좋겠지만 누구에게나 힘든 날은 찾아온다. 그런 힘든 날이 올 때면 우린 주변 사람들에게 지친 마음을 토로할 때가 있다. 회사 생활에 지친 친구가 어느 날은 돈 벌기 너무 힘들다며 내게 이야기를 했다. 그동안 있던 일들을 속사포로 털어놓는 친구의 고민과 감정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정말 힘들었겠다며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힘내라는 이야기로 말 맺음을 했다. 친구의 감정을 이해하고 잘 위로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어떤 이야기로 친구의 마음을 깊이 토닥여 줄 수 있을지 또는 애초에 내가 친구의 마음을 모두 헤아려 진짜 위로해 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에 나는 항상 가장 무난한 안부의 말을 전하곤 했다.


회사 생활을 하며 내 감정이 메말라지고 예민해지던 시기가 있었다. 그렇게 몇 년을 살다 보니 몸이 이곳저곳 아프고 지쳐 있었다. 그때 난 퇴사를 하고 한동안 집에서 휴식을 했다. 그런 내가 안쓰러웠던지 동생은 힘내라며 마음을 토닥여주었다. 근데 그 힘내라는 말이 괜스레 내겐 참 맥없이 느껴졌었다. 힘이 나지 않는데 어떻게 힘을 낼 수가 있지? 하며 난 그 따스한 문장도 예민한 마음에 뾰죡해져 동생의 마음을 알면서도 곡해하여 받아들이게 되었다. 동생에게 얼굴을 한껏 찌푸리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힘든데 뭘 어떻게 더 힘을 내!" 큰 소리로 울려 퍼진 내 화가 동생의 위로를 튕겨 내 버렸다. 동생은 기분이 좋지 않았을 텐데도 동생은 그저 듣고만 있었다. 그 모습이 꽤나 그 순간 위로가 되었던지 나는 동생에게 어린아이처럼 그동안 힘들었던 상황들을 줄줄이 이야기했다. 동생은 그런 일이 있었냐며 덤덤히 그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눈물을 쏟으며 마음의 곳간에 남은 불통들을 다 털어 내자 어느덧 내가 왜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과 함께 번뜻 감정을 쏟아내고 있는 내 자신을 보게 되었다. 동생은 그렇게 힘들었으면 이야기를 하지 그랬냐며 내 어깨를 툭툭 쳐주곤 마음 정리가 좀 되었냐는 질문을 했다. 난 고개를 끄덕였고 동생은 그런 내가 창피하지 않게 자리를 피해 주었다.


동생이 방을 나가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동생의 힘내라는 말에 불같이 화를 낸 걸까? 내 속이 너무 좁고 어린 걸까? 화를 컨트롤 못하고 욱해서는 아직 미숙하구나 하며 여러 생각 끝의 결론은 내 자책이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은 더 편안해졌다. 어쩌면 힘든 상황을 마주한 사람에게 힘내라는 말이 때로는 무의미한 위로가 될 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경청해 주는 힘이 말보다 큰 표현이 되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 경험 이후 나는 주변 사람들이 힘들 때 그 친구의 감정을 온전히 경청한다. 무엇을 해결해주려고 하지 않으며 좋은 위로를 말로 표현하려 애쓰지 않는다. 힘든 마음은 따스한 경청이 맞닿을 때 진정한 위로를 줄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굳이 모든 말을 표현하려 애쓰지 않고 곁에 있는 것만으로 큰 위로를 줄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그런 위로를 종종 내 주변이들에게 전하곤 한다. 그들이 더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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